지난 2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심판 대규모 집회' 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오른쪽)와 나경원 원내대표. (사진=황진환 기자)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발언이 널뛰기를 하고 있다. 도입 당시에는 국회 폭력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라더니 이제는 좌파독재의 도구라고 비난하고 있다.
당초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물리적 충돌 없는 효과적인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며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과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등을 도입하는 국회법 개정안, 즉 국회선진화법을 상찬한 바 있다.
2012년 당시 국회 운영위원장이었던 새누리당 황우여 전 원내대표는 4월 17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국회선진화법 가결을 선포하며 "오늘 의결된 개정안으로 말미암아 국회에서의 안건 처리가 국민들께서 여러 번 지적한 바와 같이 물리적 충돌 없이 제도적인 절차에 의해서 원활하게 처리되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더욱 활성화되는 효과적인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로써 우리 국회가 국민들로부터 더욱 신뢰받고 사랑받는 국회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황 전 원내대표는 같은달 30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국회선진화법의 본회의 통과 여부를 묻는 질문에 "총선 공약이었다"며 "폭력은 거의 90%, 95% 막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되면 폭력국회를 제도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이에 따라 국회 운영위원회는 같은해 5월 2일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국회선진화법 제안설명서에서 "개정안은 안건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심의되도록 해 물리적 충돌을 방지하는 한편 소수 의견이 개진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심의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4월 25일 "이번 18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다시 한 번 본회의를 소집해서 선진화법이 꼭 처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총선 전에 여야가 합의한 것이고, 국민들께 약속을 드린 것이기 때문에 처리가 이번에 꼭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처럼 국회 다수당이었던 새누리당과 당의 유력 대선주자였던 박 비대위원장의 지지에 힘입어 국회선진화법은 그 해 5월 2일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다만 황 전 원내대표는 국회선진화법의 운영위원회 가결을 앞두고 "모든 제도의 효과는 제도 자체보다는 운영 주체들이 그 제도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결정되기 마련이다"고 말해 국회선진화법에도 불구하고 폭력국회가 재연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국회선진화법 이후 처음으로 국회 폭력 사태가 발생한 뒤 자유한국당의 입장은 7년 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29일 "일방적으로 패스트트랙 지정을 밀어붙이고 국회선진화법을 야당 겁박 도구로 남용하고 있다"며 여야4당의 패스트트랙 지정 추진을 "의회쿠데타"라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황 대표는 전날 장외집회에서 "좌파정권이 패스트트랙을 이용해 독재의 마지막 퍼즐을 끼워 맞추려 하고 있다"고 했고, 나경원 원내대표는 "좌파독재를 타도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겠다"고 색깔론을 꺼내들었다.
이에 대해 황 전 원내대표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패스트트랙 저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패스트트랙에 태우더라도 입법까지는 최장 300일 동안의 여유를 두었기 때문에 여야 원로와 중진이 중지를 모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