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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유감스러운 북한의 新통미봉남



뒤끝작렬

    [뒤끝작렬] 유감스러운 북한의 新통미봉남

    시진핑 방북, 트럼프 친서…'등거리 외교'로 협상력 높여
    남북회담은 묵묵부답…하노이 노딜 후 文 '중재자' 역할 흔들
    南 '패싱'은 北에도 불리…남북관계 위한 전략적 시각 필요

    (사진=연합뉴스)

     

    강대국 틈바구니에 낀 샌드위치 신세를 오히려 역이용하는 북한의 외교적 생존술은 정평이 나있다.

    냉전 시절 사회주의 맹방 소련과 혈맹 중국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로 자주노선을 편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방문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서 답신은 북한 외교술의 진수를 다시 보여준다.

    북한은 중국과 미국을 거의 동시에 끌어들여 협상력을 극대화했다. 보다 좋은 조건을 내미는 쪽과 거래하겠다는 기막힌 '갑을' 전환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선 시 주석이 G20회의에서 미국에 전달할 비핵화 중재안,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과 편지로 직거래한 모종의 안을 놓고 저울질 할 여지가 생겨났다.

    북한은 시 주석에 대한 성대한 환영식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전격 공개했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 능력과 남다른 용기'를 칭송하고 '흥미로운 내용'을 심중히 생각해보겠다고 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더 큰 국익을 위해 참모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나름대로 용단을 내렸다고 추켜세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시 주석이 대북 영향력을 지렛대로 미중 무역협상의 열세를 만회할 기회를 사전 차단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때마침 불거진 이란 문제도 골칫거리였다.

    (사진=자료사진)

     

    문제는 이런 화려한 외교 쇼 앞에서 한국의 중재자 위상이 쪼그라드는 것.

    청와대는 '원 포인트' 형식이라도 남북 정상회담을 먼저 열기를 희망했다. 한미 정상회담의 촉매 역할을 기대했지만 시진핑 방북과 트럼프 친서로 용도가 사라졌다.

    물론 청와대는 중국이 됐든 누가 됐든 북미 대화가 재개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사실 한국이 꼭 중재자를 고집해야 할 이유도 없다. 청와대 설명에 따르면 북미 간에 친서가 오가는 상황을 알고 있었고, 시 주석의 방북도 우리 측과 사전 조율됐다.

    어떤 식으로든 교착국면을 타개하고 대화의 불씨를 되살렸다는 점에서 간접적으로나마 촉진자 역할은 한 셈이다.

    하지만 북한이 앞으로도 한국을 '패싱'하는 '신(新) 통미봉남' 행태를 계속한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북한으로선 한미공조에 발이 묶여 옴짝달싹 못하는 남한 당국이 영 답답했을 것이다. 어차피 미국 말을 들을 텐데 굳이 따로 대화할 필요도 못 느낄 수 있다.

    북한의 이런 반응은 하노이 회담 실패 이후 더 뚜렷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능라도 경기장 연설에서 '민족 자주의 원칙'을 밝혔음에도 말로만 그쳤다는 깊은 실망과 서운함이 묻어난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우리 속담도 있다.

    그러나 상황을 냉정히 본다면 남한 패싱은 북한에도 결코 이득이 되지 않는다.

    남북관계 영역이 넓어져야 남한의 대미 발언권이 커지고 결과적으로 북한에도 도움이 된다. 남측의 성의 표시에 '시시껄렁'하다고 핀잔주지 말고 오히려 흔쾌히 받아 안는 전략적 시각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으로 집권했지만 모든 것이 갑자기 바뀌지는 않았다. 남북관계도 그렇다. 명철한 지도자 김정은 위원장이 이를 모를 것 같지 않다.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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