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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송중기·송혜교를 둘러싼 낯 뜨거운 루머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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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송중기·송혜교를 둘러싼 낯 뜨거운 루머의 진실

    [조중의 칼럼]

    [1보] 송중기-송혜교, 이혼 조정절차 진행

    이것은 재난 또는 대형사고, 긴박한 사건발생을 전하는 속보가 아니었다. 연예인의 사생활, 송중기와 송혜교라는 인기 연예인 부부가 이혼하게 되었음을 알리는 속보였다. 나름 특종을 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 속보를 보는 순간, 한숨이 나왔다.

    톱스타 부부인 송중기(34)와 송혜교(37)가 결혼 약 2년 만에 이혼절차를 밟게 됐다. 송중기는 지난 26일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광장을 통해 서울가정법원에 이혼조정신청서를 접수했다. (사진=연합뉴스)

     

    그때부터 이들 부부를 둘러싼 루머가 생산되기 시작됐다. SNS, 인터넷, 증권가 지라시까지 가세해 그야말로 종일토록 이혼을 둘러싼 루머의 세상이 됐다. 종잡을 수 없는 루머의 확산을 전달하는 방송·신문사 등 미디어 매체들까지 가세하면서 온 시민이 관음증적인 엿보기에 빠져들었다. 서로 묵인이라도 한 듯. 상상과 억측이 더해지면서 루머의 언어는 산처럼 높아만 갔다.

    이혼 사유를 둘러싼 온갖 루머는 스마트폰과 TV를 통해 실시간으로 쏟아져 나와 시민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관심을 집중시키는 괴력을 발휘했다. 시간이 지나 며칠 후면 충격적이고 폭력적인 다른 사건들에게로 이목이 쏠릴 것이 분명하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인 듯 모두가 나쁜 루머의 홍수를 구경했다. 장마철 강둑 위에 올라가 폭우로 불어난 황톳물을 구경하며 쌓인 스트레스를 풀듯이.

    ‘한 번 보여지고 나면, 하나의 구경거리는 다른 구경거리로 아무 맥락도 없이 그저 멍할 정도의 속도로, 대체될 뿐이다’는 존 버거(John Berger)의 미디어의 속성에 대한 지적은 정확하다. 그는 그뿐 아니라 미디어가 본질에 대해서는 외면하면서 모든 것을 계량화하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미디어들은 연예인의 이혼을 둘러싼 무분별한 루머와 그에 따른 당사자들과 주위사람들의 피해를 경계해야 한다고 전하지만, 실은 연예인들의 이혼 사유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 미디어 스스로가 연예인들의 이혼이라는 사건 자체를 계량화하고 있는 셈이기도 하다. 더욱이 시청률이라는 상업성의 유혹에 빠져, 루머를 경계해야 하고 루머 확산의 주범은 법에 따라 처벌받는다는 정론을 전하지만 실은 미디어 스스로 루머를 퍼트리는 숙주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내가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영원한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고 노래한 사람은 시인 최승자다. 시인의 노래가 의미하는 루머의 차원은 연예인 부부를 둘러싼 세속적인 나쁜 루머와 다르다. 그러나 유명 연예인이든 운동선수든, 정치인이든 누구에게나 루머는 있을 수 있다. 사적이든 공적이든 루머는 존재한다. 남녀 관계에서의 나쁜 루머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시인 최승자의 시처럼 루머는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 좋아하는 연예인의 루머 때문에 흥분하고, 욕을 해대고, SNS를 통해 험담을 퍼 나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미디어 역시 주요 뉴스 시간대마다 나쁜 루머에 대해 비중 있게 다루는 것 역시 시청률과 상업성이라는 어쩔 수 없는 미디어의 속성 때문이라지만 스스로 지켜야할 품격과 신중과 신뢰를 잃어버리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인기 있는 젊은 연예인 부부가 이혼하기로 했다는 뉴스를 시작으로 광풍처럼 불어 닥친 루머에 대해 모든 시민들도 이목을 집중했으니 시민들 역시 루머의 생산자나 퍼뜨린 사람이나 미디어나 다를 것이 없다. 우리 모두가 만들어낸 합작품인 셈이다. 상상하고 엿보며 관음증적인 호기심에 사로잡힌 우리는 루머의 공범이면서 동시에 루머의 노예가 되어 버렸다.

    왜 그렇게 된 것일까? 송중기·송혜교 부부의 이혼을 둘러싼 나쁜 루머의 진실은 우리 모두의 너무나 가벼운 판단 그리고 인식 때문이다. 이들 부부의 이혼과 관련된 나쁜 루머와 지라시와 관음증적 엿보기와 미디어의 선정성과 상업성에 대해 우리 모두가 조금이나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줄 모르고, 왜? 라는 의문을 품지 않은 결과인 셈이다.

    이진우 포스텍 교수는 ‘한나 아렌트는 시대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멈춰 서서 생각하고, 우리가 무슨 행위를 하고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보라고 조언한다’고 말한다. 루머의 노예 역시 다를 것이 없다. 멈춰서 생각해야 한다. 내가 지금 무슨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일까. 송중기·송혜교 부부의 이혼과 관련된 나쁜 루머가 나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나 역시 엿보기를 통해 관음증적 상상을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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