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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의 영역' 들어선 美·中 관계, 무역→금융→안보 전면전 확산



아시아/호주

    '금단의 영역' 들어선 美·中 관계, 무역→금융→안보 전면전 확산

    • 2019-08-06 19:08

    미 재무부,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으로 미중 무역전쟁 새로운 국면
    양국 갈등 무역 넘어서 금융, 국방 분야까지 전방위 확산
    전문가들 "양국 관계 예전 수준 회복 하기 힘들 것" 회의론

    (그래픽=김성기)

     

    미국이 5일(현지시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전격 지정한 것은 1년 반 넘게 계속돼 온 양국간의 무역전쟁이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미국 재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으로 중국이 환율조작국이라는 것을 오늘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는 1988년 제정된 종합무역법을 근거로 이번 환율조작국 지정을 단행했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경우 해당국을 대상으로 한 '환율 저평가 및 대미 무역흑자' 시정 요구, 해당 국에 대한 미 기업의 투자제한, 해당국 기업의 미국 조달시장 진입 제한, IMF(국제통화기금)을 통한 환율 압박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최근 중국이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전날 중국 위안화 환율은 심리적 마지노선인 달러당 7위안 선을 넘어섰다.

    위안화 환율이 11년 만에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트위터를 통해 이를 '환율 조작'이라고 맹비난했고, 거침없이 환율조작국 지정까지 단행한 것이다. 이강(易鋼) 중국 인민은행장이 5일 성명을 통해 "(미국의) 대중 추가 관세 부과 예상 등의 영향으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7을 넘어섰다"며 위안화 환율의 상승 원인을 미국에게 돌렸지만 미국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 금단의 영역에 들어선 미중 치킨게임

    (사진=연합뉴스)

     

    양국의 무역전쟁이 사실상 환율전쟁으로 옮아갔다는 것은 이번 싸움의 결과가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양국은 1년 반 넘게 서로에게 보복관세 폭탄을 주고 받으며 한 치의 양보없는 무역전쟁을 펼쳐왔지만 전쟁이 환율전쟁으로 확산되는 것만은 꺼려왔다.

    미국 재무부가 불과 2개월 여 전에 공개한 환율 보고서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도 이같은 움직임을 반영한다. 중국 역시 무역전쟁 초기부터 금융 부분에 있어서 미국과 격차를 인정하며 미국이 무역전쟁을 환율전쟁으로 몰고갈 것에 대한 경계심을 나타내곤 했다.

    조심스러웠던 양국이 이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데에는 지난달 30~31일 중국 상하이에서 2개월여만에 다시 열린 고위급 무역협상이 별 진전 없이 끝난데 대한 미중 양국의 실망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끝난 다음날인 8월 1일 곧바로 3천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9월 1일부터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선공을 펼쳤고 중국 정부가 곧바로 중국 기업들에게 미국산 농산물 구매 중단을 지시하면서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양국이 가보지 않았던 '금단의 영역'에 들어서면서 이로 인해 어떤 결과가 발생할지 조차 내다보기 힘든 '예측불허'의 상태에 접어든 셈이 됐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이 위안화 절하를 허용하고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중단한 데 이어 미 재무부가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은 더욱 위험한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세계 각국의 증권시장은 중국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 선을 넘어서고 양국 금융전쟁 가능성이 커지자 일제히 폭락했다.

    ◇ 무역전쟁→금융전쟁→안보전쟁, 꼬이고 꼬이는 미중 관계

    미중 양국의 격돌은 이미 경제 분야를 넘어서 안보·전략 분야로 급속 확산되고 있다. 미국이 지난주 1987년 옛 소련과 맺은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탈퇴하고 사거리가 500~5천500㎞인 지상 발사형 탄도·순항미사일을 아시아에 배치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중국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푸총 중국 외교부 군축사 사장(국장급)은 6일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의 미사일을 받아들일 경우 "모든 것이 테이블 위에 오를 것"이라며 사실상 미국의 동맹국들을 협박하고 나섰다. 그는 "중국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이 중국의 문간에 미사일을 배치하면 중국은 대응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고 거듭 최고 수위의 경고를 내보냈다.

    앞서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외교부 웹사이트에서 "미국이 자신의 고집대로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한다면, 국제와 지역 안보 정세에 심각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국 갈등이 이제 단순히 무역을 넘어서 금융, 국방, 안보분야로까지 확산되면서 양국 관계가 예전으로 회복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마저 등장하고 있다. 블룸버그, 로이터 통신, CNBC 방송 등 다수의 서방 매체들은 이번 환율조작국 지정을 계기로 미국과 중국의 적대관계가 점점 심화되는 형국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을 소개하고 있다.

    NWI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 하리 하리하란은 양국 갈등이 격화되면서 "시장의 모든 것들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진단했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보니 글레이저 아시아 담당 선임 연구원은 "타협 가능성은 이미 지나갔다"고 단언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미국의 이번 파상공세가 중국의 전·현직 지도부들이 모여 국가 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베이다이허 회의 기간에 맞춰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의 지도자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체면이 큰 손상을 입은 만큼, 이제 양국 최고 지도자들의 감정싸움 양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려 했지만 관료들의 만류로 보류해 왔다며 이번 환율조작국 지정이 향후 무역전쟁 양상을 더욱 거칠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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