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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빼앗길 처지에 놓였는데…지자체 뭐 하고 있었나



영동

    땅 빼앗길 처지에 놓였는데…지자체 뭐 하고 있었나

    • 2019-08-08 04:30

    [동해중부선 전철화 '잡음'③]
    민원 덮으려고 또 다른 민원 자초 '뭇매'
    삼척시 "주민들 속일 마음 없었다" 해명

    남북경협 사업 중 하나로 동해선 국책사업이 추진 중이다. 이런 가운데 2단계 구간(영덕~삼척) 중 마지막 역사 장소인 삼척시에서 때아닌 '토지 강탈' 논란이 일고 있다. 동해중부선 철도 사업에 떠밀려 희생을 '강요'받고 있다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강원영동CBS가 집중 취재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단독]철도 국책사업에 '도둑맞은' 삶의 터전…주민 '분통'
    ② [단독]불법에 유착관계 의혹까지…철도공단-두산건설 '얼룩'
    ③ "땅 빼앗길 처지에 놓였는데…지자체 뭐 하고 있었나"
    (계속)



    마달동 일대에 삼척시 김양호 시장을 비판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사진=유선희 기자)

     

    강원 삼척시 마달동 토지 소유자들이 '동해선 포항~삼척 철도건설사업' 계획에 따라 내쫓길 처지에 놓였는데도, 지자체는 사실상 뒷짐만 지고 있어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사업시행자 한국철도시설공단 등에 따르면 동해선 철길이 들어설 지역은 삼척시 오분동 일대다. 철길이 들어서기 때문에 오분동 주민들은 거주지를 옮겨야 한다. 

    이에 따라 철도공단 측은 삼척시의 협조를 얻어 거처를 물색하던 중 오분동에서 5km 정도 떨어진 마달동 일대를 이들(오분동 주민)의 '집단 이주단지'로 선정했다. 

    철도 국책사업이 이대로 진행될 경우 마달동 토지 소유자들은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관련 법령에 따라 소유권을 철도공단에 넘겨주고 거주지를 떠나야 한다. 

    ◇ 민원 덮으려고 또 다른 민원 자초 '뭇매'

    지난 2017년 7월 27일 철도공단은 오분동 주민들을 상대로 삼척시청에서 주민간담회를 열었다. (자료=주민 제공)

     

    마달동 주민들은 아무런 설명도 없이 자신들의 땅을 '집단 이주지'로 결정한 철도공단과 삼척시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공단 측과 삼척시가 마달동과 오분동 두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민원을 해결하는 데 있어 오분동 주민들에게는 적극적이었던 반면, 마달동 땅 주인들에게는 소홀했기 때문이다.

    철도공단은 지난 2017년 7월 27일 삼척시청에서 오분동 주민들을 상대로 '집단 이주단지'와 관련한 간담회(삼척 이주단지 조성사업 간담회)까지 열면서 충분한 설명을 했다.

    하지만 공단 측과 삼척시는, 정작 땅을 내줘야 하는 마달동 주민들에게는 아무런 설명이나 이해를 구하는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강석만(64)씨가 자신의 땅을 내어 만들어진 저류조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유선희 기자)

     

    이런 가운데 당초 구릉지였던 마달동 일대는 지난 2017년 2월 삼척시에서 농지개발을 목적으로 토지가 메워졌고, 이후 같은 해 4월 집단 이주지로 채택됐다. 오분동 이주민들이 살 수 있는 땅으로 만들기 위한 '밑 작업'을 미리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더구나 마달동의 한 주민은 시에서 공사를 진행할 때 자신의 땅 700평을 빗물을 모으는 저류조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해주기도 했다. 그 탓에 갑작스러운 '집단 이주지' 결정 소식은 그에게 더욱 허망하고 분통 터지는 일이다. 

    또 지난해 마달동 토지 일부를 구매한 한 소유자는 직접 시청에 '땅이 다른 목적으로 사용될 계획이 있는지' 여부 등을 물어보고 "별다른 계획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에 거래를 진행했는데 사실과 다른 결과로 나타나자 배신감이 극에 달했다며 분노하고 있다.

    주민들은 "집을 잃는 오분동 주민들의 사정도 이해하지만, 우리에게 이 공간은 먹고 사는 '생명'이 달린 문제"라며 "아무리 국책사업이라도 이렇게 아무런 설명 없이 진행하는 것은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생명을 빼앗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 삼척시 "주민들 속일 마음 없었다" 해명

    '집단 이주단지'를 철회하라는 현수막이 마달동 일대와 삼척시청 앞 곳곳에 걸려 있다. (사진=주민 제공)

     

    이에 대해 삼척시 경제건설국 관계자는 취재진과 통화에서 "이주를 선정하는 오분동 쪽 민원이 워낙 강해 그쪽 민원에 매달려 있다 보니 대상지 쪽(마달동) 민원은 소홀히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다만 주민들을 속일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삼척시 도시과 관계자는 "저희로서도 안타깝지만, 지자체가 실질적인 발주청이 아니다 보니 적극적으로 대처를 진행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어렵게 마달동으로 결정된 만큼 또 다른 민원 소지 때문에 (마달동) 소유주한테 연락할 여건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삼척시에서 '한쪽 민원을 잠재우기 위해 다른 쪽 민원을 키웠다'고 인정함에 따라 시행사 철도공단과 함께 '지자체 책임론'도 더욱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전문 변호사 관계자는 "현재 마달동 토지 소유자들은 보상 문제보다 '왜 하필 우리 땅이냐'는 상대적 박탈감이 더 클 것"이라며 "국가가 민원을 해소하기 위해 한쪽의 입장만 고려하는 것은 부당하며, 이는 명백히 '땅을 빼앗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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