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피해자 김한수(101) 할아버지가 13일 대전 보라매공원에 세워진 강제징용노동자상을 어루만지고 있다. (사진=김정남 기자)
갈비뼈가 고스란히 드러난 앙상한 체구에 짧게 깎인 머리, 곡괭이를 든 한 남성.
지하 갱도에만 있다 오랜만에 지상에서 맞이한 환한 빛을 잡아보려 굳은 살 밴 검은 손을 들어보지만, 끝내 움켜쥐진 못했다.
일제강점기 강제로 끌려간 노동자들을 기리기 위한 '강제징용노동자상'이 제74주년 광복절을 앞둔 13일 대전 보라매공원에 세워졌다.
어깨에 올려진 새는 고향과 자유를 그리워하던 모습을, 발밑의 돌과 묘비들은 탄광과 공사장, 흔적도 찾기 힘든 묘비를 각각 상징한다.
대전지역 시민사회와 노동단체들은 지난 4월부터 건립 운동에 들어갔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이어지면서 당초 목표를 훌쩍 넘은 모금액이 모였다.
민족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대전 강제징용노동자상에 적힌 비문에는 "참혹했던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하여, 역사 정의를 바로 세워 평화와 번영, 통일을 앞당기기 위하여 대전시민의 뜻을 모아 이 비를 세웁니다"라는 글귀가 담겼다.
제막식에는 강제징용피해자인 김한수(101) 할아버지도 참석해 제막의 순간을 함께했다.
김 할아버지는 강제징용노동자상을 가만히 어루만지며 소회를 드러냈다.
13일 열린 대전 강제징용노동자상 제막식에서 참석자들이 'NO 아베'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김정남 기자)
그동안 대전시청을 정면으로 바라보던 대전 '평화의 소녀상'은 왼쪽으로 45도 정도를 틀어 대전 강제징용노동자상과 마주보게 됐다.
74번째 광복절을 앞두고 스스로의 힘으로 강제징용노동자상을 세운 시민들은 일본 정부의 사과와 배상이라는, 남겨진 과제를 풀어나가는 일에도 힘을 모으겠다는 결의문을 낭독했다.
"노동자상 제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파렴치한 일본의 만행에 맞서, 적반하장으로 일관하는 일본에게 제대로 된 우리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우리는 더욱 더 거센 항일투쟁에 나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