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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믿고 젊음 걸어야 하나"…고려대·서울대생 조국 향해 '촛불'



사건/사고

    "뭘 믿고 젊음 걸어야 하나"…고려대·서울대생 조국 향해 '촛불'

    • 2019-08-23 23:18

    조국 후보자 딸 '입시 특혜' 의혹에 학생들 분노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해야" …고려대·서울대 릴레이 집회
    재학생·졸업생·일반 시민들 1000명 가까이 참여

    23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조국 딸 입시부정 의혹 진상규명 촉구’ 촛불집회 참석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황진환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입시 특혜' 의혹을 놓고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23일 대학에서 울려퍼졌다.

    조 후보자 딸 조모(28)씨가 '특혜 논문'으로 입학했다고 의심받고 있는 고려대학교와, 조 후보자의 모교 서울대학교에서는 학생들을 비롯해 1000명 가까운 이들이 모여 오후 늦게까지 '릴레이 촛불 집회'를 이어갔다.

    불빛이 먼저 켜진 곳은 고려대다. 400명이 넘는 인원이 오후 6시30분 '우리는 무얼 믿고 젊음을 걸어야 합니까', '명백한 진상규명', '자유, 정의, 진리는 어디에 있습니까' 등의 피켓을 들고 중앙광장에 모였다. 대부분 고려대 재학생들이었지만, 졸업생, 일반 시민들도 다수 있었다.

    학생들은 고려대와 본교 입학처인 인재발굴처가 이번 입시 특혜 의혹을 명확히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회 주최 측은 "고려대 '부정입학 의혹'이 증폭되는데 갈수록 석연치 않은 점이 발견된다"며 "노력을 통해 학교에 들어온 학우들의 의욕이 떨어지고, 심각한 박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집회 집행부는 학교 측에 ▲ 조 후보자 딸 입학 심사 자료 투명 공개 ▲ 폐기했을 경우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 공개 ▲ 문제가 된 논문에 대한 입학사정관의 거짓 없는 답변 등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여기에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입학 취소 처분을 하라는 요구도 포함됐다.

    집회 참여자들은 "진상규명 촉구한다, 입학처는 각성하라", "개인에게 관심없다, 진실에만 관심 있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정경대 건물 주변을 행진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자리로 돌아올 때 시민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23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조국 딸 입시부정 의혹 진상규명 촉구’ 촛불집회 참석자들이 촛불 대신 스마트폰 플래시를 들어보이고 있다.(사진=황진환 기자)

     

    집행부원인 고려대 이일희 보건정책관리학부 학생은 "수업을 함께 들었던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될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이 저를 멍하게 만들었다"며 "지금까지 해왔던 노력이 헛되게 느껴져서 괴로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정의라고 믿었던 원칙은 돈과 지위 앞에서 허상에 불과했던 것이냐"고 반문했다.

    자유발언자로 마이크를 잡은 독어독문학과 14학번 곽민준 학생은 "인재발굴처가 자유·진리·정의, 세 단어의 무거움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말한 대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자로 나선 장중건 학생은 "(일반 학생들은) 바늘구멍 뚫듯 열심히 노력하는데, 다른 세상에서는 조금 다르게 진행되는 것을 보고 불공정하다고 생각했다"며 "이 사건들에 대해 청년들은 예민한데, 왜 어른들은 무심할까 생각해서 행동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참여 이유를 밝혔다.

    집회는 늦은 시간까지 이어졌다. 당초 참여자들은 촛불을 들 예정이었지만, 휴대폰 플래시를 켜고 학교 응원가를 연이어 부르며 뜻을 함께 했다. 이들은 "이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외부 세력을 지양하고, 폭력을 배제한 평화로운 집회를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에서 학생들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사진=박종민 기자)

     

    고려대 집회가 끝나갈 즈음인 오후 8시 30분, 조 후보자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지낸 서울대에서도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집회'가 열렸다. 학생들을 비롯해 주최 측 추산 500여 명이 모여 촛불을 들었다.

    참가자들은 '내로남불 표리부동', '조국이 부끄럽다' 등의 피켓을 들고 "법무부 장관 자격 없다, 지금 당장 사퇴하라"고 외쳤다.

    주최자인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14학번 홍진우 학생은 "조국 교수가 말로만 외치던 공정과 정의를 우리 손으로 직접 실현하고자 모인 것"이라며 "장학금 기준을 성적 중심에서 경제 상태 중심으로 옮겨야 한다는 조국 교수님의 말씀이 부끄럽지 않냐"고 물었다. 또 "저는 지난 학기 저소득층으로 학비 50%를 면제받았지만, 남은 돈은 시간을 쪼개 과외를 하고, 대출을 받아 마련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조선해양공학과 16학번 김다민 학생은 "조국 후보자가 학내 커뮤니티에서 부끄러운 동문 1위에 선정되고,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라는 요구가 제기되는 것은 서울대 학생사회가 '보수화'되고 '우경화'되었기 때문만이 아니"라며 "우리의 분노와 실망은 정당"하다고 말했다.

    또 "이제 정부와 조 후보자가 우리들의 분노와 실망에 답할 차례"라며 "검찰 개혁을 위한 선출권력의 의지 표현을 위해 조 후보자라는 '상징'을 내세운 것이라면, 도덕성과 윤리에 흠결이 드러난 만큼 상응하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인터넷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 집회를 최초 제안했다고 밝힌 지구환경과학부 졸업생 김기주씨는 "현재 학원 원장인데, 애들이 불합리하다며 사회 정의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며 "입시 제도가 공정해지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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