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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처분 돼지 많은 농가에 불이익"…이상한 ASF 생계비 지급 기준



사건/사고

    "살처분 돼지 많은 농가에 불이익"…이상한 ASF 생계비 지급 기준

    800~1200마리 살처분시 337만원 지급…이보다 많거나 적으면 줄어
    농가 "정부에 실망"…"안 받아" 거부 지역도 나와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농장 모습 (사진=주영민 기자)

     


    정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이하 ASF)으로 사육하던 돼지를 살처분한 농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생계안정비용(이하 생계비)이 오히려 이상한 지급 기준 때문에 농가의 반발을 사고 있다.

    8일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행정예고한 'ASF 생계안정비용 지급 기준'을 보면 돼지 살처분 마릿수가 801~1200마리일 경우에만 생계비의 상한액(월 337만 5000원)을 지급한다. 이보다 많거나 적을수록 생계비는 점차 줄어든다.

    1201~1400마리는 275만원, 1401~1600마리는 202만5000원, 1601~1700마리는 135만원로 각 구간별로 20%씩 준다. 1701마리 이상 돼지를 살처분한 경우 받을 수 있는 생계비는 67만5000원으로 상한액과 비교하면 270만원이나 차이난다.

    800마리 이하의 경우 역시 4개 구간으로 나눠 각 구간별로 상한액의 20%씩 감소한다.

    정부는 가축전염병 확산방지 차원에서 돼지를 살처분한 농가에 최장 6개월, 월 최대 337만5000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농가들은 이러한 생계비 지급 기준에 반발하고 있다. 살처분한 돼지가 많을수록 생계비가 적게 지급되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ASF 발병 초기 행동지침을 뛰어넘는 '적극적인 예방적 살처분'을 주도해 '지침대로' 대응했다면 살처분하지 않았어도 될 돼지가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부에 대한 실망도 반영되는 분위기다.

    앞서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9월 28일 방역대책회의에서 "피해를 100% 보상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예방적 살처분 농가에 희망수매가 보상을 언급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예고한 생계비 지원 기준과 살처분 돼지 보상안은 과거 구제역·조류독감(AI) 사태 당시 이미 만들었던 보상기준에 'ASF'만 추가한 수준이라는 게 농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생계비 보장 기간이 턱없이 짧은 것도 농가들이 반발하는 이유다.

    농가들은 돼지를 재입식하고 사육해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기간이 1년 6개월 이상 걸린다고 보고 있다. 특히 ASF 위기 상황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여서 돼지 재입식 허가 여부도 불투명하다.

    농가들은 사육하는 돼지가 많을수록 일손도 많이 필요해 살처분에 따른 생계비 등도 많이 들지만 지원기준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살처분 보상금 행정 예고 고시(2019) (자료=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실망이 커 정부의 생계비를 아예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지역 농가들도 있다.

    대한양돈협회 인천 강화지부 관계자는 "돼지 살처분 마릿수가 많을수록 생계비가 적어진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우리 지역 농가들은 정부의 생계비를 받지 않겠다고 지자체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인천 강화군은 지난 9월 23~26일 사흘간 5건의 ASF 농가가 발생했다. 당시 ASF가 확산세가 매우 빠르다고 판단한 인천시와 강화군은 농림부의 승인을 받아 강화군 내 39개 농장 돼지 4만 3602마리를 모두 살처분했다.

    이곳에서 상한액인 월 337만 5000원을 받을 수 있는 농가는 9곳이지만 이보다 많은 돼지를 살처분해 생계비가 줄어든 농가는 12곳이다. 7곳은 1701마리 이상 살처분해 최저 생계비(월 67만 5000원)를 받는다.

    농림부는 살처분한 돼지가 많은 농가는 보상금이 많아 생계를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보상금은 살처분 가축과 그 생산물 등의 평가액 100%를 지급하기 때문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대형 농가는 살처분 보상금을 많이 받기 때문에 생계비를 낮춰 잡았다"며 "기간 연장 문제는 현재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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