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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돈농가는 농림부, 멧돼지는 환경부"…"부서 달라 돼지열병 확산 못 막아"



강원

    "양돈농가는 농림부, 멧돼지는 환경부"…"부서 달라 돼지열병 확산 못 막아"

    강원도 철원군 김화읍 양돈농가 정영철 농학박사
    정부 '자발적 수매' 요청.."따르지 않으면 사료차 못 구해 사실상 자발적이지 않아"
    "우리나라 방역 시스템, 2010년 구제역 발생 이후 상당히 체계적".."과도한 조치 억울해"
    외국 '흡혈성 진드기'가 멧돼지 매개 감염 못지 않아.."우리나라 진드기 없어 다행"
    "외국 소규모 농가 많지만, 우리나라 대규모 양돈 농가라 전문적 지식 갖추고 있어"

    ■ 방송 : 강원CBS<시사포커스 박윤경입니다>(강민주PD 13:30~14:00)
    ■ 진행 : 박윤경 ANN
    ■ 정리 : 최수빈 인턴
    ■ 대담 : 철원군 김화읍 양돈농가 정영철 농학박사

     



    ◇박윤경> 정부가 철원 지역 일대에 사육 돼지를 대상으로 살처분을 예고했습니다. 민통선 근처에서 발견된 야생멧돼지의 폐사체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 바이러스가 발견됐다는 이유인데요. 정부는 '예방적 조치'라고 거듭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지역 양돈농가의 반발은 잦아들지 않을 전망입니다. 저희 시사포커스에서 앞서, 강원도와 강원도수의사회와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오늘은 양돈업계와 이야기를 직접 나눠보겠습니다. 철원군 김화읍에서 양돈 사업을 하고 계신 정영철 농학박사입니다. 안녕하세요?

    ◆정영철> 네, 안녕하세요.

    ◇박윤경> 네, 반갑습니다. 박사님도 직접 양돈 사업을 하신다고 들었는데요, 규모가 어떻게 되세요?

    ◆정영철> 약 5,000마리 정도 키우고 있습니다.

    ◇박윤경> 걱정이 크실 것 같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정부에서 돼지를 사들여서 살처분을 하려고 하는데 농가에서 수매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고립화 조치에 들어간다, 이런 이야기가 있었더라고요. 현재 진행 상황은 어떤가요?

    ◆정영철> 철원군청에서 사육하는 양돈농가들 전부 다 소집을 해서 민통선 10km 이내의 양돈농가는 자발적으로 수매를 하도록 요청을 했습니다. 근데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비합리적이고 강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지금 현재 우리의 양돈농가의 분위기는 지난 1개월 동안 사고 팔지도 못해서 사료비도 제대로 못 내고 있는 형편입니다. 이렇게 완전히 혼돈스러운 상태에서, 철원군을 고립화를 시켜서 강제적으로 살처분을 하려고 하는 이런 조치,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편집자주. 인터뷰 이후, 정부는 '민통선 5km 이내 양돈농가'로 기준을 완화했습니다.)

    ◇박윤경> 그런데 정부에서는 자발적으로 수매에 나서달라고 '자발적'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지 않나요?

    ◆정영철> 자발적이기는 한데, (사실상 그렇지 않은 것이) 만약에 수매 요청을 하지 않으면 사료차를 구하기가 힘들어요. 사료차를 철원군으로 못 들어가게 제한을 둡니다. 그다음에 출하도 받아주지 않겠다, 이러는 상태입니다.

    ◇박윤경> 그래서 지금 문제를 제기하시는 것 같은데요 민통선 10km 내에 양돈농가라고 한다면 대략 대상이 몇 가구 정도 될까요?

    ◆정영철> 지금 현재 28농가죠. 7만 5천 마리 정도 됩니다.

    ◇박윤경> 지금 보니까, 정부에서 수매를 통해서 살처분하겠다 하는 지역이 철원이 들어가 있는 건데, 철원 같은 경우에는 아직까지 아프리카 돼지열병 확진 농가가 한곳도 나오지 않은 상태이고 단지 열병에 감염된 멧돼지 사체만 발견된 지역이죠? 그런데 살처분을 하겠다는 거죠?

    ◆정영철> 그렇죠. 양돈농가에서 발생했다고 하면 저희 농가에서도 반발하겠습니까? 지금은 발견 사실도 없고 더군다나 지난 3~4주간 매주 모든 농가에서 피를 뽑아가서 감염이 되었는지 검사를 했는데 전부 음성으로 나왔거든요. 앞으로도 발병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하죠.

    돼지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경기도 파주시의 한 양돈농장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살처분 매몰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박정민 기자)

     



    ◇박윤경> 올해 정말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전국적으로 걱정을 끼치는 상황입니다. 이게 한번 전염이 되면 치사율이 100% 육박할 정도로 강력한 전염병이다 보니까 선제적 예방조치로 전국적 피해를 막는다, 그래서 살처분이 필요하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영철> 선제적인 조치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합니다. 그런데 비합리적이고 과도하다는 거죠. 왜냐하면 첫 번째로는 돼지 열병 바이러스는 무서운 게 아니고 막을 수 있다는 것이죠. 다들 아시겠지만 (아프리카 돼지열병 바이러스는) 구제역 같은 일반 바이러스보다는 몸의 무게가 상당히 무거워요. 그래서 공중에 뜰 수가 없어요. 그래서 구제역 같은 경우에는 공기로 전염이 돼서 속도가 빠른데 이 바이러스는 무거워서 반드시 접촉을 해야만 감염이 됩니다. 그래서 중국이나 베트남의 사례를 보면 한 농장 끝에서 다른 끝까지 가는데 약 일주일 정도 소요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규정은 발병 농장 중심으로 500m 또는 3km 이내 농장에 예방적 살처분을 하잖아요? 그거는 타당하다 생각해요.

    두 번째, 지금 전국 방역 시스템은 2010년 구제역 발생 등을 통해서 상당히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바뀌어있습니다 2010년 시스템을 초등학교 수준으로 본다면 지금은 대학생 수준으로 상당히 정밀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박윤경> 지금의 방역 시스템으로도 얼마든지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보시는 거군요?

    ◆정영철> 맞습니다. 지금 철원 농가의 입장에서는 저 민통선 근처에서 죽은 멧돼지 때문에 상당히 멀리 떨어진 지역에 있는 멀쩡한 양돈 농장을 살처분 한다는 것은 우리 농가들의 손해입니다. 그리고 보상을 해줘야 하지 않습니까? 보상은 누구 돈이냐고요. 강원도민의 세금입니다. 국민들의 세금입니다. 이 비합리적이고 비과학적인 조치로 국민 세금을 펑펑 낭비하는 거죠. 우리 농가도 미안하지만 안타까운 거죠. 이 무리한 조치를 할 필요 없고 지금의 시스템에 맞춰서 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습니다.

    ◇박윤경> 그러면 몇 가지 궁금증을 여쭤볼게요. 지금 현재의 방역 시스템으로도 충분히 막을 수가 있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지금까지 아직 왜 이게 발병했는지 원인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잖아요?

    ◆정영철> 공식적인 입장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확실한 상황입니다. 북한에 만연한 돼지 열병 바이러스가 멧돼지를 통해서 남쪽 양돈 농장을 감염시킨 거죠

    ◇박윤경> 그렇게 멧돼지를 통해서 감염이 되었다면 왜 지금까지 확산을 막지 못했을까요?

    ◆정영철> 부서가 달라서 그래요. 지금 양돈 농장에 발병한 걸 막는 거는 농림부에서 막는 거고, 멧돼지를 잡아서 빨리 신속하게 해야 하는 건 환경부인데 환경부가 '절대 내려올 수 없다' 이런 논리로 멧돼지를 잡는 거를 지지부진하게 했죠. 그러니까 윗동네 불이 났는데 아랫동네 사람보고 집 빨리 뭉개라고 불붙는다 하는 식이라고요. 정부는 총리를 비롯해서 누가 이것을 막아야 하는지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지금 돼지열병이 다행히 민통선에서 왔다 갔다 했는데 여기서 저지를 해야 합니다. 외국 사례를 말씀을 드리면 벨기에가 군인들이 훈련을 받으면서 동유럽에 감염된 소시지 이런 걸 먹고 벨기에에 가져다 버려서 멧돼지가 그걸 먹고 죽은 게 발견이 되었습니다. 1개월 내에 4천 마리를 사살했습니다. 1년 6개월이 지났는데 확산이 안됐어요. 체코의 경우에도 멧돼지 사체를 발견해서 포수 1천300명하고 경찰을 동원해서 1년 동안 3천526마리의 멧돼지를 제거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지금은 국제적으로 돼지열병 청정국의 지휘를 회복했습니다. 멧돼지가 핵심입니다.

     



    ◇박윤경> 돼지를 잡을 것이 아니라 멧돼지를 우선적으로 잡아야 한다는 거죠? 지난번에 이것과 관련해서 돼지 전문가와 인터뷰를 했었는데 이게 멧돼지뿐만 아니라 멧돼지의 죽은 사체를 먹은 까마귀라든가 이런 새들로 인한 감염 우려도 제기를 하셨었거든요?

    ◆정영철>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민통선 근처에 돼지들이 없거든요 까마귀가 20km까지 와서 감염시킬 일은 없죠. 더군다나 유럽이나 아프리카랑 다른 점은 멧돼지가 감염을 시키지만 흡혈성 진드기가 멧돼지 못지않게 중요한데 우리나라에는 그런 진드기가 없어서 다른 나라와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릅니다.

    ◇박윤경> 이번에 보니까 SOP라고 기존의 돼지 열병 관리체계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번 정부의 조치는 SOP의 관리체계를 따른 건가요?

    ◆정영철> 그것보다 더 강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멧돼지가 발견된 지역에서 10km 이내인데 10킬로 훨씬 넘는 철원군에 없애라고 하고 있으니까 농림부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부의 문제입니다.

    ◇박윤경> 산불 같은 경우에는 관리부처가 다 다르다 보면 그 안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있는데 그런 문제가 여기서도 발생하는 것 같네요. 그렇다면 정부가 무리해서 살처분을 한다고 말씀하시는데 정부는 왜 이렇게 이 조치를 강행한다고 생각을 하세요?

    ◆정영철> 돼지 열병의 바이러스 특성이나 감염 메커니즘에 대해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잘 반영하지 않고 무조건 발생하지 않으면 책임은 없는 거니까 과도하게 조치를 취하는 걸로 보입니다.

    ◇박윤경> 그렇다면 현시점에서 정부에 요구하시는 부분은 어떤 내용일까요?

    ◆정영철> 지금은 멧돼지 숫자를 빨리 줄여야 합니다. 지금 현재 방역 시스템은 아주 잘 되어있어요. 아마 우리가 돼지 열병 바이러스를 지금 상태에서 막을 수 있다면 전 세계에서 모범적인 국가로 인정을 받을 겁니다. 지금 중국이나 베트남이나 이런 나라에서 확산되는 이유는 단 한 가지입니다. 거기는 일반 농가가 중국은 64%, 베트남은 75%, 라오스는 거의 90%기 때문에 작은 농가는 규제가 힘들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런 농가는 없습니다. 전부다 전문적은 지식을 가지고 막대한 투자를 하기 때문에 경영주들이 전력을 다해서 노력하기 때문에 이렇게 (양돈농가에) 억울한 방법을 쓰지 않습니다.

    ◇박윤경> 지금 말씀을 들어보니까 지금까지도 아프리카 돼지 열병 때문에 농가에서도 어려움이 많으실 것 같은데 이 문제가 빠르게 해결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철원군 김화읍에서 양돈사업을 하고 계신 정영철 농학박사와 말씀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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