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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악플, 연예인 그리고 여성…어느하나 '견뎌야 할' 건 없다



뒤끝작렬

    [뒤끝작렬]악플, 연예인 그리고 여성…어느하나 '견뎌야 할' 건 없다

    '여성'인 '연예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악플'이란 이름을 달고 온다
    왜곡된 여성에 대한 인식과 차별에 목소리 내면 '예민함'·'불편함'이 돼 악플 받아
    문제는 '악플'의 기저에 있는 뿌리 깊은 '혐오'와 '차별'

    가수 구하라(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그룹 카라 출신 가수 겸 배우 구하라가 세상을 떠났다. 그렇게 또 한 명의 여성 연예인이, 한 명의 여성이 세상을 떠났다. '여성'과 '여성 연예인'에게 들이 밀어진 혐오와 차별이라는 사회적 폭력은 '악성 댓글(악플)'이라는 이름으로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24일 구하라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과 동시에 그의 이름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각종 기사가 쏟아지고, 그를 추모하는 댓글 아래로 악플이 달린다. 잔인하면서도 변하지 않은 현실의 반복이다. 설리를 통해 악순환의 결과를 눈앞에서 보았음에도 끊어지지 않고 여전히 돌고 돌아 구하라에게까지 왔다. 악플에 담긴 '여성'과 '여성 연예인'을 향한 뿌리 깊은 이 사회의 혐오와 차별이 42일 만에 다시금 슬픈 결과로 돌아왔다.

    거리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그리고 TV에서도 '여성'은 자유로울 수 없다. 애교를 강요받고 이를 거절하고, 거절하는 과정조차 난감해 눈물 흘리고, 이 무례함에 속상해하는 것조차 비난받아야 한다. 몸무게와 외모를 평가받고, 누군가가 정한 건지도 모를 외적 기준에 부합해야 미덕이라 불리는 자리에 놓였다. 어딘가 숨어있을 카메라에 두려워하고, 카메라에 찍힌 내 모습이 성적 대상화되어 인터넷을 떠돌아다니는 것조차 비난받고 낙인찍힌다.

    혐오의 대상이 된 '여성'에 '연예인'이란 위치가 더해지면서 그들의 말과 행동은 실시간으로 전해지고, 실시간으로 악플의 대상이 됐다. 악플은 여성, 그리고 미디어를 통해 모든 게 고스란히 노출되는 여성 연예인을 향한 '혐오'의 도구이자 수단이 됐다.

    고정관념과 편견에 저항하는 말을 하는 여성 연예인과 착하지 않게, 상냥하지 않게 이야기한 여성 연예인에게는 악플이 쏟아진다. 책 '82년생 김지영'을 읽은, '소녀는 뭐든 할 수 있다(Girls can do anything)'이란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여성 연예인에게는 악플이 쏟아진다. 왜곡된 인식과 차별에 목소리를 내면 '예민함'이 되고, '불편함'이 되며 악플이 쏟아진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설리의 죽음 당시 많은 여성이 그를 '투사'라 표현한 건, 혐오와 차별을 깨나가기 위해 발언하고 행동했기 때문이다. 연예인이란 이름으로 가장 앞에서 모든 비난과 '악플'이란 이름으로 던져지는 돌을 온몸으로 맞았기 때문이다.

    구하라도 마찬가지다. 성폭력의 대상이 된 여성 연예인에게는 악플과 가십, 관심과 기사라는 이름의 2차, 3차 가해가 쏟아진다. 비난은 악플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고, 가십과 관심은 언론을 등에 업고 악순환을 거듭한다. 이 악순환의 고리에서는 화려하고 당당해 보이는 여성 연예인조차 비껴갈 수 없다.

    지난 16일 방송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루머의 루머의 루머: 누가 진리를 죽였나' 편에 출연한 한 BJ는 "악성 댓글 때문에 너무 징징대고 그러실 거면 저는 연예인 안 하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제작진이 만난 한 누리꾼은 "연예인이란 직업은 관심과 사랑만 받는 게 아니다. 악성 댓글도 받아야 되고 그것도 견뎌야 된다. 그러니까 좋은 차, 좋은 옷, 좋은 거 다 누리면서 사는 거 아니겠냐"고 말했다.

    '악플', '연예인' 그리고 '여성'. 그 어느 것 하나 '견뎌야 할' 것은 없다. 여성은, 여성 연예인은 악플로 발화되는 혐오와 차별조차 당연하게 감내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여성은 혐오와 차별을 미덕처럼 요구하는 사람들 앞에 던져진 채 일상의 혐오와 현실의 공포를 느끼며 살아야 할 존재가 아니다. 견디고 감내해야 할 게 아니라 잘못된 거다. 이에 대한 반성과 책임에서 물론 언론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혐오와 차별을 확대·재생산하며 이 사회에 각인시킨 데 큰 역할을 언론이 했기 때문이다.

    구하라와 설리, 그들의 죽음이 더 이상 연예인의 죽음, 악플의 피해로만 남겨지지 않기를 바란다. 악플 뒤에 숨어 있는 혐오와 차별, 그리고 그걸 사실상 용인한 사회와 미디어에 뼈아픈 기록으로 남기를 바란다. 혐오와 차별이 일상이 되는 게 아니라 여성이 여성으로서, 자신이 자신으로서 그저 일상을 살아가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이제는 "네 몫까지 열심히 살게"라는 말이 아니라 '함께 열심히 살자'는 말을 듣고 싶다. 그 전에 미안하다고,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고 말하고 싶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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