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오수정 기자 (CBS 심층취재팀)
◇ 김현정> 뉴스 속으로 훅 파고드는 시간, 훅!뉴스. CBS 심층취재팀 오수정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뉴스 속으로 훅 들어가 볼까요?
◆ 오수정> 이른바 윤창호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냈을 때 그 처벌수위가 대폭 강화됐고, 또 음주운전 적발 기준은 낮아졌죠. 술 한잔만 마시고 운전해도 적발될 수 있다는 얘기인데, 수치에 따라 면허 정지 또는 취소 처분을 받게 되죠. 그럴 때 다시 면허를 취득하려면 꼭 밟아야 하는 절차가 있습니다. ‘특별안전교통교육’이에요.
◇ 김현정> 특별안전교통교육.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된 사람들에게 기본적인 교통법규나 음주운전의 위험성까지 교육하는 거네요.
◆ 오수정> 특별안전교통교육은 도로교통공단이 주관하는데, 그 교육을 총괄하는 공단의 고위 간부가 정작 연거푸 음주운전에 적발된 사람이라면 어떨까요?
◇ 김현정> 도로교통공단, 그 안에서도 특히 음주운전자 교육을 총괄하는 간부가 음주운전 전력이 있다는 거예요?
◆ 오수정> 그렇습니다. 오늘 훅뉴스는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역행하는, 도로교통공단 내 인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 김현정> 정확한 보직이 뭐예요?
◆ 오수정> 도로교통공단의 교육관리처장입니다. 교통안전에 대한 각종 교육을 담당하고, 특히 전국에서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운전자들에 대한 교육을 총괄하는 자리입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음주운전으로 한번도 아니고 연이어 적발됐던 분이, 어떻게 그런 자리를 맡을 수 있죠?
◆ 오수정> 취재 결과, 김모 처장은 지난 2008년까지 두 차례나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된 사실이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이후 3급에서 2급으로 승진할 때도, 교통공단을 산하로 둔 경찰청 감사관실에서 문제를 제기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 김현정> 그런데도 그 사이에 승진을 해서 음주운전자 교육을 총괄하는 자리에 오른 거네요.
◆ 오수정>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김모 처장은 며칠 전 1급 승진 대상자로 발탁됐는데, 바로 지난달 맞춤형으로 내부 규정까지 바뀌어진 겁니다.
◇ 김현정> 원래는 불가능했던 것이 가능해지도록 규정이 바뀌어진 거예요?
◆ 오수정> 이전까지는 도로교통공단이라는 특성상, 음주운전 전력자가 최고위직으로 오르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난달 인사 기준을 새로 정비하면서 ‘1급 승진의 경우, 음주운전 징계 처분일로부터 10년 동안 승진을 배제시킨다’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습니다.
◇ 김현정> 이분이 2008년에 적발됐다고 했잖아요. 10년 동안 승진을 배제한다는 건, 10년 전 일은 묻지 않겠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김모 처장이라는 분은 면죄부를 받게 된 거네요?
◆ 오수정> 그런 기준이 마련되자마자 바로 1급으로 승진을 한 것이죠. 음주운전에 대한 내부 규정을 느슨하게 한 배경을 도로교통공단 관계자의 말로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 : 도로교통공단 관계자]
"내부적으로 생각해봤을 때도 무조건 음주운전 전력이 있다고 해서 승진에서 배제해버린다, 이건 너무 과도한 제한 아니겠느냐 해서 심사숙고 했습니다. 심사기준을 적용하게 되면 그 분 말고도 다른 분들도 일부 있습니다. 15년 전에 음주전력이 있고 했던 분들이 일부 있어요."◇ 김현정> 문제가 된 교육관리처장뿐만 아니라 음주운전으로 승진에 발이 묶인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그분들을 배려하기 위해 새 기준을 마련했다는 거네요? 지금 사회적으로는 음주운전에 대한 불관용 원칙이 세워지고 있는데, 오히려 도로교통공단 안에서는 기준을 느슨하게 하자는 건가요?
◆ 오수정> 이러니 내부에서조차 뒷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공단 내부 직원 게시판에는 "교통전문 기관에서 음주운전에 적발되고 계속 다니는 것만으로도 신기한 일 아니냐. 경찰이 살인미수 저지른 직원을 그냥 다니게 하냐. 정신 좀 차려라"는 글들, 또 "우리 공단이 뭐 하는 곳이냐, 음주운전해서 벌점 받은 사람들 교육하는 기관이다. 봐주자는 소리는 제발 우리 공단에서는 안 나왔으면 좋겠다." 이런 직원들의 글들도 올라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 김현정> 그럴 만하죠. 도로교통공단이 음주운전에 대해 스스로 면죄부를 주면, 음주운전하다 적발돼 그 공단에서 교육받는 사람들은 뭐라고 생각을 하겠어요.
◆ 오수정> 저희가 교육장을 직접 찾아가 그분들의 목소리도 들어봤는데요, 황당하다는 반응이었습니다. 특별안전교통교육을 받는 수강생들의 목소리, 들어보시죠.
[녹취 : 특별안전교통교육 수강생]
"개인적으로도 그런 분들이 일단은 일반 서민들보다 법규에 대해 규정을 잘 안다고 생각하잖아요. 솔선수범해서 우선적으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빠져나갈 수 있다는 안아한 생각 때문에 하지 않았을까. 음주운전도 자기도 알고 어느 정도 갈 수 있기 때문에 안이한 생각이 더 나쁘다 이거죠."◇ 김현정> 당사자의 입장도 궁금하네요. 음주운전으로 잇따라 적발되고도 음주운전 교육을 했고, 그러고도 또 내부 규정이 느슨하게 풀려 1급으로 승진까지 했다는 그분요.
◆ 오수정> 지금까지 충분히 불이익을 받을 만큼 받지 않았느냐, 이런 입장인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 도로교통공단 교육관리처장]
"그때 당시 적발됐을 때 제가 하고 있던 직업이 교육이었거든요. 몇 달 동안 교단에 설 자격을 잃었었어요. 징계라든가 교육도 못하고 그런 걸 다 겪었거든요. 풀려서 강의를 하고 그럴 때도 정말 잠 못 이루고 그런 것들을 저가 솔직히 교육에서 얘기하고 그랬어요. 제가 그렇게 살아왔거든요. 10년이 넘게..."◇ 김현정> 음주운전은 무조건 안 되지만, 그 중에서도 도로교통공단은 우리나라 교통안전과 교육을 책임지는 공공기관이잖아요. 심지어 음주운전 관련 여러 캠페인까지 진행하고 있는데 더 엄격히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는 거죠. 그런데, 도로교통공단에서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직원이 이 사람뿐입니까?
◆ 오수정> 사실 도로교통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도로교통공단에서는 이번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음주운전자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내부 징계처분 현황을 살펴봤는데요. 2017년에 3명, 2018년에 5명, 2019년에 4명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내부 징계를 받았습니다.
◇ 김현정> 꾸준히 나오고 있네요. 도로교통을 책임지는 공단 직원들의 음주운전, 더 엄격한 감시가 필요해보이고요. 지금 뉴스쇼 들으시는 청취자분들도 명심하셔야 합니다. 술자리가 많아지는 연말인데 술 마신 후에는 절대 운전대 잡을 생각도 하시면 안 됩니다. 여기까지 듣죠. 오수정기자 고생하셨습니다.김현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