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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부끄러움…미안함 가득했던 2019년 방송·연예계



뒤끝작렬

    분노…부끄러움…미안함 가득했던 2019년 방송·연예계

    [뒤끝작렬] 2019년 방송·연예계를 돌아보며
    정준영 단톡방부터 언론인 단톡방 등 불법 촬영물 사건
    여성의 일상을 위협한 범죄들
    '혐오' '차별'이란 사회적 폭력에 세상 떠난 여성 연예인들

    3월 12일 SBS '8뉴스' (사진=방송화면 캡처)

     

    '다사다난(多事多難)'. 방송·연예계의 2019년은 말 그대로 여러 가지 일도, 어려움도 많은 한해였다. 가수와 언론인의 불법 촬영물 사건부터 두 여성이자 여성 연예인의 안타까운 죽음도 있었다. 분노하는 한 해였으며, 부끄러운 일 년이었다. 그리고 미안함이 가득한 2019년이었다.

    지난 3월 가수 정준영이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이하 단톡방)에서 불법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한 사실이 알려지며 파문이 일었다. 정준영은 2015년부터 약 10개월 동안 룸살롱 여성 종업원, 잠이 든 여성 사진 등을 동료 연예인들이 있는 단톡방에 수시로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준영을 비롯해 범행을 저지른 이들에게는 1심에서 징역형이 선고됐다. 음악과 TV를 통해 웃음과 감동을 주던 이들의 범죄사실이 알려지며 그 충격은 더욱 컸다. 성폭력이 남성 문화 속에서 일상화되고 만연해 있음을 다시금 확인했다.

    여기에 일상의 불안과 공포를 더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회를 비판하고 범죄를 고발해야 하는 언론인조차 '성폭력 가해자'가 됐다.

    지난 4월 말 미디어오늘을 통해 언론인들이 익명의 단톡방에서 벌인 성폭력이 보도됐다. 단톡방 안에서는 취재 중 획득한 '클럽 버닝썬 영상',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동영상', 성폭력 피해자 등의 신상 정보, 성관계 영상 등이 유포·공유됐다.

    김세은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를 두고 "언론이라 일컬어지는 사람들이 시대착오적인 인식 속에서 깨이지 못하는 상황을 여실히 드러낸 중요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사진=방송화면 캡처)

     

    이뿐만이 아니다. 김성준 전 SBS 앵커가 지난 7월 지하철에서 몰래 여성의 신체를 촬영하다 이를 목격한 시민들에 의해 쫓기는 일까지 벌어졌다. 앞에서는 범죄 보도, 뒤에서는 범죄행위를 저지른 언론인들을 보며 우리 사회에 여성을 향한 '성(性) 인식'이 얼마나 비뚤어져 있으며, 뿌리 깊은지 다시금 확인했다.

    그리고 이를 언론이 또다시 확인시켜줬다. 지난 6일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에서 가수 김건모의 성폭력 의혹을 폭로한 이후 언론은 2018년 '미투 운동' 앞에서 폭력적이었던 모습을 그대로 답습했다. 구체적인 성폭력 피해를 언급하는가 하면, 성차별적이면서 혐오적인 표현인 'OO녀(女)'를 사용했다. 언론이 혐오와 차별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2019년 방송·연예계에서 발생한 범죄 사건에서 확인한 사실은 여성을 향한 혐오와 차별의 극단적이면서도 일상적인 단면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폭력'은 10월 14일 가수 설리, 11월 24일 가수 구하라, 두 여성이자 두 여성 연예인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여전히 미디어와 사회는 '여자다움'을 강조하고, 여성을 압박한다.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된 '여성'에, 쉽게 미디어에 노출돼 가십과 평가의 대상이 되는 '연예인'까지 더해진 '여성 연예인'은 약자가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어린 여성'이라는 타이틀까지 붙으면 약자는 더욱 약자가 된다. 지난 10일 발생한 EBS1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에서 15살 채연은 "폭력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자신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는 성인 남성의 행동을 보면서도 "출연자들끼리 허물없이 지내다 보니 발생한 심한 장난"이라는 해명 뒤에 숨죽일 수밖에 없었다. 성희롱을 연상케 하는 발언과 욕설을 들으면서도 가해자의 "억울하다"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가수 설리(사진 위)와 구하라.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박종민 기자)

     

    2018년 서지현 검사의 '미투(#MeToo·나도 성폭력 피해자다) 운동' 이후 사회가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러나 방송·연예계가 보여준 사건은 잔인했고, 그걸 가로막는 벽은 언론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씁쓸한 한해였다.

    2019년에 일어난 혐오와 차별, 그리고 성폭력에 분노한다. 그리고 지난해 여성들의 용기를 다시 거꾸로 되돌린 듯한 모습을 보인 언론이 부끄럽다. 이러한 속에서 혐오와 차별에 맞서다 세상을 떠나간 이들에게 미안하다. 2019년의 분노와 부끄러움과 미안함을 잊지 않겠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리고 해야 하는 건 사회의 부조리와 그릇된 인식, 위계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행, 약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에 맞서 함께 목소리 내고 행동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부디 2020년은 '연대'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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