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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겨울 장례식'이 열리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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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겨울 장례식'이 열리는 날

    [조중의 칼럼]

    기후변화 되살릴 수 없는 '터닝 포인트' 이미 지났을 수도
    아이슬란드 지난 5년 간 중소형 빙하 56개 녹아내려
    강추위 절기인 소한에 물난리난 산천어축제장
    '겨울 장례식' 열어야 하는 두려운 시간 다가오지 않기를

    (사진=연합뉴스)

     

    내가 초등학생이었던 1970년대만 해도 소한과 대한 절기가 들어 있는 1월 초순에서 중순을 지날 무렵이면 천지가 꽁꽁 얼어붙었다. 외출을 하려면 털모자를 쓰고 목도리를 칭칭 두르고 장갑을 꼈다. 처마 끝에 고드름이 즐비했고 냇물은 하얗게 얼어붙었다.

    요즘은 절기 중 가장 춥다는 소한인데도 얼음이 얼지 않는다. 1951년 1.4 후퇴 당시 피난민들이 꽁꽁 얼어붙은 한강을 건너던 사진이 경이로울 지경이다. 지구 행성은 어쩌다가 이렇게 따뜻해진 걸까.

    지난해 8월 20일 아이슬란드에서는 700살 된 빙하의 장례식이 열렸다. 오크화산을 700년 가까이 덮고 있던 빙하가 녹아서 사라진 것이다. 이 장례식에 참석한 아이슬란드 총리 야콥스도티르가 말했다. "이 추모비는 지금 무슨 일(지구 온난화)이 일어나는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음을 알리기 위한 것입니다." 빙하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이슬란드에서만 지난 5년 간 약 400개의 빙하 중 중소형 빙하 56개가 녹아내렸다.

    같은 해 9월 22일 세계기상기구(WMO)는 최근 5년이 인류 역사상 가장 더웠고 이산화탄소 농도도 가장 높았다는 분석 자료를 발표했다. 페테리 탈라스 세계기상기구 사무총장은 "지금 같은 기후변화는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9월 23일 이날도 빙하 장례식이 열렸다. 이번에는 스위스 알프스산맥의 해발 2700미터 피졸산이었다. 피졸 빙하는 2006년 이후 급속히 빙산의 90%가 녹아내려 사망선고를 받았다. 알프스에서는 1850년 이후 빙하 500개가 녹아서 자취를 감췄다.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발생한 산불로 연기가 피어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1월 8일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는 위성과 지상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아마존 열대우림의 대기에 있는 습기와 수분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습기와 수분이 가득해야 할 열대우림이 건조해고 있는 것은 재앙이다. 몇 달째 열대우림지대에서 쉬지 않고 발생하는 화재도 대기가 건조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의 화재 발생 건수는 2018년보다 무려 85% 증가했다.

    과학 잡지 네이처는 세계가 기후변화의 상황을 되살릴 수 없는 '터닝 포인트'를 이미 지났을 수도 있다는 과학자들의 경고를 실었다. 그런가하면 미국해양대기청(NOAA)는 연례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북극의 평균기온이 지난 30년 평균보다 섭씨 1.9도 높다고 분석했다.

    대한민국도 다르지 않다. 유난히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성탄전야에 전국에 눈 대신 많은 비가 내렸다. 전국에 눈다운 눈이 내리지 않고 있다. 강원도 화천군의 산천어축제장에는 때 아닌 비로 물난리가 났다. 당초 4일 개막하려던 것을 11일로 연기했지만 얼음이 얼지 않고 있다. 홍천강 꽁꽁축제 역시 3일 열기로 했지만 강물이 결빙되지 않아 10일로 연기했고 평창군 송어축제도 오대천이 얼지 않아 지난달 21일 개막하려던 것을 연기한 상태다.

    7일 오후 강원 홍천군 홍천강 꽁꽁축제장에 겨울답지 않은 날씨에 겨울비가 내려 얼음이 녹아내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반도 주변의 해수면 상승 속도도 위기 수준이다. 국립해양조사원은 최근 한반도의 해수면이 매년 2.92mm 씩 높아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세계 평균 해수면 상승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다. 특히 제주는 연평균 4.26mm씩 높아지고 있고 동해안도 매년 3.50mm씩 높아지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바닷물의 열팽창과 극지방에서 빙하가 녹아내리기 때문이다.

    겨울이 따뜻해지면서 눈과 얼음이 사라지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데다가 해수면까지 급속히 높아지고 있는데도 모두의 반응은 둔하다. 심각한 위기가 하나 둘 현실로 나타나는데도 방관하고만 있다. 인간에게 막대한 고통을 가져다주고 끝내 파멸로 이끌 수 있는 기후변화가 '터닝 포인트'를 이미 지났을 수도 있다는 과학자들의 경고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이대로라면 불과 몇 년 뒤 한반도에서도 겨울이 사라질지 모른다. 빙하 장례식처럼 겨울 장례식을 열어야 하는 두려움과 슬픔의 시간이 현실로 나타나지 않기를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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