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뒤끝작렬] 외국인=신종코로나? 법무부 대응 최선입니까



뒤끝작렬

    [뒤끝작렬] 외국인=신종코로나? 법무부 대응 최선입니까

    '감염 확산 방지' 외국인 교육프로그램 중단
    내국인 집단교육 프로그램은 '유지'
    불법체류자에 '한시적' 보건서비스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서울대병원 메르스 치료 격리병동을 방문, 의료진과 통화하고 있다. 2015.6.14 (사진=연합뉴스)

     

    "살려야 한다".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격리병동의 사무실을 방문한 모습은 대통령의 헌신이나 절박함보다는 '연극'으로 비춰졌다. 같은 날 청와대는 "대통령 최고"라는 시민들의 반응까지 보도자료로 내면서 국가 위기 상황을 지지율 상승의 기회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5년이 지나고 정권이 바뀌었지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정부 대응도 후한 점수를 받긴 어려워 보이는 측면이 있다. 법무부가 앞장서서 외국인에 대한 '선제적 조치'를 홍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법무부는 국내 체류 외국인에 대한 사회적응프로그램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최근 중국 체류 또는 여행 경력이 있는 교육생들의 참여가 우려돼 사전 예방 차원에서 한시적으로 중단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사회적응프로그램은 이미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이나 귀화한 외국인이 대상이다. 함께 중단된 '조기적응프로그램'도 이미 국내에 들어와 장기 체류하려는 외국인들이 주로 듣는다.

    질병관리본부는 중국 후베이성(우한시 포함) 방문자 중에서도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확인될 때만 격리조치하고 있다. 후베이성 외 중국 방문자는 폐렴 진단 시에만 격리조치 되고 다른 국가 방문자들은 아직 감염병 감시나 대응·관리가 필요한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그럼에도 법무부는 이미 국내에 거주 중인 외국인 전반을 '잠재적 위험요소'로 손쉽게 규정한 셈이다. 2015년의 "살려야 한다"가 그저 "막아야 한다"로만 바뀐, '나쁜 마케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집합교육' 자체를 중단한다는 목적이라면 법무연수원에서 진행 중인 내국인 대상 집합교육 프로그램들도 모두 취소했어야 논리적이다. 그러나 검찰신규자, 신규교정직, 소년비행예방교육 등 짧게는 이틀에서 길게는 7주간 진행되는 프로그램들은 모두 정상 운영하고 있다.

    또 전날(1월 31일) 법무부는 불법체류 외국인도 '통보 의무' 의심 없이 감염증 진단을 받도록 조치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감염 의심 증세가 있는 미등록 외국인 체류자에게 합법적인 의료 서비스의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법무부 발표의 방식과 시기 등을 두고 여전히 차별적이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그간 시민사회계에서는 미등록 외국인에게도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그럼에도 꿈쩍하지 않던 법무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국면에서는 '불법체류자'들이 내국인을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보고 통제·관리에 나선 듯한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조영관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불법 체류자) 통보 의무'를 면제한다는 식의 발표보다는 미등록 외국인도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건강과 복지를 보장받을 자격이 있다는 취지였다면 더 의미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제와 차별, 혐오, 낙인은 치사율이 높은 바이러스다. 정부는 메르스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물론이고 이 오래된 바이러스 역시 앞장서서 막을 의무가 있다.

    '불법체류자'를 특별한 감염 위험군처럼 보이게 하지 말 것. 부정확한 정보를 근거로 (중국인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조장하지 말 것. 더 나아가 '외부인'으로 구분지었던 이들에 대한 시혜 또는 통제·관리적 시각에서 벗어날 것.

    한나 아렌트의 말처럼 우리는 '지상에서 누구와 함께 살 것인지' 선택하고 선별할 수 없다는 점을 틈틈이 되새겨야만 '전염병들'을 물리칠 수 있을 것이다.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