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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혐중 바이러스' 물리치는 성숙한 시민의식



뒤끝작렬

    [뒤끝작렬] '혐중 바이러스' 물리치는 성숙한 시민의식

    일부 정치인 등 부채질에 위험 수위에 이른 중국 혐오증
    패권주의에 발끈한 측면…中 상처 감안, 차분한 대응 필요
    인종차별적 중국 비하는 서구 오리엔탈리즘 동참하는 격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20년 전 중국 연변을 거쳐 오른 백두산 등정길, 지금도 낙후한 중국 변방의 사정은 당시로선 더 열악했다.

    한국인 단체 관광객을 실은 버스가 잠시 휴식을 위해 정차한 곳에는 화장실이랍시고 파란색 비닐로 대충 둘러친 게 전부였다.

    깨끗할 리 만무하고 심지어 아무 여과시설도 없이 오물이 근처 호수로 흘러드는 것 같았다.

    한 초로의 관광객이 "중국은 아직도 멀었다"며 죄 없는 20대 초중반의 조선족 가이드를 괜히 타박했다.

    의문의 일격을 당한 가이드는 할 말이 많은 듯 했지만 얼굴만 붉힐 뿐이었다. 갑자기 싸늘해진 버스 안 분위기는 또 다른 관광객이 점잖게 나서면서 풀렸다.

    "선생님, 우리나라도 10년 20년 전에만 해도 시골에 가면 이런 곳 많았습니다. 그리고 이 사람은 우리 동포지만 엄연히 중국 사람이에요."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보며 불쑥 옛 기억이 솟았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년 간 중국의 국력은 급신장했지만 이번 사태에서 드러났듯 선진화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사이에 한국인의 시민의식, 세계시민적인 안목은 얼마나 성장했는지 따져보면 이 역시 후한 점수를 주긴 힘들 것 같다.

    신종 코로나로 인한 '중국 혐오증'은 일부 정치인과 언론이 부채질한 탓이 크지만 그게 아니라도 매우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그렇지 않다면 중국인 거주 지역 배달 거부 같은 처사는 나오기 어렵다.

    수출대상 1위 중국을 배척하는 게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일인지 타산을 떠나 한국인의 선한 심성에 이런 독한 구석이 있다는 사실도 놀랍다.

    물론 중국 혐오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등에서 나타난 중국 패권주의에 대한 반발 성격이 짙다.

    그러나 중국은 지금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입은 처지다. 중국과의 관계를 아주 끊을 게 아니라면 과거 감정은 뒤로 물리고 오히려 대국적으로 나서는 게 현명해 보인다.

    신종 코로나 발생 원인으로 지목되는 중국 특유의 식문화만 해도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비판할 수 있지는 의문이다.

    우리 역시 개고기 식용 문제로 서구사회의 비판을 받았던 터에 이제는 그들의 시선으로 중국의 야만성을 함께 조롱하는 것은 불편한 일이다.

    (사진=연합뉴스)

     

    문화의 차이는 있어도 우열은 없다. 물론 현실과 이상은 다르지만 국제사회에서도 그런 '정치적 올바름'을 견지하는 것이 그 자체로 옳고 국가 전략으로도 좋다.

    예컨대 신종 코로나 사태의 여파로 유럽에서 중국인 뿐 아니라 한국인까지 뜻밖의 차별 피해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결국 인종차별적 중국 비하는 서구 오리엔탈리즘에 다시 포섭되는 것이고, 21세기판 '소(小) 중화'를 자처하는 시대착오나 마찬가지다.

    다만 언론과 인터넷 여론 등을 살펴보면, 한때 맹렬했던 중국 혐오증도 어느 정도 진정세로 돌아선 듯 보인다. 도 넘은 이상증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성숙한 자정기능을 발휘하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 자체의 변수가 커서 아직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이번 사태는 시민의식을 한층 더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우리 국민은 일본의 경제보복이란 초유의 사태에도 의연하고 품위 있게 대처했다. 다시 한 번 저력을 보여줄 차례다.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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