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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권언유착과 언론의 공정성…그리고 전략적 모호성



뒤끝작렬

    [뒤끝작렬] 권언유착과 언론의 공정성…그리고 전략적 모호성

    문 대통령, 중앙일보 정치부장 출신 강민석 부국장 대변인 임명
    지난해 윤도한, 여현호 현직 기자 靑 직행 논란에 이어 논란 재점화
    중앙일보 노조 "청와대가 언론과 권력의 건강한 긴장 관계 해쳤다"
    악화되는 언론환경…과거 권언유착 우려보다는 권력지향하는 언론속성 경계
    시대가 변했지만 특정 여론몰이라는 언론 권력 기제 여전히 작동

    "현직 언론인이 이렇게 청와대에 바로 오는 것이 괜찮은 것인가 하고 비판한다면 그 비판을 달게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언론 가운데 아주 공정한 언론인으로서 사명을 다해온 분들은 공공성을 살려온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권력에 야합하는 분들이 아니라 언론의 영역에서 공공성을 살려온 분들이, 역시 공공성을 제대로 살려야 할 청와대로 와서 공공성을 지켜줄 수 있게 해 준다면 전 그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1월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나온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다.

    "취임 직후 문 대통령은 '권력과 언론 간의 관계는 건강한 긴장관계여야 한다'고 말했지만, 현직 기자가 사표 수리된 지 일주일, 그리고 이틀도 안돼 권력의 중심인 청와대에 들어왔고, 권력 감시라는 언론의 순수성과 진정성이 의심받게 됐다"는 한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바로 하루 전에 있었던 청와대 2기 참모진 개편에서 MBC 윤도한 논설위원과 한겨레 여현호 선임기자가 소속사에 사표를 낸지 얼마 되지도 않아 각각 국민소통수석과 국정홍보비서관으로 임명된 게 적절한지를 묻는 질문이었다.

    권력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이 현직 기자의 '청와대 직행'을 계기로 자칫 개인의 입신양명 창구로 희화화되거나, 그간 펜과 마이크를 특정 목적을 가지고 사용하지 않았냐는 국민의 불신 등으로 이어져 언론의 정치적 중립 자체가 의심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문 대통령은 언론인의 공공성을 강조하면서 "과거 일부 언론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른바 '권언유착'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정부에서는 전혀 없다고 자부하고 있다"며 양해를 구했다.

    정치 권력에 수위가 있다면 최고점으로 인식될 수 있는 청와대.

    권력 감시에 대한 방어자 혹은 국정홍보 책임자로 현직 언론인을 발탁하면서 특정 언론에 특혜를 주고 해당 언론은 정권을 비호했던 과거의 잘못된 관행은 이제 없어졌으니 안심해도 좋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당시 해당 기자의 질문은 촛불정신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서 권언유착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반복되는 현직 언론인들의 청와대행이 결국 언론에 대한 국민 신뢰를 훼손하고 그 폐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염려였다.

    언론의 공정성 훼손을 물었지만 권언유착은 없다는 다소 결이 다른 답이 돌아온 것은 '전략적 모호성'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게했다.

    당시 언론계 선후배들이 평가하는 기자 윤도한은 그 누구보다 기자정신이 투철하고 불의를 참지 못하는 진정한 언론인이었다.

    그는 2017년 11월 MBC사장 출마 당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시키는 대로 기사를 만들고 사실을 왜곡하며 권력을 비판하지 못했던 기자들은 더 이상 뉴스를 만들면 안 된다. 이런 기자들이 쓰는 기사는 흉기”라고 질타하며 권력에 대한 언론의 '봉사'를 경계했다.

    언론 선배들은 신문기자 여현호에 대해서도 '타고난 법조기자', '권력과 쉽게 타협하지 않는 참언론인'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이 청와대 2기 참모진에 합류했다고 MBC와 한겨레가 '정권의 나팔수'가 되고 청와대는 해당 언론사에 특혜를 줄거라고 생각하는 현장 기자들은 지금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

    다만 '어제'까지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다가 '오늘'부터 얼굴을 바꿔 권력의 핵심 참모가 된다면 정치인을 뺀 일반 국민 그 누가 언론의 순수성을 의심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1년 여가 지난 2020년 2월 6일. 문재인 대통령은 네 번째 청와대 대변인에 중앙일보 정치부장 출신의 강민석<사진> 콘텐츠제작에디터를 임명했다.

    정치인 출신 박수현 초대 대변인과 한겨레 기자 출신 김의겸 전 대변인, KBS 아나운서 출신 고민정 전 대변인에 이어 언론인 출신으로는 세 번째 대변인이 됐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일선에서 취재했던 김의겸 전 대변인은 당초 문재인 정부 초대 대변인으로 하마평에 오르내렸지만, 현직 언론인의 청와대 직행에 부담을 느꼈던 탓인지 한겨레에 사표를 내고 7개월만인 2018년 2월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고민정 전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각종 북콘서트에 동행하며 선거운동을 도왔고, 이후 부대변인으로 청와대에 들어와 김 전 대변인 뒤를 이었기에 현직 언론인의 '청와대 직행'이라는 '오명'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신임 대변인 임명 소식을 전하면서 "강민석 신임 대변인은 경향신문에서 기자를 시작해 중앙일보에서 취재와 보도를 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며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대변인 업무를 해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브리핑에서도 1년 전과 비슷한 질문이 나왔다.

    "작년에도 현직 기자가 바로 오는 것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윤도한 소통수석도 그렇고 여현호 국정홍보비서관도 그렇고. 당시 대통령도 '비판을 달게 받는다'고 했는데 왜 또 언론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할 부담을 무릅쓰고 현직 언론인의 청와대 직행 인사가 이뤄졌냐?"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논란이 있었지만 개인의 경험과 능력을 하나의 자산으로 평가하고 기용을 했다고 당시에도 말했고 지금도 그렇다"고 답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KBS 출신) 민경욱 대변인과 (MBC 출신) 정연국 대변인이 임명됐을 때 민주당은 비판 논평을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현직 언론인의 청와대 직행은 '내로남불'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당시에도 지적했던 부분이 권언유착이었는데 실제로 대통령도 그런 권언유착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고 저는 실천됐다고 생각한다. MBC 출신 윤도한 소통수석과 한겨레 여현호 비서관도 마찬가지"라며 "개인의 능력과 그가 쌓은 경험을 자산으로 평가하고 사회적 자산 부분에 대해서는 공적인 일에 쓸 수 있다고 본 것"이라고 답했다.

    역시 권언유착은 없기에 기자 개인의 능력만 보고 언제든 청와대 참모로 발탁할 수 있다는 취지다.

    언론의 공정성 훼손 우려에 권언유착은 없다는 '절대명제'가 다시 한 번 등장한 셈이다.

    강 신임 대변인이 몸담았던 중앙일보-JTBC 노조는 이날 "정치부장과 정치에디터를 거쳐 우리 신문의 정치 분야를 담당하는 콘텐트제작에디터로 일하던 그가 잠시간의 냉각기도 없이 곧바로 청와대 직원이 됐기에 우리는 유감을 표한다"며 "이번 인사는 현직 언론인의 청와대 직행이라는 나쁜 기록을 이어갔다. 우리는 청와대가 언론과 권력의 건강한 긴장 관계를 해쳤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걸 분명하게 밝힌다"고 밝혔다.

    시대가 변했지만 언론도 여전히 특정 여론몰이라는 태생적 권력 기제를 작동시킨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장관 임명 논란 때 국민은 혹독하기까지 한 극단적 진영 대립을 경험했고, 언론은 최전선에서 국론 분열을 자초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언론 환경은 갈수록 특정 정치 세력의 논리를 대변하는 쪽으로 강요되고, 뉴스 소비자는 자신들과 정치적 견해를 같이하는 뉴스만 찾는 일종의 '필터버블'(Filter Bubble 필터링 된 뉴스만 접하는 현상)에 노출돼 있다.

    과거에 횡행했던 권언유착을 걱정하기보다는 권력을 지향하는 언론의 속성이 더욱 강화되고, 또 현직 언론인들의 '청와대 직행'이 던져주는 잘못된 신화가 자칫 권력에 대한 '줄서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하는 언론지형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언론 환경이 악화될수록 언론의 공정성와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민주주의적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소중히 지켜져야 한다는 얘기다.

    다음 혹은 다다음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져 청와대에 입성한 현 야당이 현직 언론인들을 마음대로 뽑아쓴다면 현 청와대 참모들과 민주당은 이를 비판할 자격이 있울까?

    2014년 2월 박근혜 정부 2년차. 당시 민경욱 KBS 문화부장이 청와대 대변인에 임명되자 민주당은 논평을 내고 "언론인을 청와대 직원쯤으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같은 해 6월 청와대가 윤두현 디지털 YTN 사장을 신임 홍보수석에 임명하자 금태섭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권언유착의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정치적으로 편향된 행태를 보여 온 윤두현 씨가 청와대 홍보수석으로서 언론기관을 대할 때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명약관화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듬해 10월 박근혜 청와대가 정연국 MBC 시사제작국장을 새 대변인으로 임명하자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권력의 잘못을 비판해야할 책무를 가진 현직 언론인이 권력의 권부로 자리를 옮긴 것은 매우 잘못된 행태"라며 "더욱이 한 언론사를 대표하는 시사토론프로그램 진행자가 청와대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MBC의 공신력에도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고 날을 세웠다.

    당시 민주당은 권언유착 우려보다는 언론의 공정성 훼손을 걱정했다.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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