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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태영호의 지역구 출마에 신중해야하는 이유



칼럼

    [칼럼] 태영호의 지역구 출마에 신중해야하는 이유

    자유로운 조언자와 정치인은 완전 달라
    "보수와 진보 이분법 우려"가 역설로 나타날 수도
    유세 중에 불상사 발생할 경우 선거판 전체가 엉뚱한 방향으로
    지역구 대표로서 적절한지도 의문
    현 정부 대북정책에 대한 자유로운 견제자가 나을 수도

    지난 11일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입당과 4·15 총선 지역구 후보 출마 발표 기자회견을 가진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운데)가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 황교안 대표(오른쪽)와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자유한국당이 태영호(58)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의 4.15총선 지역구 출마를 발표했다.

    태 전 공사는 지난 2016년에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이후, 북한 정권을 비판하고 비핵화의 허구성을 주장하는 강연과 언론기고 활동을 해왔다.

    태영호 전 공사는 "북한 선원들을 강제송환한 것을 보고 좌절감을 느껴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대한민국에 제가 북한 인권과 북핵 문제의 증인이었듯 북한에는 자유민주주의와 대의민주주의의 증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한민국 국회의 지역구 국회의원에 당선된다면 선량한 북한 주민과 엘리트들에게 희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탈북자의 국회 진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2년 조명철 전 김일성대 교원이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의정활동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 태영호 전 공사의 국회진출은 그때와 의미가 좀 다르다.

    태영호 전 공사는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이후 탈북한 북한 지도층 인사 중에 가장 고위급이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지난 11일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입당과 4·15 총선 지역구 후보 출마 발표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을 받는 모습.(사진=윤창원 기자)

     

    태영호 전 공사는 또 황장엽 전 비서와 달리 대한민국에 입국한 이후 비교적 자유롭고 활발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쳐왔다.

    당연히 북한 정권 입장에서는 눈엣가시처럼 보일 것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 국회에, 그것도 지역구 출마를 하겠다고 나섬에 따라 여야의 문제를 넘어 남북 간 현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정치권은 정권을 잡기 위해 여야가 경쟁하고 공방을 벌이는 곳이다. 당리당략이 우선되는 경우가 많다.

    태영호 전 공사가 국회로 진출하는 순간 그는 탈북 지식인이 아니라 한 명의 정당인이자 정치인이 된다.

    남북문제가 정도를 넘는 정치적 공방의 소재가 되고 가뜩이나 보수와 진보로 갈라진 양극단 진영논리를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태 전 공사는 "진보세력은 통일주도 세력이고 보수세력은 반통일 세력이라는 이분법적 관점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지난 11일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입당과 4·15 총선 지역구 후보 출마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있는 모습.(사진=윤창원 기자)

     

    그러나, 그의 국회 진출 자체가 이런 이분법적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역설이 될 수도 있다.

    남북문제나 비핵화 문제가 여야 간 정치적 공방의 대상으로 협소화될 경우,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태영호 전 공사의 정치적 발언이 북한을 자극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한국당 입장에서는 북한과 앞으로 계속 대화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태영호 전 공사에게 매일 4명의 경호인력이 붙고 있지만 국회에 진출할 경우 공개활동을 하는 그에게 경호인력이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선거유세 기간 동안 불상사라도 일어난다면 총선의 이슈가 엉뚱한 곳으로 옮겨붙어 선거판이 예상치 않은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한국당은 태 전 공사를 당선 가능성이 높은 서울 강남 지역에 출마시킬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지역구 국회의원은 지역을 대표하고 지역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지역 사정에 어두울 수 밖에 없는 인사를 지역구에 출마시키는 점이 지역 주민들에게는 실망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검검해야 한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지난 11일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입당과 4·15 총선 지역구 후보 출마 발표 기자회견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따라서, 태영호 전 공사를 굳이 국회로 끌어들이기보다는 지금처럼 남북문제나 비핵화 문제에 대해 정치적 관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자신의 소신을 펼치도록 하는 것이 낫다는 지적이 많다.

    태영호 전 공사의 소신은 남북문제의 조언자로서 매우 소중한 가치를 갖고 있다.

    그러나, 태영호 전 공사가 특정 당의 정치인으로 나선다면 별개의 상황이 된다.

    혹시라도 태영호 전 공사의 지역구 출마가 분열과 갈등의 또 다른 불씨가 된다면 남북문제의 조언자가 아닌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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