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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부터 장애인들까지…일상 속 탄소 줄이기 '눈길'



영동

    청소년부터 장애인들까지…일상 속 탄소 줄이기 '눈길'

    [뜨거워지는 지구…우리의 '과제'는 ②]
    탄소배출 줄이기에 나선 해랑중 아이들의 '특별한 변화'
    학생들 "작은 움직임일 수 있지만, 모이면 큰 변화 가능"
    탄소 줄이고 기부도 하고…'에너지자립 도시' 조성 기대
    장애인 동참 '주목'…"모습 다르지만 다 참여할 수 있어"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고온다습한 날씨로 호주에서는 6개월간 산불이 이어졌다. 올 겨울 제주도는 낮 최고 기온이 23.6도까지 오르면서 1월 기록으로는 1923년 기상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 '겨울 왕국'으로 불리던 강원 동해안 지역에서는 최근 3년간 눈을 보기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 같은 기후 이상징후 속에서 탄소배출 줄이기를 실천에 옮긴 이들이 있어 주목된다. 강원영동CBS는 일상생활에서 탄소배출 줄이기에 나선 시민들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우리 사회의 과제는 무엇인지 짚어보는 연속 보도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남 일 같지 않은 호주 산불…동해안 주민 "경각심 느낀다"
    ② 청소년부터 장애인들까지…일상 속 탄소 줄이기 '눈길'
    (계속)


    기후변화에 대응해 일상 속에서 '탄소배출 줄이기'에 나선 시민들이 있어 눈길이 쏠리고 있다. 청소년부터 장애인까지 주체도 다양하다.

    강원 속초시 해랑중학교 1학년 4반 아이들은 벌써 지난해부터 '소동'을 벌여왔다(CBS노컷뉴스 19.11.22. 기후변화 대응, 중학생들이 나섰다…해랑중 '기특한 움직임'). 짧은 거리도 자동차나 버스를 이용했던 습관을 바꿔보자는 것. 시작은 등·하교부터였다.

    아이들에게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학기를 마치고 방학을 맞은 아이들을 다시 만났다.

    "이제는 친구들이랑 놀러 갈 때도 무작정 택시를 부르거나 버스를 타지 않고, 시간을 조금 더 투자해서 걸으려고 해요. 할머니 집도 걸어서 15분 거리인데 맨날 택시를 탔었거든요. 그런데 '탄소배출 줄이기 체인지메이커' 활동 이후에는 걸어서 다녀요. 처음에는 힘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운동도 되고 더 좋아요."

    두 뺨에 홍조를 띤 박별하(15)양이 눈을 반짝이며 달라진 자신의 일상을 전했다. 해랑중 1학년 4반 학생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걸어서 등·하교했다. 일종의 '탄소 줄이기 프로젝트'로, 체인지메이커 활동을 진행한 까닭이다.

    속초 영랑호 주변을 걷고 있는 해랑중 1학년 4반 학생들. (사진=유선희 기자)

     

    활동 자체가 신기하고 즐거웠다는 정하늬(15)양은 "맨날 부모님이 태워주시는 차를 타고 등·하교했는데 직접 걷다 보니 그동안 탄소를 많이 사용했구나, 하는 의미를 알게 된 것 같다"며 "예전 같으면 비가 오면 무조건 부모님께 태워달라고 했는데 활동 이후에는 친구랑 같이 걸어 다녔다"고 변화를 이야기했다.

    또 "이번 호주 산불을 보면서 안타깝다는 마음을 넘어서 저희가 이렇게 걸으면서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물론 저희의 움직임이 엄청난 것은 아닐지 몰라도, 한국 어디에선가 이런 작은 활동이 계속 모이다 보면 탄소배출 줄이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학생들이 진행한 '체인지메이커' 활동은 '기부금'을 모은다는 특징이 있었다. 학부모나 교사 등은 '페이스메이커'로서 아이들이 자전거나 도보로 이동할 때마다 1km당 100원씩 기부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학교 앞 경비실에 태양광 시설 설치를 계획했다.

    다행히 어른들의 큰 도움으로 기부금은 90만 원 가까이 모였다. 그러나 학교에서 태양광 시설 설치에 난색을 보여 현재 적당한 장소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은총(15)양은 "당초 계획대로 진행하지 못하는 점은 아쉽지만, 목표금액이 모인 만큼 적절한 장소를 찾아 태양광 시설을 설치했으면 좋겠다"며 "사람들이 함께 모이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으니 2학년에 진학해서도 열심히 걸어다닐 생각"이라고 수줍게 웃어 보였다.

    지난해 체인지메이커 활동을 하면서 쌓아온 km를 적어놓은 기록. (사진=해랑중 유금희 선생님 제공)

     

    현재 속초지역에서는 시민들을 중심으로 탄소배출 줄이기 활동과 더불이 이를 기금으로 조성해 '에너지자립, 에너지전환 도시'를 만들어보자는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체인지메이커들이 탄소가 배출되지 않는 수단으로 이동한 km를 커뮤니티에 공유하면, 지역 가게나 기업 등 페이스메이커들이 이를 1km당 100원으로 환산해 '시민행복기금'에 적립한다. 돈 적립은 체인지메이커 이름으로 이뤄진다. 결국 체인지메이커들은 탄소배출을 줄이는데 일조하는 동시에 기부도 하는 셈이다.

    이와 함께 페이스메이커에 참여하는 기업과 가게들은 유익한 일에 동참한다는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현재 페이스메이커로 참여하는 지역 가게는 속초 응골딸기와 강릉 교동빵집 등이다.

    이렇게 차곡차곡 모인 시민행복기금은 태양광 시설 설치 등 친환경 에너지전환 환경을 만드는 공적인 목적으로 쓰인다. 이 활동은 일명 '탄소 사냥꾼'이라고 불리는데, 현재 속초에서 20여 명이 체인지메이커로 적극 활동 중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장애인'도 동참하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 김준형(42)씨의 모습으로, 오전에만 3.2km를 이동했다. (사진=유선희 기자)

     

    제일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장애인 김준형(42.속초)씨는 "전동휠체어는 탄소배출이 없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않는 데다 돈을 들이지 않고 기부할 수 있고, 또 이 활동이 다시 시민들에게 돌아간다고 하니 좋은 취지라고 생각해 참여하게 됐다"며 "휠체어는 밧데리를 이용하기 때문에 장거리는 이동하기 힘들겠지만, 가까운 거리는 앞으로 더 많이 움직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항상 이동권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해왔는데, 환경부분도 함께 이야기하면서 도로 개선 등 이동권 문제를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휠체어가 우리의 '다리', 라고만 생각했는데 환경적으로도 도움이 된다니 아무래도 더 뿌듯하다"고 말했다.

    현재 이 활동에 동참 의사를 표명한 장애인 단체는 속초 아우름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다. 이재균 센터장(42)은 이 단체에서만 10명 정도가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처음 제가 센터를 만들 때 취지는 장애인이 무조건 수혜자 입장이 아니라 우리도 우리의 능력을 키워서 작은 일이라도 베풀자는 것이었던 만큼 동참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다만, 현재 km를 측정하는 앱이 도보나 자전거 등에만 맞춰져 있고 속력이 느린 휠체어에 적합한 앱은 없어 사용에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장애인 이은실(여.44)씨는 "서로 모습은 다르지만, '똑같이 다 함께 여러 사람이' 지구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며 "자전거 타는 분들도 함께하고, 저희는 휠체어를 타고, 또 누군가는 직접 걷는 등 어떤 방식으로든지 함께 참여한다는 데 의미를 두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속초고성양양환경연합 김안나 사무국장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작은 행동이라도 실천에 나서는 것은 굉장히 의미 있고 바람직하다"며 "이같은 시민들의 행동이 지자체 나아가 국가차원의 정책구상에도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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