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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무료제공' 구글, 넌 계획이 다 있구나



IT/과학

    '식사 무료제공' 구글, 넌 계획이 다 있구나

    창업 초창기부터 아이디어를 위한 '무료식사 제공'
    2012년부터 '더 건강한' 음식 개선 프로그램 시작
    더 나은 '우연한 충돌' 장려에 식생활까지 개선 유도

    (사진=Unsplash@priscilladupreez)

     

    구글은 직원들에게 양질의 무료 식사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구글이 '조건 없이' 음식을 제공한 것이 아니라 실험을 수반한 '계획'의 일환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구글의 첫 무료 식사 제공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회사 전속 요리사 찰리 에이어스(Charlie Ayers)는 구운 호박을 곁들인 스리랑카식 치킨 카레를 시작으로 40여 명의 구글 직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구글은 글로벌 기업으로 초고속 성장한 뒤에도 직원들을 위한 여러 복지 가운데 식사 제공을 특히 중요하게 생각했고 업계에서도 구글의 점심식사 메뉴는 최고수준으로 꼽힌다. 영향을 받은 실리콘밸리 중견기업들도 앞다퉈 무료 식사 제공을 첫 번째 복지로 도입할 정도다.

    구글은 최근 몇 년간 직원들의 식생활 개선을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다양한 실험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직원들이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게 하는 등 식생활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글은 5년 전부터 조용히 새로운 사내 음식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급여나 복지만으로 직원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했다. 식생활에 주목한 구글은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제공된는 식사나 간식 메뉴뿐만 아니라 제공 방식에서도 변화를 시도했다.

    구글 마운틴뷰 본사 (사진=구글)

     

    구글은 이용자에게 제공되는 육류, 디저트 등의 크기를 제한하고 탄산음료와 초콜릿 대신 물과 과일을 선택하도록 건물을 새롭게 설계했다. 구글 글로벌 직장 프로그램 디렉터 미첼 바커(Michiel Bakker)는 "직원들이 '건강한 것을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었다"고 말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와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990년대 부터 "하루에 최소 5종류의 채소와 과일을 먹자"는 '5 A DAY' 캠페인을 실시해왔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2017년 기준 권장량의 채소를 섭취하고 있는 미국 성인은 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미국 성인 3명 중 1명, 어린이 5명 중 1명은 비만, 당뇨병·심장병·암 등 만성질환의 위험이 증가했다. 건강에 해로운 식생활이 사회 문제가 되면서 다이어트 산업은 연간 660억 달러(약 79조 5000억원)에 달한다.

    그런 사이 구글이 작은 아이디어로 직원들의 식생활 변화를 이끌어냈다.

    구글이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유명한 사실인데 애시당초 사내 식당이 직원들의 건강이나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생긴 것은 아니었다. 구글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가 '우연한 충돌(Casual Collisions)'이라고 말한 것에서 유래했다. 직원들이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것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한다는 것이 사내 무료식당 운영의 출발점이다.

    구글 캠페인 이후 뉴욕 오피스는 2년 전만 해도 제공되지 않았던 아침 샐러드 2300식이 매일 제공된다. 그 결과 초기 2017~2018년에 비해 해산물 소비가 85% 큰 폭 증가했고 탄산음료 소비량은 보합세였지만 물 소비량도 크게 늘어났다.

    이같은 성공에는 데이터와 사람의 인지(cognition) 기반의 전략이 있었다. 예를 들어 식당 접시의 표준 크기는 지름이 12인치(약 30㎝)인데 반해 구글에서 사용하는 접시는 10인치(약 25㎝)로 더 작다. 카페테리아 방식의 음식 진열대에서 채소류가 가장 먼저 눈에 뛰게 배치하고 육류나 디저트는 가장 뒤에 배치해 접시에 채울 공간이 줄이게 만든다. 딸기, 레몬, 오이 등 진 과채류 스파클링 워터가 콜라 등 일반 탄산음료보다 선택하기 쉽게 배치한다. 칼로리가 높은 브리또의 크기는 일반 판매용보다 40% 작게 제공한다.

    구글 사내 식당 (사진=연합뉴스)

     

    2012년 구글로부터 '구글 식당 혁신' 책임자로 채용된 바커는 지난 15년 간 샌프란시스코, 파크시티, 더 세인트 레지스 보라보라 리조트 등을 포함해 전 세계 유명 호텔 체인과 레스토랑을 컨설팅한 전문가다. 구글에 합류한 이후 '우연한 충돌'이 독려되도록 쾌적한 분위기, 조명 변경, 오픈 키친 설치 등을 진행해오다 미국 사회에서 뜨거운 이슈를 불러온 '더 건강한 식사를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은가'라는 식생활 개선 문제에 주목해 새러운 구글 캠페인에 착수했다.

    바커는 건강에 좋은 음식의 맛을 어떻 개선할지를 두고 전문가들을 찾아 다녔지만 맛을 개선하는 것은 절망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아무리 통곡물이 건강에 좋아도 옆에 햄버거가 있으면 사람의 뇌는 자극적인 맛의 햄버거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음식을 배치하는 환경'을 바꾸는 시도가 시작됐다. 예를 들어 구글은 '마이크로 주방'이라 불리는 휴게실에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음료와 스넥류를 제공한다. 커피 메이커에서 커피 한 잔을 내리기 위해 40초가 소요되는데 바로 옆에 과일이나 쿠키 등 스넥류 간식을 배치했다.

    미국 소비자연구협회(ACR) 연구에 따르면 인지적 부하 상태에 있거나 공복시에는 건강한 과일보다 스넥류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착안한 바커는 '커피 메이커와 스넥의 거리를 최대한 멀리 한다'는 실험을 했다. 약 2m였던 커페 메이커와 스넥의 거리를 5m로 늘렸다. 이후 커피를 내리는 40초 동안 스넥을 선택한 직원은 남성의 경우 23%, 여성은 1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를 토대로 바커는 구글의 1450개에 달하는 마이크로 주방을 뜯어 고쳤다. 젤리나 초코볼과 같은 스넥류는 커피 메이커와 가장 멀리 떨어진 불투명한 서랍속에 배치했고, 대신 커피 메이커 가까이에 신선한 과일만 배치했다. 탄산음료 역시 냉장고 하단의 창을 반투명하게 한 뒤 보관했고 직원의 눈에 쉽게 띄는 상단 위치에 생수나 향첨가 물(Flavored Waters), 당근 스틱, 요거트 등을 배치했다.

    구글 글로벌 직장 프로그램 책임자인 미첼 바커(Michiel Bakker)가 미래식품연구소에서 구글 식품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캡처=foodinnovationprogram.org)

     

    구글 직원들은 살짝 숨겨진 식음료의 위치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익숙해지다보니 더이상 찾지 않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유혹을 줄이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이같은 캠페인에서 중요한 점은 직원이 선택의 자유를 가지고 있으며, 무엇을 하도록 강제하지 않는 다는 점이다. 바커는 "우리는 직원들에게 뭔가를 제시하거나 당근을 먹어야 한다는 규정을 내놓은 것도 아니"라며 "우리는 선택의 자유를 신뢰한다"고 말했다.

    구글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예일대 교수이자 소비자정보센터(Center for Customer Insights) 디렉터인 라비 다르(Ravi Dhar)는 "인간의 의사결정 과정을 감안해 더 많은 채소를 섭취한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식당에서 가장 먼저 접하는 음식을 샐러드로 만들어야 한다. 배고픈 사람은 처음 본 것을 손에 쥐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며 "사람들이 채소를 선택하도록 설득력 있는 채소를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19년 여름 구글 사내 식당에서 인도 요리 축제가 열렸다. 이때 많은 직원들이 샐러드 바에 들렀다. 인도 요리 축제는 채식주의자(vegan)를 배려한 행사로 식당은 콜리플라워, 토마토, 치즈 등의 식재료로 가득했고 육류는 양고기 정도가 전부였다. 오클라 코코넛 카레를 비롯해 향신료 풍미가 가득한 채식 요리로 직원들의 배를 채우기 전까지 양고기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바커는 과학적이지는 않지만 '채소는 맛이 좋아야 한다'는 교훈을 제시한 사례로 꼽으며 '채소 요리 맛 개선'에 뛰어들었다. 외식산업계의 하버드대학이라고 불리우는 카리나리 인스티튜트 오브 아메리카(CIA)에 도움을 청했다. CIA 쉐프 마크 에릭슨과 함께 채소 식단 위주의 요리 메뉴를 개발했다.

    '건강한 식사'가 과학적으로 '건강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대부분의 연구가 특정한 건강 문제와 결부시킨 것이거나 영양학 연구는 특정 피험자의 결과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샐러드 식단 (사진=Pixabay)

     

    '붉은색 육류는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가 있었지만 2019년 국제연구팀은 "붉은색 고기의 섭취량을 줄인데 따른 암 사망률 감소의 비중이 매우 적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세계암연구기금(WCRF) 지오타 미트로우 박사는 "살코기와 가공육을 많이 섭취해도 암 위험이 증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며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학기술 매체 원제로(OneZero)는 "구글은 주 5일 하루 여러차례, 19만5000명 이상의 직원들에게 제공되는 식사를 통해 새로운 실험의 장을 만들어냈다"며 "이같이 계속되는 실험의 반복을 통해 교훈을 얻고 미국식 식생활로부터 사내에 블루존(Blue Zone)을 만들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이어 "이 사내식당 혁명이 구글 혼자가 아니라 여러 전문가 그룹과 함께 해온만큼 다른 기업이나 학술기관, 병원 등과 협력이 가능한 부분"이라며 "세계를 거대한 '구글 식당'으로 만들기는 어렵겠지만 많은 기업들이 '사내 식당'을 도입하고 있고, 열악한 학교 급식 환경 개선을 컨설팅하는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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