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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쿠팡맨 동료 "올게 왔다...때려박는 물량 멈춰주세요"

사회 일반

    숨진 쿠팡맨 동료 "올게 왔다...때려박는 물량 멈춰주세요"

    장례식장에서 만난 동료들 "올 것이 왔다"
    얼마나 물량 때려막아야 죽음이 멈출까?
    2년 버티는 직원, 10%도 되지 않아
    3분당 한 집 배송, 코로나19로 물량 폭증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익명(쿠팡맨)

    지난 12일 경기도 안산의 한 빌라에서 온라인 쇼핑몰 쿠팡 소속의 새벽 배송 노동자 김 모씨가 숨진 채 발견이 됐습니다. 부검을 해본 결과 사인은 허혈성 심장 질환이었는데요.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 역시 발병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주목을 받게 된 게 쿠팡맨들의 새벽 배송 얘기입니다.

    김씨는 신입이었는데요. 숨진 당일에는 1시간당 20가구를 들러야 하는 정도의 물량을 소화했다고 합니다. 동료들은 신입 사원에게 상당히 버거운 일이었을 거다라 입을 모읍니다. 새벽에 문을 열면 신기하게 물건이 와 있는데 그 뒤에서 움직이는 배송 노동자들은 어떤 상황인지 우리가 몰랐죠, 무심했죠. 오늘 생생하게 들어보겠습니다. 이번에 숨진 김 모씨의 직장 동료입니다. 익명으로 음성변조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점 양해해 주시고요. 나와 계십니까?

    ◆ 동료>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 김현정> 새벽에 일을 어떻게 하시는 형태예요?

    ◆ 동료> 보통 밤 10시까지 출근을 해서 퇴근은 보통 8시. 근무 시간은 8시까지인데, 보통은 한 7시에서 7시 반 정도에 퇴근하는 시스템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 시내에서 로켓배송 중인 쿠팡맨 모습. (사진=연합뉴스)

     



    ◇ 김현정> 정말로 밤낮이 그냥 바뀐 상태네요.

    ◆ 동료>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몸이 피곤한 것도 피곤한 거겠지만 최근에 동료 직원이 세상을 떠나면서 다들 좀 힘들어하시겠어요.

    ◆ 동료> 제가 처음에는 40대 쿠팡맨이 일하다 쓰러졌다라는 얘기를 듣고 ‘설마 아니겠지’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 정말 큰 충격을 받았죠. 거기다가 저는 또 연배가 비슷하다 보니까 ‘나 역시 겪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 김현정> 장례식장도 다녀오셨을 텐데 동료들 만나서 무슨 이야기들 하셨어요?

    ◆ 동료> 솔직히 동료들끼리는 “올 것이 왔다.” 이런 얘기를 많이 합니다. 농담으로 할 얘기는 아니지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런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사람이 죽어나가야 이렇게 계속적으로 엄청난 물량을... 라디오에서 할 수 있는 표현은 아니지만 속된 말로 ‘때려 박는 걸 그만하려나?’라고 말이죠.

    ◇ 김현정> 속된 말이지만 그것만큼 적절한 말을 찾을 수가 없어서 ‘때려 박는다’라고 표현하셨어요. 그냥 쏟아 붓는다, 이런 느낌이에요?

    ◆ 동료> 진짜 숨 쉴 틈 없이 계속 물량을 때려 박는다, 쏟아 붓는다는 말뿐이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계속돼서 오니까 실질적으로 동료들끼리 올 게 왔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너무나 안타깝고요.

    ◇ 김현정> 아니,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일을 바쁘게 처리해야 하길래요?

    ◆ 동료> 제가 지금 입사한 지 3년 정도 돼 가는데. 예전에는 낮 배송만 있었지만 중간에 새벽 배송이라는 게 생기고, 또 새벽 배송도 1차 배송, 2차 배송이라고 쪼개지고, 캠프가 24시간 돌아가면서 제가 체감하기에는 예전에 비해서 최소 10배 이상 늘었다고 표현해도 적지 않은 물량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 김현정> 물량이 10배 이상 늘었으면 사람수도 그만큼 늘어나면 되는 거잖아요.

    ◆ 동료> 그런데 저희가 비정규직으로 입사해서 2년을 생활하고 3년차에 들어가면 정규직 전환이 보통 되는데, 그 2년 비정규직까지 입사 명수 대비 버티는 분들이 채 10%가 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많이 뽑아도 시스템상 버티는 분들이 거의 극소수라는 거죠.

    ◇ 김현정> 그 얘기는 너무 일이 많아서, 너무 벅차셔 견뎌내지 못하고...

    ◆ 동료> 너무 힘들고 벅차고 회사 분위기라는 것도 있을 거고요.

     



    ◇ 김현정> 회사 분위기는 왜요?

    ◆ 동료> 굉장히 압박하는 분위기가 깔려 있다 보니까.

    ◇ 김현정> 약간 군대식이에요?

    ◆ 동료> 그 표현이 맞습니다.

    ◇ 김현정> 그러한 이유가 다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2년 지나면 10%밖에 살아남지 못한다.

    ◆ 동료> 10%도 살아남지 못합니다.

    ◇ 김현정> 숨진 김씨 같은 경우에는 밥도 못 먹고 화장실도 가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한테 자주 했다고 하던데 어느 정도를 배달하시는 거예요?

    ◆ 동료> 그분은 새벽 근무자로 제가 들었고요. 요즘에 새벽 근무는 1차 물량, 2차 물량이라는 게 있습니다. 그분이 1차 물량을 70가구에서 80가구 정도를 들고 나가셨고요. 최소 캠프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그분이 새벽 3시에서 아무리 늦어도 새벽 3시 반까지 배송을 마무리해야 하는 물량이었습니다.

    ◇ 김현정> 1차 새벽 배송은 새벽 3시에서 3시 반까지 마무리해야 되는데, 그게 70가구 된다?

    ◆ 동료> 네. 이 물량이면, 보통 그러니까 첫 배송을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이 11시 반이고요. 1시간당 아무리 못 해도 20가구 정도를 배송을 해야 되는 단순 계산이 나옵니다. 시간당 20가구면 1가구당 3분꼴로 배송을 해야 완료되는 수치가 나오거든요. 평균적으로 봤을 때 보통 캠프에서 중상위권 쿠팡맨들이 소화하는 시간당 가구 수가 보통 18가구에서 20가구. 아무리 높게 잡아도 22가구 정도 됩니다.

    중간에 휴식 시간이나 나라에서 어느 정도 보장해 주는 휴식 시간을 챙기지 못하고 배송하는 기준으로 제가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그렇게 하는데 단독 배송으로 12일, 13일 정도 하신 분이 70가구에서 80가구를 갖고 나갔다? 이건 많아도 너무나 많은 물량입니다.

     


    ◇ 김현정> 3분에 한 집. 그런데 그 배송이라는 것이 가벼운 걸 수도 있겠지만 그게 쌀 한 가마니일 수도 있는 거고, 제한이 없는 거잖아요.

    ◆ 동료> 이번에 코로나19로 쌀이나 세제, 생필품들을 시키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이 늘어난 상태입니다.

    ◇ 김현정> 그런 상황에서 화장실도 못 갈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고 시달렸다. 그런데 그에 맞는 대우인가에 대해서 동료들이 항상 이야기한다. 제일 시급하게 뭐가 좀 개선돼야 될 거라고 생각하세요?

    ◆ 동료> 일단 말도 안 되는 물량을 쏟아 붓게 되면, 저는 솔직히 인간적인 생활 자체가 안 되니까 가장 인간적인 생활을 요구하는 거죠.

    ◇ 김현정> 최소한 인간적인 생활할 수 있을 정도는 하게 해 달라. 1시간 물건 나르면 잠깐 쉴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은 확보가 돼야 되지 않겠느냐. 그런 말씀이세요.

    ◆ 동료>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지금 말씀하신 최소한의 변화라도 빨리 일어나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노동을 하는데 왜 죽음을 생각해야 되는가? 이런 물음에 답이 나와야겠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 동료> 감사합니다.

    ◇ 김현정> 3년차 쿠팡맨입니다. 이번에 숨진 이 쿠팡맨의 동료 이야기 들어봤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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