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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아동정책의 기초는 전문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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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아동정책의 기초는 전문인력이다

    4·15 총선을 맞아 복지국가 실현을 위한 공약 제안 작업의 하나로 CBS노컷뉴스와 복지국가실현연대 총선지원단이 각계 전문가의 기고글을 연재합니다. 한국사회의 복지 실태를 점검하고 사회복지 정책의 중장기 가이드라인을 제시합니다. [편집자 주]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위기나 위험은 고약하다. 취약한 고리에 가장 먼저, 더 심각하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전국민의 일상에 엄청난 영향을 주고 있지만 부모의 돌봄과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어떤 상황과 조건으로 이를 마주하고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대부분 이런 상황에서 취약한 위기에 있는 아이들은 각자도생하고 있고 운 좋으면 아동인력을 만나 살아남고 운이 나쁘면 고통을 당하거나 최악의 경우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언제까지 운에 맡겨야 하는 것인가? 미증유의 위기에서 아동과 돌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아동정책에 대해서는 격렬한 반대도, 적극적 찬성도 없는 경우가 많다. 저출생으로 아동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한다는 점, 초기 투자비용에 비해 그 효과가 늦게 나타난다는 점, 아동 스스로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워 제 3자에 의해 대변될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의 이유로 아동정책에 대해 구체적인 추진세력도 없고 무관심이 지속되어 왔다. 또한 아동과 관련해서는 사회에서 충분히 지원하고 있다는 생각도 팽배하다.

    아동수당, 영유아건강검진, 무상보육 등으로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아동·가족 복지 공공지출 비중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1%로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2.2%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 보육을 제외하면 0.2%로 OECD 국가 평균인 1.4%에 크게 못 미친다. 우리나라의 아동빈곤율도 OECD 국가 중 낮은 편에 속하고 있어 지원이 충분하다고 믿는 국민들이 많다. 하지만 이는 빈곤한 가정에서 혹은 아이를 낳으면 빈곤해질 가정에서 아이를 낳지 않는 슬픈 현실을 반영한 것뿐이다.

    아동은 가정에서 부모가 돌봐야 한다는 생각도 사회에서 여전하다. 하지만 가정에서 학대로 고통 받는 아이들이 많다. 2018년 전국적으로 아동학대 사례는 2만4천604건이었고, 실제 학대받은 아동수는 2만18명이었다. 2014-2018년 5년간 아동학대 사망 아동이 132명에 달해 지금도 한 달에 2명 이상의 아동이 가정에서 학대로 사망하고 있다.

    또한 약 3만명의 아이들이 학대나 빈곤을 이유로 가정밖의 시설 등에서 성장하고 있으며, 약 2천명의 아이들이 만 18세에 자립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에 강제로 배출되고 있다. 아이들이 어린 나이에 왜 가혹한 삶을 살아야 하는가? 어른들은 사회에서 가장 약자인 어린 아이들이 철저히 보호받고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 의무와 책임이 있다. 우리 사회는 아직 그러지 못하고 있어 어른으로서 정말 부끄럽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학대 아동에 대한 지원에는 찬성하지만 이 아동들을 지원하는 인력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거나 무지한 경우가 많다. 학대가정은 부모가 있어도 제대로 돌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스스로 보호할 수 없는 아이들은 가정외에서 다른 아동인력에 의해 보호되고 돌봄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학대부모에서 아이를 분리시키면 끝이 아니라 돌봄이 새롭게 시작되는 것이다. 위기아동들이 많이 이용하는 지역아동센터, 쉼터 등도 마찬가지이다. 부모가 돌보기 어렵기 때문에 부모 대신 돌보는 인력이 보호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돌봄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로 여기며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하루 종일 아이를 돌보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며, 특히 다수의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전문성이 요구된다는 것을 하루라도 제대로 돌봄을 해본 사람들은 안다. 이러한 인력들이 일하는 아동분야는 저임금, 장시간 노동 등 근무여건이 열악하여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유인하지도, 장기근속을 유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열악한 근무 조건하에서는 아동인력의 소진을 유발하기 쉬우며, 이직이 많아 업무의 연속성도 떨어진다.

    인력의 잦은 교체는 부모가 자주 바뀌는 것과 같이 아동의 정서불안이나 기본적 신뢰감의 상실 등 심리적 외상을 일으키기 쉽고 아이들의 심리정서적 적응에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이렇게 아동인력의 근무시간과 임금 등이 위기상황에 빠져 있다면, 아동에 대한 안전망 역시 신뢰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적정한 수의 전문인력이 배치되고 생활임금이 보장됨으로써 근무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획기적 조치가 무엇보다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 교육이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듯이 아동정책은 아동인력의 질을 절대 넘을 수 없다.

    우리나라 아동정책은 체계적 계획을 통해 수립된 것이 아니라 수시로 발생한 문제에 대한 땜질식 처방으로 만들어져 분절적이었다. 정부는 2019년에 포용국가아동정책을 발표했는데 이는 이전에 학계나 현장에서 지적되었던 내용이 많이 반영되어 통합적 아동정책으로 재설계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먼저 출생단계부터 모든 아동을 공적으로 등록해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의료기관에서 행정기관으로 출생 사실을 바로 통보하는 '출생통보제', 불가피한 경우 비밀출산을 허용하는 '익명출산제', 외국인 아동의 출생등록부를 신설해 출생사실과 신분을 증명하는 '보편적 아동등록제' 도입 등이 전향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그동안 분절적으로 이루어진 요보호아동 지원체계를 통합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아동 관련 중앙지원기관들을 통합한 '아동권리보장원'도 설립되었다. 이를 통해 아동복지 전달체계 및 정책 총괄 지원, 사업평가, 아동중심의 이력관리 전산시스템 관리 등의 국가 역할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 역할이 실제로 빛을 발하려면 지자체 책임의 공적 보호체계와 예산을 확충해야 하고 그 체계 내에 전문인력들이 충분히 포진되어야 한다. 또한 지자체 공무원의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순환보직을 제한하고 평생 아동분야에서만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전문직공무원' 제도도 도입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아동은 보건복지부, 청소년은 여성가족부가 담당하면서 아동과 청소년이 부처별로 구분된다. 이는 유사서비스의 중복과 사각지대의 누락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므로 정부 부처를 넘어서는 정책의 연계와 통합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아동복지시설에서 만 18세가 되어 보호가 종료된 아이들은 국가로부터 자립정착금, 자립수당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반면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청소년쉼터에서 보호가 종료된 아이들은 비슷한 환경과 조건 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가 없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지금 생활하는 곳이 보건복지부 기관인지, 여성가족부 기관인지가 무슨 소용이 있는가? 하지만 어느 부처의 기관인지에 따라 아이들이 지원받을 수 있는 자격이 달라진다. 이러한 분절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하고, 중앙부처가 통합될 수 없다면 지자체 단위에서 관련 예산을 통합해서 유연하게 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예전과 달리 정부에서 아동정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아동정책이 제대로 집행되기 위해서는 아동인력을 바로 세워야 하고, 예산의 획기적인 증가가 선결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아이디어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예산이 부족했다. 또한 아동정책의 기초는 인력이다. 사람 없이 정책은 전달될 수 없다.

    더 이상 아동인력의 희생과 헌신을 요구하지 말자. 아동정책은 아동인력에 대한 지원과 함께 가야 한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아동학대의 사회경제적 비용 추계' 연구에 의하면 학대로 인해 우리 사회가 부담하고 있는 연간 비용은 최소 3,899억원에서 최대 76조 2,909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눈앞의 예산을 아끼려다가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다. 아동정책에서 인력과 예산에 대한 고민이 충분치 않다면 우리의 미래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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