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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은 효과도 없는 삐라·확성기 방송에 왜 집착할까



통일/북한

    北은 효과도 없는 삐라·확성기 방송에 왜 집착할까

    北 대남 삐라 살포 준비 사실상 완료, 시행만 남아
    대남 확성기 재설치 움직임도 포착
    연락사무소 폭파 이어 삐라·확성기 방송 재개시 판문점 선언 무효
    북한 비난 여론 확대 역효과 불보듯…체제 결속 필요성에 강행 예상
    삐라·확성기 방송으로 긴장 고조·우발적 충돌 우려
    2015년 남북 교전도 전단·확성기 방송 때문에 벌어져
    판문점 선언 무효화 후 9·19 군사합의 파기 돌입 수순으로 가나

    (이미지=연합뉴스)

     

    북한은 22일 대남 삐라 천 2백만 장을 인쇄했다고 밝혔다. 추가적으로 지방 인쇄 공장들에서 수백 만 장의 삐라 인쇄 준비를 하고 있다. 3000개의 풍선을 비롯해 '남조선의 깊은 종심'까지 살포할 수 있는 기재들도 준비했다고 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대남 삐라살포 준비를 사실상 모두 끝내고 기상 상황 등을 감안해 시기만 고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더 나아가 지난 2018년 4·27 판문점 선언 합의에 따라 철거했던 대남확성기 방송 시설을 다시 설치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 삐라 살포에 대남 확성기 재설치…판문점 선언 사실상 완전 무효화 우려

    4.27 판문점 선언에는 "5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하며 앞으로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나가기로 했다"는 조항이 있다.

    즉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어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재개해 4.27 판문점 선언을 완전 무효화하는 셈이다.

    북한이 이날 "응징보복의 시각은 바야흐로 다가오고 있다"고 밝힌 만큼, 삐라 살포 시기는 거의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대규모 대남삐라(전단) 살포를 위한 준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캡처)

     

    ◇ 역대 최대규모 대남 삐라 살포 임박…DMZ 또는 NLL 인근 살포 시사

    다만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과 수도권 및 강원 지역의 경우 23일은 날씨가 좋지만, 24일과 25일은 비가 예상되는 만큼 이 때는 피할 가능성이 높다. 바람의 방향도 중요하기 때문에 북한 당국도 종합적인 검토를 통해 시기를 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규모는 북한도 언급한 것처럼 '역대 최대 규모'이다. 이미 인쇄된 1천 2백만 장의 전단을 날려 보내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인력과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장소는 '지상전선과 서남해상 등 전 전선'이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지난 17일 "전 전선에서 대남삐라살포에 유리한 지역들을 개방하고 우리 인민들의 대남삐라살포투쟁을 군사적으로 철저히 보장하며 빈틈없는 안전대책을 세 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군의 군사적 엄호 등 안전 대책 하에 비무장지내(DMZ)또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의 전단 살포를 시사한 것이다.

    내용은 4.27판문점 선언 등 남북합의 위반사항의 책임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가하는 내용이다. 노동신문은 20일 대남전단 사진을 공개하며 "북남(남북)합의에 담은 온 겨레의 희망과 기대를 2년 세월 요사스러운 말치레로 우롱해온 남조선당국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들씌울 대적삐라들을 찍어내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특히 '다 잡수셨네…북남합의서까지'라는 문구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 얼굴을 합성한 전단 위에 담배 꽁초를 마구 던져 넣은 사진도 포함시켜 이미 이런 의도를 강조한 바 있다.

    동원 인력은 각계각층의 일반 인민들 그 중에서도 청년 학생들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19일 "수령결사옹위를 제일생명으로, 하나밖에 없는 조국을 위하여 둘도 없는 청춘을 서슴없이 바치는 것을 가장 큰 영광과 행복으로 여기는 우리 청년들이 그 앞장에서 만단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대규모 대남삐라(전단) 살포를 위한 준비를 본격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사진=조선중앙통신 캡처)

     

    ◇ '북한 비난 여론 확대' 역효과만 예상…체제 결속 때문에 강행하는 듯

    북한의 삐라와 확성기 방송 재개는 사실 우리 국민의 생각과 심리에 큰 영향을 줄 수 없다. 오히려 역효과가 예상된다.

    문 대통령의 열혈 지지자들이 이미 북한의 행태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고,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삐라와 확성기 방송 재개에 대해서는 '썩은 미소(썩소)' 정도의 반응이 대다수 일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북한이 전단 살포와 확성기 재개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최고 존엄 문제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김여정 제1부부장이 17일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한 막말 담화에서 탈북민의 대북전단 문제를 거론하며 "우리 존엄의 대표자이신 위원장 동지를 감히 모독한 것은 우리 인민의 정신적 핵을 건드린 것이며 그가 누구이든 이것만은 절대로 추호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전 인민적인 사상 감정이고 우리의 국풍"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대북전단을 최고 존엄의 훼손과 모독으로 규정했기 때문에 여기에 드는 비용이나 효과와는 상관없이 최대 규모의 대응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비무장지내(DMZ)나 서해 북방한계선(NLL) 등 접경지역에 북한의 청년 학생들이나 각계 근로자들이 대거 투입돼 '수령결사옹위'를 외치며 삐라 살포에 나서는 것은 그 자체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충성심을 동원하는 체제 결속 과정이다.

    이는 북한의 청년 학생과 각계 근로자들을 내세워 대북 제재와 코로나19에 따른 내핍 경제에 지친 주민들의 심리적 불안과 불만을 외부로 돌리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미지=연합뉴스)

     

    ◇ 남북간 긴장 고조-우발적 충돌 가능성 우려

    문제는 전단 살포와 확성기 방송이 재개되면 남북 간의 긴장이 고조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어선들이 삐라를 뿌리기 위해 경비정의 호위를 받으며 NLL(북방한계선)을 넘어오고, 이 때 인근 해안포와 지대함미사일을 열어놓고 엄호하는 상황이 재현된다면 이 과정에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북한은 지난 2014년 10월 탈북민의 대북전단을 향해 고사포를 쐈다.

    그 다음해 8월에는 북한이 DMZ의 우리 측 지역에 설치한 목함 지뢰에 의해 우리 군 부사관 2명이 중상을 입었고 이 때 정부는 대북 확성기를 통한 심리전 방송을 재개했다.

    이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한 북한이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하며 연천 지역에서 포격 도발을 하자 우리 군도 대응 포격에 나서는 교전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북한은 남북 통신선 차단, 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어 전단 살포 및 확성기 방송으로 4.27판문점 선언을 무효화한 뒤 당초 예고한 대로 접경 지역에서 훈련 재개로 9.19 군사 합의를 파기하는 수순으로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남북 간 긴장 고조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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