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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취준생 역차별 논란, 무엇이 공정일까



뒤끝작렬

    [뒤끝작렬]취준생 역차별 논란, 무엇이 공정일까

    스펙.학벌 낮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무임 승차' 인식
    공채,심사, 교육 통해 현장 배치...많게는 10년 근무
    새로운 공채 통해 정규직 자리 누군가 차치하면 공정일까
    스펙 쌓기 노력만큼 현장에서 흘린 땀도 인정받아야
    경제력이 삶을 결정짓는 계급사회, 공정은 여기서 물어야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관련 입장을 발표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 요원의 정규직 전환을 놓고 온.오프라인에서의 공방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를 놓고 난타전을 벌이고 있지만, 당사자들은 비정규직 설움 속에서 현장 경력을 쌓아 온 보안검색요원과,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 만큼 어려운 취업전선에서 불안한 미래를 견디고 있는 취업준비생이다.

    결국 안정적이고 괜찮은 일자리가 부족한 게 근본 원인이고, 여기에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차별구조 즉 노동의 이중구조에 대한 해결책이 모색돼야 한다는 인식이 점점 쌓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경제혁신특별위원장은 "같은 사업장이라면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에 더 많은 보수를 지불해야 한다"는 대안을 내놨다. 우리 현실과는 정반대로 하자는 것이다.

    그는 "정규직은 고용 안정성이 있지만 비정규직은 경기가 나빠지면 위험해질 수 있으니 금전적 보상을 더 주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비정규직이 더 많은 페이를 받고 있다.

    이런 논의와 별개로 많은 취준생들은 소위 명문대에 고(高)스펙이 필요한 인천국제공항공사에 협력업체 비정규직으로 있던 보안검색 요원들이 대거 정규직으로 들어가는 것은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고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졸업 후에도 높은 토익점수를 따기 위해, 필기 시험 준비를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도 될까말까한 인천국제공항공사에 한순간에 정규신 신분으로 입성하는 것은 '무임 승차'라는 시각이다.

    이들은 기회의 공정을 말한다. 공항공사 협력업체에서 보완검색 요원으로 일했더라도 직접고용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면 다시 공개 채용 절차를 밟아 취준생들과 다시 한번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기존 직원들에게는 가산점을 주면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일자리에 목마른 취준생 입장에서는 이런 바람을 갖는 것을 뭐라 할수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반드시 이렇게 해야만 공정하다는 주장은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지금의 협력업체 비정규직 요원들도 공개채용과 심사 절차를 선발됐고, 208시간 전문교육과 정부의 보안검색인가증을 받고 현장에 배치됐다.

    만약 보안검색 요원을 새롭게 공개채용한다면, 어떤 기준으로 뽑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존의 보안검색 요원 중 일부는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그럼 이를 공정하다고 할수 있을까. 비정규직으로 많게는 10년 가까이 묵묵히 일해온 사람이 떨어지고, 정규직으로 전환되자마자 스펙과 학벌이 좋은 누군가가 그 자리를 차지하면 그게 정의일까. 그것도 한번의 시험결과로 말이다.

    '주류' 취준생들이 스펙과 학벌은 신성한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하면서도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실전 노하우는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치부하려는 경향이 엿보인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다른 두가지의 노력 중 어느 것이 더 비중있게 또는 우선적으로 인정받아야 하는 것인지는 명확한 기준은 없다.

    일정 수준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쌓은 화려한 스펙이, 비정규직이라는 불리한 현실을 수용하면서 현장에서 쌓은 실력보다 더 우위의 가치라는 것을 누가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비정규직을 경험해 본 청년들은, 취업전선을 뚫기 위한 노력처럼 현장에서 땀흘린 노력도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스펙이나 좋은 학벌도 부가 대물림되는 불평등의 결과일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보안검색 요원을 정규직화하기로 한 것은 국민 안전.생명과 직결된 업무는 직접고용하는 게 옳다는 판단때문이다. 이는 세월호 침몰 사건 등의 영향이 컸다.

    이런 정책적 판단이 틀리지 않다면 보안검색 업무는 애초부터 본사 정규직이었어야 했다. 그러나 그곳에서 지금의 보안검색 요원들이 협력업체 비정규직 대우를 받으며 일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책에 따라 누군가는 수혜를 볼수도 있고 손해를 볼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 모든 사항을 놓고 공정하냐, 불공정하냐 일률적으로 판가름을 내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더군다나 이번 정규직 전환으로 취준생들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등 직접적인 피해도 없었으니 누군가 손해를 봤다고 하기도 딱히 어렵다.

    계층간 이동 사다리가 끊기고, 경제력이 신분을 결정짓는 신(新) 계급사회에서 태생적으로 공정이란 가치가 존재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떨치기 어렵다. 우리 사회구조가 낳은 불공정의 최대 수혜자들은 이번 논란을 멀치감치 뒤에서 관망하고 있을 것이다.

    공정에 대한 논의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서 불붙은 것은 번짓수가 한참 잘못된 것 같다.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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