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46차 수요시위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이 단체의 운영방식과 회계부정 의혹을 처음 제기한 인권운동가 이용수 할머니와 만나 향후 전국의 수요시위에 함께 참석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할머니 측은 수요시위 관련 논의를 하긴 했지만 중요한 '전제'가 빠졌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정의연 이나영 이사장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열린 제1446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이사장 취임 직후 약속했던 만남이 어긋났지만, 지난달 26일 늦게나마 이용수 인권운동가를 만났다"며 "세 가지 공통과제를 서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에 따르면 이용수 할머니와 정의연이 확인한 공통과제는 △위안부 역사 운동관 건립 △한일 청소년 교류 확장 △피해자 생존 단체와 협의해 수요시위 진행이다.
이 이사장은 "이 할머니는 위안부 역사관 건립을 통해 일본 우익과 한국 극우에 맞서 역사적 진실을 기록하고 가르칠 장소가 절실하다고 하셨다"며 "이를 기반으로 한일청년·청소년 간 교류를 확장해 미래지향적 연대의 씨를 뿌리자고 하셨다"고 설명했다.
또 "피해자들이 생존해 있는 지역단체들과 협의해 더 가열차게 수요시위를 진행해 달라는 말씀을 하셨다"며 "'기왕에 진행되고 있는 지역별 수요시위에 저와 함께 참석해 힘을 실어주고 싶다'라는 희망도 피력하셨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할머니 측은 정의연 회계부정 등 사태가 '잘 마무리되면'이라는 전제를 빠트렸다며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 할머니의 수양딸 곽모씨는 CBS노컷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어머님의 뜻은 새로 생각했던 방식의 운동도 하고 투명하게 가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당시 수요시위 관련한 논의는 '잘되면' 앞으로 이렇게 하자는 가정적인 내용이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런데 투명성 의혹이 해소되는 등 전제 없이 이미 결정을 내린 것처럼 발언을 해버렸다"며 "실무적인 이야기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이 할머니의 또 다른 측근은 "지난 26일 만남 당시 수요시위에 대해 논의를 한 건 맞다"면서도 "한번 만났다고 모든 게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다. 논의한 부분에 대해서 얼마만큼 이행해 나갈지 등은 결정되지 않았고, 지금은 진행하는 과정일 뿐"이라고 말을 아꼈다.
보수단체의 장소 선점 탓에 평화의 소녀상에서 옆으로 10m가량 떨어진 연합뉴스 사옥 앞으로 옮겨 두 번째로 진행된 이 날 수요시위에는 100여 명의 시민이 참석해 힘을 보탰다.
원래 수요시위가 열리던 장소인 소녀상 인근에서는 보수단체의 맞불 집회가 열렸다. 자유연대 등 관계자 50여 명은 정의연과 여가부 해체,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한편, 정의연의 수요시위는 또 다른 보수단체인 반일동상진실규명공동대책위원회가 오는 29일 연합뉴스 사옥 앞마저 선점하면서 다시 한번 다른 곳으로 밀려날 처지에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