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딥뉴스] 민주당은 왜 '피해호소인'으로 부를까

뉴스듣기

페이스북공유하기 트위터공유하기 밴드공유하기



국회(정당)

    [딥뉴스] 민주당은 왜 '피해호소인'으로 부를까

    뉴스듣기

    박원순 시장 성추행 고소인에 '피해호소인' 표현
    피해자-가해자 프레임 부담느껴…"사자 명예훼손?"
    정의당 심상정 대표 언급 후 민주당도 차용
    피해자 중심주의 어긋난다는 지적도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의 아픔에도 위로를 표한다(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피해 호소인. 요즘 정치권, 특히 여당에서 故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를 지칭하는 방식이다. 사건 초기에는 '고소인'이라고 부르다 최근엔 이렇게 통일하는 추세다.

    이 생경한 표현이 왜, 어디서,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 [딥뉴스]에서 짚어본다. 행간에선 사안을 바라보는 각각의 고심도 읽힌다.

    ◇ 법률적으론 아직 '고소인'이 맞지만

    일단 법률적으론 '고소인'이 맞다. 아직은 그렇다. A씨는 지난 8일 서울지방경찰청을 직접 찾아 고소장을 제출하고 고소인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형사소송법에선 수사기관에 처벌을 요청한 당사자를 고소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 박 시장이 실종됐고, 그 뒤 7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되면서 이 사건 수사는 더 이상 진행이 어려워졌다. 경찰은 수사받을 대상이 없어졌다는 이유, 즉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길 방침이다.

    때문에 고소인이라는 표현은, 곧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는 게 민주당 측 설명이다. 당장 형사법 절차로 진상을 규명하기 어렵게 된 A씨를 법률 용어라는 테두리에 가둘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서울시 제공) 이한형기자
    ◇ '피해자' 프레임, 민주당엔 부담

    다음으로 떠올릴 수 있는 표현은 '피해자'다. 수사기관에서는 통상 고소인과 피해자를 형식상 엄격하게 구분하진 않는다. 고소를 당한 상대방, 즉 피고소인을 수사 진척에 따라 피의자로 전환할 수 있지만 피해자는 처음부터 피해자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20여년 동안 판사로 재직했던 전주혜 미래통합당 의원은 "보통 혐의가 확정되지 않아도 공소장에 피해자라고 쓴다"라며 "민주당이 이 사건을 '의혹' 수준으로 깎아내리기 위해 피해자라고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물론 꼭 법적 표현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피해자라는 용어는 이미 사회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통합당은 대체로 이 표현을 고수하는 중이다. 다만 민주당으로선 피해자성을 강조할수록 상대인 박 시장 쪽에 '가해자' 프레임이 씌워지는 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문제 제기는 있을 수 있지만 피해를 기정사실화하고 박 시장이 가해자라고 (규정)하는 것은 사자 명예훼손"이라며 "섣부르게 예단할 시점은 아니고 차분히 따져봐야 될 문제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모습(자료사진=연합뉴스 제공)
    ◇ 고육지책이지만 어정쩡한 '피해호소인'

    이런 고민 끝에 나온 표현이 바로 '피해 호소인'이라고 한다. 이 표현은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 민주당 여성의원 일동 명의 입장문, 김해영 최고위원, 박원순 시장 장례위원회 등에서 두루 쓰이고 있다.

    민주당에선 나름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한다. 민주당 허윤정 대변인은 "완전히 허위라고 할 수도 없지만 그 분(A씨) 말이 100% 진실이라고 하기도, 망자가 자기 변론을 못 한다는 점에서 어렵지 않겠냐"며 "추가 소송까지 예상되니 더욱 (피해자라고) 못 부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피해 호소인이란 표현이 본격적으로 대두된 건 지난 2016년 학내, 문화예술계 성폭력 공개 폭로가 잇따르면서부터였다. 그러다 정치권으로 흘러들어온 게 2018년 지방선거 직전이었다. '미투(Me too) 운동'이 본격화하면서 대상자 공천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 이 표현을 끌어온 것. 최근 사례는 올 초 남인순 최고위원이 원종건씨 데이트폭력 논란 당시 "피해호소인 용기를 지지한다"라고 밝혔던 게 대표적이다.

    이번 국면에서는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처음 썼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장례 첫날 빈소에 조문하면서 "피해 호소인에 대한 신상털기나 2차 가해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물론 언론 등에서도 받아 쓰는 모습이다.

    그러나 야권과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이런 어정쩡한 표현이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래통합당 김미애 의원은 "용어로 단정 짓는 게 문제였다면 법률이나 형사 실무도 다 바꿔야지 하필 이번 사태부터 이렇게 하는 건 온당치 않다"면서 "피해자 입장을 고려해 만든 말이라면 모를까, 가해자 측을 변호하기 위해 강요한 표현 아니겠냐"고 일갈했다.

    또 이전에는 A씨 입장이나 실체가 명확하지 않았으나 이제 기자회견을 통해 진상규명 의지까지 밝힌 만큼 피해자라고 명명해도 무리가 없지 않겠느냐 하는 지적도 있다.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이 시각 주요뉴스

    김현정의 뉴스쇼

    정관용의 시사자키

    에디터가 추천하는 꼭 알아야할 뉴스


    많이본 뉴스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