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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법 판결'이 품은 3가지 숨은 키워드



사건/사고

    이재명 '대법 판결'이 품은 3가지 숨은 키워드

    ① 살 떨리는 두려움 '경제적 사형선고'로부터의 해방
    ② 골육상쟁의 가족사와 어머니의 한(恨), 그리고 작별
    ③ 34년 전, 검사 포기하고 품은 신념 '대동세상'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앞에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이 지사는 대법원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한 무죄취지 파기환송 판결로 지사직을 유지하게 됐다. 이한형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2월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법원 판결을 앞둔 고통스러운 심경을 이렇게 표현했다.

    "잠깐의 희망고문을 지나 내 목은 단두대에 올려졌고, 이제 찰라에 무너질 삶과 죽음의 경계는 바람처럼 자유로운 집행관의 손 끝에 달렸다."

    7월 16일. 이 지사 스스로 '운명이라면, 시간을 끌고 싶지 않다'던 그날이 왔다. 오후 2시 그는 대법원의 선고 공판을 자신의 집무실에서 TV를 통해 지켜봤다.

    결과는 무죄 취지의 원심 파기환송.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지사에게 일부 유죄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재명은 다시 단두대에서 내려왔고 그의 어깨에는 '1360만 경기도정'이라는 무거운 짐이 다시 올려졌다.

    그는 다음날 확대간부회의 자리에서 "정말로 지옥에서 되돌아온 것 같다"고 했다.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선고공판이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황진환기자

     

    ◇ 살 떨리는 두려움 '경제적 사형선고'로부터의 해방

    '원심 파기환송'이 품은 첫번째 키워드는 '경제적 사형선고'로부터의 해방이다.

    이 지사는 대법원 판결로 정치적 사형선고뿐 아니라 '선거자금 38억원 반환'이라는 경제적 사형선고도 피할 수 있게 됐다.

    '대법원이 과연 정치적 사형 선고를 내릴까'가 세상의 주된 관심거리였지만, 정작 그를 옥죄여 온 건 '경제적 사형 선고'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그는 "책임의 무게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아쉬울 뿐, 지사직은 누릴 권세가 아니"라고 했다. 그렇기에 "지사직을 잃고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정치적 사형은 두렵지 않다"고도 했다.

    그러나 "인생의 황혼녘에서 필연적으로 신용불량자의 삶으로 이어지게 될 경제적 사형은 사실 두렵다"며 솔직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 지사는 특히 "냉정한 자본주의체제 속에서 죽을 때까지 모든 것을 다 빼앗기는 처참한 삶은 물론 가족의 단란함조차 위태로운, 나로선 지옥이 열린다"면서 극도의 압박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비록 20억원대 자산가일지라도 '38억원'이라는 액수는 전 재산을 다 내고도 한 생을 더 살며 벌어도 못다갚을 큰 돈이다.

    이 지사의 표현을 더 빌리자면, 그 역시 '소심한 가장이자, 늙어가는 나약한 존재로서 살 떨리는 두려움을 사력을 다해 견뎌온 한 인간'일 뿐이다.

    맹자는 '유항산 유항심(有恒産 有恒心)'이라고 했다. 국민들은 이제 한층 탄력 받은 '이재명표 정책'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형님과 함께 부모님 묘소를 찾은 모습 (사진 출처=이재명 지사 페이스북)

     

    ◇ 골육상쟁의 가족사와 어머니의 한(恨), 그리고 작별

    두번째 키워드는 '아픈 가족사'와의 작별이다.

    이재명 지사의 어머니는 7남매를 키우며 갖은 고생을 다했다고 한다. 그는 어머니의 팍팍했던 삶을 이렇게 기억했다.

    "30대 젊은 나이에는 동네 남정네들을 상대로 막걸리 장사를 하셨다. 또 산전을 일구는 고된 노동 속에서도 틈틈이 남의 밭일을 거들며 겉보리 한 되식을 얻어오셨다. 하루 내내 시장통 화장실에서 휴지를 팔고 10원, 20원 사용료를 받는 일과 종이봉투를 접는 일도 마다하지 않으셨다."

    이 지사의 어머니는 대법원 재판 결과를 보지 못하고 지난 3월 13일 생을 마감했다.

    그래서였을까. 이 지사는 최근 조용히 부모님 묘소를 다녀왔다.

    또 대법원 판결 직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도 골육상쟁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에 대한 죄스런 마음을 내비쳤다.

    그는 "어머니는 마지막 순간까지 마음 속 한을 풀지 못하고 눈을 감으셨다"면서 "저희 가족의 아픔은 고스란히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자책했다.

    그러면서 "더이상 저의 가족사가 공적인 의제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면서 "이는 저희 가족들에게 너무나 잔인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아픈 가족사와 작별을 원하고 있다. 애증 관계로 얼룩진 셋째 형님도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그는 모든 책임을 스스로에게 돌리며 아픈 가족사를 일단락 지었다.

    그의 가족사는 이제 가족 내부가 아닌 외부의 문제가 됐다. 하지만 피도 눈물도 없는 언론과 정치판에서 그의 바람대로 잔인한 공격이 멈출 지는 미지수다.

    그래도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온 이 지사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 보인다.

    그는 "돌아보면 감사한 일 뿐이었다. 지금 여기서 숨쉬는 것조차 얼마나 감사한지 새삼 깨달았다"고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앞에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이 지사는 대법원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한 무죄취지 파기환송 판결로 지사직을 유지하게 됐다. 이한형기자

     

    ◇ 34년 전, 검사 포기하고 품은 신념 '대동세상'

    마지막 키워드는 모든 사람이 함께 손잡고 살아갈 수 있는 '대동세상'이다.

    "공정한 세상, 함께 사는 '대동세상'의 염원을 실현하기 위해 여러분과 함께 흔들림 없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겠습니다"

    이 지사가 무죄 취지의 '원심 파기환송' 판결 직후 기자회견과 글 등을 통해 내놓은 다짐의 핵심은 결국 '공정'과 '대동세상'이었다.

    변한 건 없다. 지난 대선 경선과정에서도 그는 이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이는 우리사회에 대한 냉철한 진단과도 맥이 닿아있다.

    그는 "불공정, 불합리, 불평등에서 생기는 이익과 불로소득이 권력이자 계급이 되어 버린 이 사회를 바꾸지 않고서는 그 어떤 희망도 없다"고 단언한다.

    이 지사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의원은 19일 CBS 노컷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금은 시대정신이 된 '대동세상'이라는 그의 신념은 1987년 사법연수원 시절부터 형성됐다"고 회상했다.

    정 의원은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소년공이 될 정도로 찢어지게 가난했던 이 지사는 사법연수원에 들어와서 세상의 모순을 깨닫게 됐다"면서 "이후 검사 임용을 포기하고 결국 인권변호사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고 밝혔다.

    또 "내가 아는 이재명은 '반드시 대통령이 돼야겠다'는 생각은 없다"면서 "그보다는 재판에 대한 부담을 털고 경기도정에 집중해 '코로나19 극복과 문재인 정부 성공에 기여하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이는 나의 조언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특히 "최근 언론에서 대선을 전제로 언급하는 '이재명계 의원' 운운하는 기사들은 다 가짜뉴스"라고 못박았다.

    이재명 지사는 스스로를 '정치적 조직도 계보도 지연도 학연도 없는 외톨이'라고 칭한다.

    '대동세상의 꿈을 품은 외톨이' 이재명에게 국가를 위한 더 중한 책임을 맡길지 여부는 오로지 '국민'이 판단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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