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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범람 '물폭탄' 휩쓸린 구례, 복구 총력전



전남

    섬진강 범람 '물폭탄' 휩쓸린 구례, 복구 총력전

    구례5일장 점포들 완전 침수…자원봉사 발길 이어져
    물난리 피해 지붕으로 피신한 소(牛) 구출 작전도

    10일 구례5일장 일대 도로가 파손된 모습. (사진=유대용 기자)

     

    10일 낮 12시쯤 구례군 구례읍 구례5일장 일대.

    소방차, 경찰차, 화물트럭 등 시장 입구 도로를 오가는 차량들이 분주한 모습이었다.

    파손된 도로와 함께 곳곳에 접근금지를 알리는 표지판과 시설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시장으로 향할수록 천장까지 흙탕물을 뒤집어쓴 차들이 눈에 익숙해졌다.

    시장 안으로 들어서자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 침수지역에 대한 수인성 감염병 예방을 위해 분무·연막소독이 실시됐던 터였다.

    물은 거의 빠져나갔지만 골목마다 폐기물과 침수물품이 산더미처럼 쌓인 모습이었다.

    10일 구례5일장 내 에서 중장비를 이용한 침수 피해 복구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유대용 기자)

     

    장날을 맞아 물건을 내어놓으며 장사 준비를 하고 있었던 상인 300여 명은 평생 생각지도 못했던 '물폭탄'으로 물건조차 제대로 챙기지도 못한 채 피해를 봤다. 집계된 완전 침수 점포만 157개에 달했다.

    쉴 새 없이 폐기물을 치우고 집기 등을 닦는 상인들은 무엇보다도 물 부족을 호소했다.

    상수도 공급이 중단되면서 흙더미를 씻어내는 것조차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날 시장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띈 설비는 살수차와 물탱크를 싣고 있는 트럭이었다.

    상수도는 빠르면 오는 13일 오후에야 정상화될 예정이다.

    침수 피해 상인 박미자씨는 "침수는 이미 벌어진 일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물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제대로 치우는 것조차 어려움이 많다. 어려움이 많지만 30년을 지낸 터전인데 아무리 포기를 하려고 해도 포기가 안 된다"고 토로했다.

    막막한 광경이 끝도 없이 펼쳐졌지만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10일 구례5일장에서 자원봉사자들이 폐기물을 나르고 있다. (사진=유대용 기자)

     

    전날부터 이날까지 군경, 공무원, 시민단체 등 자원봉사자 1100여 명이 이곳을 찾아 상인들을 돕고 있었다.

    국제라이온스클럽 서대인 전남동부 사무총장은 "어제 왔을 땐 현장을 보고 눈물이 날 정도로 처참했는데 오늘 그래도 자원봉사자가 많이 와서 복구에 속도가 조금은 붙는 것 같다"며 "본격적으로 살수차를 동원한 게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같이 따뜻한 손길이 이어지자 현장에 있던 김영록 전라남도지사는 11일 아침부터 도시락 1천여 개를 준비할 수 있도록 지시를 내렸다. 조건 없이 돕는 이들에게 아침식사를 대접하기 위해서다.

    구례읍의 다른 마을에서는 오전부터 '소(牛) 구출 작전'이 펼쳐졌다.

    구례군과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부터 축사와 주택 지붕에 고립된 소들을 구하기 위해 진땀을 뺐다. 불어난 물에 휩쓸렸다가 겨우 지붕 위로 올라가 목숨을 건졌지만 물이 빠지면서 내려올 수 없게 된 소들이다.

    찌그러진 지붕 위에 고립된 소는 진정제가 담긴 화살촉이 엉덩이로 날아와 꽂히자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이 지붕에는 전날까지만 해도 4마리의 소가 있었지만 지붕이 꺼지면서 3마리가 바닥으로 추락했고 이중 1마리는 잔해더미에 떨어져 그 자리에 눈을 감았다. 나머지 2마리도 다리를 심하게 다쳤다.

    홀로 남아있던 소는 첫 번째 진정제를 맞은 뒤 1시간 20분이 지나서야 기중기에 끌어 올려졌다. 이 과정에서 밧줄 일부가 풀리면서 땅으로 추락할 뻔했지만 집 뒷마당에 곧장 안착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수해에서 살아남은 대부분의 소들이 폐렴 증세를 보여 남은 생을 건강하게 보낼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강물과 빗물을 상당량 들이켰기 때문이다.

    구례군 관계자는 "살아남은 소를 돌보는 일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죽은 소들의 사체를 거두는 일에도 많은 일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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