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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성폭력' 교수 절반은 다시 피해자 곁에 돌아온다



사건/사고

    [단독]'성폭력' 교수 절반은 다시 피해자 곁에 돌아온다

    [성비위 교수 죗값을 묻다①]
    지난 5년간 정직 이하 징계 48.2%
    학생사회 공론화로 '경고'→'해임' 바뀐 사례도
    대학 교원 징계수위 바꿔야…정직 최대 3개월
    제도 개선 움직임 있었지만 교육부가 나서 제동
    학생들 "징계위 구성 바꾸고 학교 인식 개선해야"

    (사진=연합뉴스)

     

    글 싣는 순서
    ①[단독]'성폭력' 교수 절반은 다시 피해자 곁에 돌아온다
    (계속)


    #.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A교수는 2018년 개인 교습 중 피해 학생에게 "밖에서 만났으면 오빠다", "널 보면 전 여자친구가 생각난다"고 말했다. 이따금 피해자 손을 잡기도 했다. 반복적인 성추행을 견디지 못한 피해 학생이 그해 6월 학교 본부에 A교수를 신고했다. 넉달 뒤 나온 징계위원회 결과는 '경고'였다. 학교는 해당 교수를 이듬해 재임용까지 했다. 학교에 돌아온 A교수를 피해 학생은 또 마주쳤다. 학생회 항의에도 학교 측은 "경고 처분이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해당 교수는 1년 뒤 총학생회가 사건을 공론화한 이후에야 해임됐다.

    #. 같은해 서울대 사회학과 B교수는 학생과 동료 교수들에게 "쓰레기" "남자 없이 못 사는 여자" 등 언어 성폭력을 일삼고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을 한 의혹을 받았지만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다. 이 대학 대학원생 10여명은 집단 자퇴서까지 내며 이에 반발했다.

    성비위를 저지른 대학 교수의 절반은 다시 교단으로 돌아온다. 학교가 가해 교수에게 온정주의를 선택해 파면이나 해임 등 중징계보다 정직 이하의 경징계를 내리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성범죄 피해자는 신고 이후에도 어떤 형태로든 가해 교수와 마주칠 위험에 놓인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12일 CBS노컷뉴스가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실을 통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2015년부터 지난달까지 대학에서 성비위로 징계를 받은 교원 199명 중 51.8%에 해당하는 103명이 파면 및 해임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절반은 정직이나 감봉, 견책 등 경징계를 받았다. 학교 측의 서면 경고만으로 일을 매듭지은 경우도 있었다. 이 통계는 국내 4년제 대학 80곳의 자료를 분석한 것이다. 고려대나 연세대, 한양대, 경희대, 한국외대, 이화여대 등 주요 대학들은 교육부의 자료 제출 요구를 특별한 이유 없이 거절했다.

    추행이나 희롱보다 법정형 자체가 높은 성폭행을 저지르고도 '정직' 처분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서울대는 지난 2017년 성추행과 성폭행을 저지른 부교수에게 정직 1개월, 안동대도 지난해 성폭행으로 징계를 받은 부교수에게 정직 3개월을 처분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아예 중징계가 지난 5년 동안 한 건도 없었던 사례가 있다. 숙명여대는 2017년 성추행 교수에게 정직 3개월을 처분했고, 2018년에는 성추행 부교수에게 감봉 2개월을 내렸다. 가해자로부터 사과문을 받거나 공개 사과를 했다는 이유로 중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중앙대와 부산대, 성신여대 등도 일부 성추행 교수들에게 정직 처분을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국공립이든 사립이든 대학 교원의 '정직' 처분 기간이 최대 3개월이라는 점이다. 정직 처분을 받은 수많은 가해 교수들이 몇 달 뒤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구조인 것이다.

    잘못된 구조를 개선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서울대는 지난해 교원 정직 기간을 3개월에서 12개월로 연장하는 규정을 의결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원안대로 되돌리라'고 회신했다. 파면이나 해임 등 중징계 사안까지 정직을 주는 식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점과 사립학교법과의 충돌 문제가 있다는 것이 교육부 입장이다.

    교원 성비위에 대한 학교 측의 인식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 해결을 위한 대학가 공동대응단' 홍류서연 단장은 "특히 가해자가 교원인 권력형 범죄에 대해서는 가중처벌이 필요하지만, 막상 학교 측의 성비위 대응 태도를 보면 황당한 수준이다"며 "가해 교수 개인 사정이 있어 조사를 몇 달씩 미루거나 피해 학생과 공간 분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징계위원회의 구성 자체가 교수·남성 위주여서 객관적인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서울대나 중앙대 등 주요 대학 징계위원회에는 학생이 참여할 수 없는 구조다. '교원징계위 제도개선 대학가 공동대응'에서 활동하는 성신여대 김규미씨는 "성신여대의 경우 최근 교원징계위에 학생 1명이 참여하지만, 너무 적다. 다른 학교는 학생 참여 자체가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구성원 80~90%가 남성인 점도 문제다"라고 짚었다.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은 "대학마다 권력형 성범죄에 대처하는 수준이나 처리 방식이 천차만별이다. 학내 성희롱·성폭력 문제 대응구조 개선이 시급하다"며 "대학 내 인권센터 설치를 의무화하고, 가해 교수 정직 기간을 늘려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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