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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극장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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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이후, 극장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코로나19 이후 사람이 모이는 '공간'에 대한 인식 변화
    극장 관객 수 하락…멀티플렉스 3사 적자 ↑
    영화 시장에도 변화 생겨…홀드백 붕괴·OTT 번성
    영화를 볼 '새로운 이유' 이유 만들어야 해
    밖으로는 글로벌 시장 확대, 안으로는 상업·독립영화 이원화 필요성 제기
    재정적 지원 뒷받침 등 영화 생태계 전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 필요

    지난 3월 18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이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시대 극장계가 그 어느 때보다 위기를 맞았다. 관객의 발걸음은 줄고, 영화 생태계가 변화했다. 그 틈을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파고들어 관객을 내 손안의 세상으로 이끌고 있다. 극장에서 영화를 봐야 할 '새로운 이유'가 필요한 때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0년 상반기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전체 관객 수는 전년 대비 70.3%(7690만 명) 감소한 3241만 명, 매출액은 전년 대비 70.6%(6569억 원) 줄어든 2738억 원으로 관객 수와 매출액 모두 2005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처럼 영화 산업, 그중에서 영화 업계 전체 매출 중 80%가량 차지하는 극장에 위기가 찾아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일 열린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 영화 다음 100년을 준비하다' 포럼에 참석한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오기도 전에 영화산업을 절멸할 위기"라며 "영화는 '부수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이며, 이에 종사하는 이들을 사회안전망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표=영화진흥위원회 제공)

     

    ◇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극장 산업 위기 계속…대표 극장 3사 모두 적자 전환

    코로나19로 극장들이 자구책을 내놨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며 극장 산업도 계속된 위기에 내몰렸다.

    CJ CGV는 올해 2분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매출 416억 원, 영업 손실 1305억 원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지난 7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도 같은 기간에 기록한 4819억 원과 비교할 때 무려 91% 감소했고, 영업이익(235억 원)은 적자 전환했다.

    영화관 사업자 2위 롯데시네마 등을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도 2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동기 대비 82.2% 감소한 317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 손실은 506억 원으로 집계됐으며, 역시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메가박스중앙도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으며 실적이 악화했고,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0일 장기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한 단계 떨어뜨렸다. 등급 조정 이후에도 신용도에 '부정적' 전망을 달며 추가로 등급을 내릴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코로나19 시대가 가져온 일상의 해체와 언택트(untact·비대면) 시대가 가져온 결과 중 하나다.

    최항섭 교수는 "영화산업은 기본적으로 관객들의 집합적 관람에 기초한 극장가기 행위에 기반해 지탱되는데, 이 집합적 관람이 이전처럼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가장 큰 이유는 '극장'은 실내공간이며, 밀접한 접촉이 일어나는 공간이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최대 극장 체인 AMC (사진=AFP/연합뉴스)

     

    ◇ OTT 직행·홀드백 붕괴…무너지는 영화 산업의 규칙들

    이처럼 코로나19 사태로 극장 위기가 지속되고, 그 사이 극장계를 둘러싼 상황도 변화하고 있다. 언택트 시대 극장 대신 OTT 서비스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며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애플TV 플러스 등 온라인 플랫폼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특히 넷플릭스가 발표한 올 2분기 총 유료 가입자 수는 1억 9295만 명으로 역대 최고치다. 신규 가입자만 무려 1009만 명에 달한다. 이는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한 61억5000만 달러(한화 약 7조 4000억 원), 순이익도 160% 급증한 7억 2000만 달러(약 8611억 원)라는 기록으로 이어졌다.

    극장 개봉이 어려워지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조차 OTT로 향하게 됐다. 미국 내 코로나19 사태가 좀처럼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디즈니는 '뮬란'을 오는 9월 4일 자사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공개하기로 했다. 단 한국처럼 디즈니 플러스가 서비스되지 않는 국가에서는 극장 개봉을 추진한다.

    이처럼 변화한 시장의 흐름에 미국 영화 산업계에 오랫동안 이어져 온 거대한 규칙도 하나둘 깨지고 있다.

    미국 내 630여 개의 극장과 1만 1천 개의 스크린을 보유한 미국 최대 극장 체인인 AMC와 할리우드의 메이저 영화 제작사 유니버설 픽쳐스는 지난 7월 28일(현지 시간) 신작 영화의 극장 독점 상영 기간을 90일에서 17일로 단축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른바 '홀드 백'(Hold Back·한 편의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된 후, 비디오로 출시되기까지 필요한 기간)의 붕괴다.

    AMC는 독점 상영 기간을 대폭 단축하는 대신 유니버설이 프리미엄 주문형 비디오(PVOD) 시장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공유하기로 했다.

    외신들은 "전대미문의 역사적인 거래"라고 평가하며 이번 홀드백 붕괴가 영화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리라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이로 인한 여파를 주시하고 있다. CJ CGV 조성진 전략지원담당은 "영화 플랫폼 변화의 상징적 사건"이라며 "월스트리트에서는 단기적으로 극장 관객이 줄어들고, 장기적으로 블록버스터급이 아닌 영화의 경우 극장이 아닌 가정에서 보려는 경향이 점점 강해질 것이라는 시각이 증폭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합의 이후 '영화 시장에 변화가 올까?' '다른 스튜디오도 따라 할까?' '작은 극장들의 미래는?' '스튜디오들이 히어로물이 아닌 다른 영화 제작에 나설까?' 'OTT 강자인 넷플릭스에는 어떤 의미일까?' 등 궁금증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코로나19 시대, 영화는 어떻게 생존해야 할까

    제작부터 상영까지 모든 게 맞물려 있는 구조에서 어느 것 하나 삐걱거리면 영화 산업 전반이 위험할 수밖에 없다. 극장 산업의 위기는 곧 영화 산업 전체의 위기로 이어진다는 의미이다.

    최 교수는 "모든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실내 밀접 공간'인 극장을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과거 집에서 영화를 보지 않고 극장을 가서 영화를 보던 '그 이유'를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그 이유'를 만들어 내야 할 것"이라며 "극장에서 봐야 그 경험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콘텐츠들을 제작하고 이를 경험하게 해주는 극장 기술들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성진 전략지원담당은 "넷플릭스와 할리우드 스튜디오 사례와 같이 영화의 질적·양적 성장을 위한 시장 확대가 필수"라며 "국내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전 세계 동시 개봉 영화를 지속해서 창출할 수 있는 체계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상업영화와 별도로 독립영화 육성 시스템의 필요성도 짚었다. 글로벌 성공 대작이 계속 창출되고, 신진 영화인들이 꾸준히 육성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 전략지원담당은 "기술 기반 한국 토종 영화 상영관과 콘텐츠에 관한 관심과 육성, 차세대 영화 신기술의 적극적인 육성 등 극장에 꼭 와야 할 이유도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영화발전기금 제도의 전면적 재편을 주장했다.

    그는 "충분한 재원 확보로 제작 분야에 대한 지원 외 생태계 전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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