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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참사 9주기…"피해 인정률 10%도 안 돼"



사건/사고

    가습기살균제 참사 9주기…"피해 인정률 10%도 안 돼"

    "9년간 1만1518명 중 949명만 폐질환 등 3개 질환 인정돼"
    "文정부 들어서도 낙제수준…정부·국회 해결 위해 전력해야"
    비대위 "정부가 나서 추모재단 설립하고 추모제 진행해야"
    사참위, 가습기닥터 등 신규 가습기살균제 9종 추가로 확인
    1994년 출시 후 48종 판매…판매량 확인된 것만 990여만 개
    "동일제품이어도 살균물질 농도 제각각…최대 32배까지 차이"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지 9년이 된 3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가습기살균제?참사?유족과 피해자,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사진=황진환 기자)

     

    정부가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를 공식 인정한 지 9주기가 됐지만, 피해 인정률은 여전히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유족 등 피해자 가족들은 3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전체적으로 1만1518명을 판정해 이 중 8.2%인 949명을 인정했고, 91.8%인 1만569명은 불인정했다"며 "판정신청자 10명 중 1명도 피해자로 인정되지 않은 셈"이라고 밝혔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정부는 폐질환 신청자 5770명을 판정해 489명(8.5%)을 인정했고 천식과 관련해선 5692명을 판정해 432명(7.6%)을 피해자로 인정했다. 상대적으로 인정률이 높은 태아 피해는 56명의 신청자 중 28명(50%)이 구제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 측은 정부가 인정하고 있는 3가지 질환 외 많은 질병이 아직도 신청대상조차 되지 못하고 있으며, 피해지원금 역시 절반 이상이 지급되지 못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기업기금으로 지원하는 계정인정자를 포함한다고 해도 피해신고자의 절반도 안 되는 43%만이 인정됐고 57%인 3877명은 불인정되거나 판정되지 않았다"며 "피해지원금의 경우도 절반도 안 되는 37%만이 지급됐고 63%가 정부금고에 쌓여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질병이 인정질환으로 된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피해자들이 호소하는 질환들이 많고 그나마 인정질환들도 실제 질환별 인정기준이 매우 엄격해 10명에 1명도 안 되는 상황"이라며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지난 6년 동안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의해 철저히 방치되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 변화의 조짐을 보였으나 실제로는 초라한 낙제수준의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이들은 이제 100일 후면 업무가 종료되는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를 들어 "그동안의 진상규명과 피해대책, 재발방지를 위한 안전사회를 위해 무슨 성과를 냈는지 엄중한 평가가 따라야 하고, 정부가 얼마나 지원, 협조했는지 따져물어야 한다"며 "10주기까지 남은 1년 동안 정부과 국회는 전력을 다해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로 지난 10일 숨진 박영숙씨의 남편 김태종씨는 "아내가 사용한 가습기살균제는 SK가 만들고 애경이 이마트에 공급한, 굴지의 회사들이 관련된 상품"이라며 "우리가 물건을 팔아줘 성장한 기업인데 피해자가 죽는 순간까지 사과 한 번 없다는 게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지난 2014년 장모와 아내를 가습기살균제로 잃은 조병열씨는 "사별 후 지금까지 (기업 측으로부터) 명확한 답변 한 마디 듣지 못하는 이 세상이 너무 서글프고 힘들다"며 눈물을 보였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정부가 나서 추모재단을 설립하고 전체 피해자를 위한 추모제를 진행해야 한다"며 "지금의 피해판정 기준과 인정기준 등을 바로잡고 불인정 피해자 전부의 피해를 재판정해야 한다"고 피해신청자에 대한 배상과 보상을 촉구했다.

    한편 사참위는 이날 지금까지 확인된 48종의 가습기살균제 제품 현황 및 23종의 제품 성분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4월까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산학협력단에서 진행된 연구를 통해 총 395개의 개봉제품과 9개의 미개봉제품이 분석됐다.

    사참위에 따르면, 지난 1994년 최초로 가습기살균제가 출시된 후 현재까지 출시·판매된 48종 중 판매량이 확인된 30종 제품의 총 판매량은 995만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새롭게 확인된 9종의 제품은 이염화이소시아눌산나트륨(NaDCC)를 주요 살균성분으로 하는 하이크로정, 황토(Claybell)를 성분으로 하는 에코볼 필터, 은나노향균볼 성분의 우리가족 안심볼 등 3종과 함께 성분이 확인되지 않은 △가습기닥터 △향균가습기닥터 △가습기티올 △가습기라이트 △가습기파트너 △피톤차프 등 6종이다.

    사참위는 동일한 가습기살균제 제품이라도 살균물질의 농도 차이가 최대 수십 배까지 난다는 점도 확인했다.

    지난 2019년 8월 27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사회적참사 특별위원회가 진행한 2019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 청문회가 열린 가운데 채동석 애경그룹 부회장이 청문위원들의 질문에 고개를 숙이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옥시레킷벤키저의 '옥시싹싹 뉴 가습기당번'은 77개 제품에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 )농도가 최소 280ppm에서 최대 9000ppm까지 무려 32배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판매기간인 지난 2004~2011년 해당 농도가 일정하게 검출된 사례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제조 판매한 '애경 홈크리닉 가습기메이트'는 29개 제품에서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의 농도가 최소 11.8ppm에서 최대 227.9ppm까지 최대 19배의 차이가 났다. 이 제품 역시 판매기간인 지난 2002~2011년 같은 성분의 농도가 제각각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참위는 "개봉된 제품의 경우, 물이 증발하는 요인으로 인해 원료물질의 농도가 일부 달라질 수 있지만, 같은 제조업체에서 제조된 미개봉 제품들에서도 농도 차이가 발생한 것은 제조과정에서 품질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분명히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가습기살균제사건 진상규명소위원회 최예용 소위원장은 "본래 가습기살균제가 가습기 물통에 농약성분이나 마찬가지인 액상의 살균제를 넣어 사용하게 만든, 근본적으로 잘못된 제품인 데다 제품 내의 살균물질 농도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점이 파악됐다"며 "상대적으로 높은 살균물질 농도의 제품 사용자들에게 더 큰 피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돼 이와 관련해 인체 유해성에 대한 별도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연구 의미를 설명했다.

    아울러 "개봉제품의 경우 시간에 따라 물이 증발해 살균성분의 농도가 진해질 수 있다는 점도 앞으로 확인해야 하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수년간 보관하며 사용한 소비자는 시간이 갈수록 독해진 제품을 사용하게 된다는 의미"라며 "아직 시료 확보를 하지 못한 25종 제품에 대해서도 반드시 확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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