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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 대상 '마약 교육·검사' 강화해야…'마약 확산의 악순환 고리' 끊어야"



광주

    "외국인 노동자 대상 '마약 교육·검사' 강화해야…'마약 확산의 악순환 고리' 끊어야"

    [마약 하기 쉬운 대한민국 - 마약의 덫에 빠진 '외국인 노동자'⑦]
    1주일 지나면 '음성'…'위험' 대상 외국인 노동자 마약검사 방식 강화해야
    한국의 마약 법규·처벌 수위 알리는 교육 필요…16시간 교육 중 일부만 마약교육
    추방된 외국인 노동자 "처벌 수위 알았다면 마약 투약 안 했을 것"
    SNS 등 인터넷 모니터링 강화… 마약 등 강력범죄에 대한 인식 개선

    지난 8월 중순 광주 광산구 신창동의 한 태국인 전용 클럽을 찾은 태국인들이 클럽에서 음악을 들으며 술을 마시고 있다.(사진=김한영 기자)

     

    1일은 일곱 번째 순서로 마약하기 쉬운 나라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국내 마약 법규와 처벌 수위를 알리는 교육을 강화하고 위험 수준에 따라 검사 방식을 세분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보도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르포]마약 유통 온상이 된 '수상한 외국인 전용 클럽'
    ②마약 공급책 태국인 "태국 노동자 절반은 마약 투약"
    ③국제우편과 항공편으로 버젓이 밀반입되는 마약… 마약 청정국 '위협'
    ④'유럽부터 아프리카'까지 외국인들 마약 천국 된 대한민국
    ⑤'n차' 마약 투약 현실화…마약 투약 후 강력범죄도 '빈발'
    ⑥'마약' 세관에서는 '무사 통과'…수사는 민간 통역요원에 '의존'
    ⑦"외국인 노동자 대상 '마약 교육·검사' 강화해야…'마약 확산의 악순환 고리' 끊어야"
    ◇1주일 지나면 대부분 '음성'…외국인 노동자 마약검사 방식 개선해야

    비전문 취업(E-9)과 선원 취업(E-10) 비자 등으로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국내에 거주하기 위해서는 마약 검사가 포함된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법무부 요청으로 고용노동부가 마약 검사를 포함한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입국 후 3일 이내에 마약검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법무부가 통보받고 있다. 문제는 현재의 소변검사 방식은 대개의 경우 마약 투약 후 1주일이 지나면 '음성' 판정이 나온다는 점이다. 소변 검사를 통해 필로폰과 코카인, 아편, 대마 등의 성분을 검출할 수 있지만 건강검진을 앞두고 마약 투약을 자제한다면 적발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 2017년 4월부터 지난 7월까지 약 40개월 동안 E-9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의 1차(소변) 마약검사 양성 비율은 0.25%에 불과했으며 E-10 비자로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는 0.14%에 그쳤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마약을 많이 투약하는 특정 국가나 전과 등을 고려해 모발 검사 대상자를 선정하는 등 검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외국인 노동자 마약 검사 방식 및 시기(사진=법무부 제공)

     

    입국이 허가된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국민건강보험법을 토대로 마약검사가 포함되지 않은 건강검진만 이뤄지고 있어 최초 입국 시 마약 투약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사실상 적발이 불가능하다. 여기에 외국인 노동자 마약 사범의 상당수가 건강검진을 받지 않고 입국하는 불법 체류자라는 사실은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국내 마약 법규·처벌 수위 알리는 교육 필요…'마약 고리' 사전 차단 위해

    마약 전문가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마약 유통과 투약을 줄이기 위해서는 한국의 마약 법규와 처벌 수위를 설명하는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가별로 마약류로 규정하는 마약 성분과 처벌 수위에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애초에 경각심을 갖고 국내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용노동부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들어오는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국 문화와 근로기준법·성폭행 등과 함께 마약 관련 교육이 포함된 '외국인 입국 후 취업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받는 교육은 2박 3일 동안 16시간에 불과해 방대한 교육 내용을 고려할 때 마약 관련 교육은 겉치레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2019년 외국인 마약사범 국적별 단속 현황(사진=대검찰청 2019년 마약백서)

     

    이 같은 상황에서 자국의 마약 법규와 처벌 수위를 토대로 한국에서의 마약 유통과 투약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갖기 쉽다. 여기에 마약 범죄가 적발되지 않는 비율(암수율, 暗數率)이 실제 적발 건수 대비 20배에서 30배 달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외국인 노동자 대상 마약 교육 강화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커진다.

    실제로 국내에서 마약을 투약했다가 적발되는 외국인 노동자 중 상당수는 한국과 자국의 마약 법규의 차이를 몰라 마약 범죄를 저질렀다고 답하곤 한다. 마약을 투약하다 적발된 외국인 노동자를 다수 변호한 경험이 있는 '법률사무소 진실'의 박진실 변호사는 "한국의 마약 법규와 처벌 수위를 알았다면 마약을 투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다"며 "마약을 투약하다 적발될 경우 강제 출국을 당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약을 투약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수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노동자 대부분이 국가별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국가 대사관과 협력해 마약 교육을 진행하는 방식도 필요하다. 다양하고 반복되는 마약 교육을 통해 한국에서 마약을 유통하거나 투약하면 자국보다 엄한 처벌을 받는다는 점을 외국인 노동자에게 적극 알리는 것이 마약사범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길이라는 지적이다. 이같은 반복 교육을 통해 마약에 대한 수요를 줄여야만 밀반입되는 마약 규모를 줄일 수 있어 마약 유통과 투약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SNS 등을 통한 마약 홍보 콘텐츠 관리 강화… 수사력 강화 필요

    외국인 노동자 중 상당수가 SNS나 텔레그램, 다크 웹 등을 통해 마약을 구매하거나 판매하는 상황에서 마약 판매를 홍보하는 콘텐츠에 대한 적극적인 차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필로폰을 뜻하는 은어로 검색할 경우 SNS 등에서 마약 판매책이 게시한 것으로 보이는 콘텐츠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이한덕 예방사업팀장은 "마약 투약과 유통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등을 통해 손쉽게 마약을 접할 수 있는 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며 "마약 거래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로 마약에 대한 접근부터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마약 등 강력 범죄에 대한 관심보다 보이스피싱을 비롯한 금융과 관련된 이른바 화이트칼라 범행으로 외국인 노동자 범죄에 대한 관심이 옮겨가는 현실에 대한 개선도 요구된다. 마약 범죄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는 수사를 담당하는 인력 중 소위 엘리트들이 검찰 강력부 등에 지원하지 않게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평상시에는 마약 관련 수사가 별 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다가 특별수사기간에는 평소의 수십 배에 달하는 수사 성과가 나오는 상황이 반복된다. 검찰에서 수년 동안 마약 수사를 전담한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특별수사기간에 단속이 크게 증가한다는 것은 그만큼 적발되지 않은 마약 범죄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마약 범죄가 증가 추세에 있지만 수사기관의 수사력은 그에 못 미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지난 2018년 세관이 김해 공항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항공여행자의 캐리어를 검사해 대마초 18㎏을 적발했다.(사진=관세청 제공)

     

    ◇인력 충원 등을 통해 세관 통과절차 강화… 마약 전과자 '입국 제한' 필요

    관세청은 지난 2월 특송 우편 화물의 간소한 통관 절차를 악용한 마약 등 위험 물품 반입을 차단하기 위해 특송화물 및 국제우편물 통관 인력을 충원하고 검색 시스템을 강화했다. 하지만 갈수록 다양화·지능화하고 있는 마약 반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X-ray 화면을 이른 시간에 정확히 분석할 수 있는 오랜 경력을 가진 전문 경력관과 수사관 등의 증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국에서 다수의 마약 전과가 있어도 국내 입국 당시 걸러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법무부는 경찰, 국가정보원 등 수사기관에서 요청이 들어올 때만 이들의 입국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19년 한국에서 가장 많은 마약 사범이 적발된 태국의 경우 한국과 비자면제 협정이 체결돼 90일 간 비자 없이 체류할 수 있는 맹점이 있다.

    검찰에서 수년 동안 마약 수사를 담당한 김희준 변호사는 "현재 수사와 검사 인력으로는 급증하는 변종 마약 사범 등을 수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인력을 보강한다고 해서 단기간에 마약사범이 감소하는 등의 눈에 띄는 변화는 없겠지만 경각심을 가지고 마약사범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하고 추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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