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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자의 쏘왓]뉴딜펀드 탐난다고요? 아직 나온 건 '뼈대 뿐'



금융/증시

    [홍기자의 쏘왓]뉴딜펀드 탐난다고요? 아직 나온 건 '뼈대 뿐'

    사실상 한국판 뉴딜펀드는 '정책형 뉴딜펀드', 정부 7조+민간 13조
    빠르면 내년 중순쯤에야 펀드 상품 나와…투자처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아
    원금 보장 상품은 아냐, 정부가 후순위 출자해 위험 부담은 적어
    금융위원장이 밝힌 예상 수익률은 국고채 이자보다 높은 정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은성수 금융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정부가 '한국판 뉴딜' 추진을 위해 '뉴딜펀드'를 조성한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정부여당은 이전부터 '국민재테크 상품'이 될 것이라며 연일 홍보해왔고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대표 세일즈맨이 됐습니다. 저금리 시대, 풍부한 유동성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정부가 원금을 보장하는데 수익률이 꽤 좋다는 제안은 매혹적이기까지합니다.

    제 주변에도 정부가 뉴딜펀드를 조성한다고 발표하자마자 투자처는 정해졌느냐, 얼마를 내야하고 수익률은 얼마냐, 손실을 정부가 메워주니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등의 질문이 잇따랐습니다. 대체 무슨 돈으로 정부가 손실을 부담하냐는 비판까지요. 그래서 일반 국민 투자자의 관점에서 뉴딜펀드에 대한 궁금한 점을 알아봤습니다. 과연 뉴딜펀드 어디까지 준비돼 있을까요?

    1. 뉴딜펀드 쉽게 설명하면?

    뉴딜펀드는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돈을 모으기 위한 수단입니다. 그렇다면 한국판 뉴딜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겠죠. 산업의 성격으로 분류해 볼 때 '디지털'과 '그린(환경)'이 핵심 키워드이자 두 개의 축입니다. 디지털 관련 산업과 환경 관련 산업을 미래 우리의 먹거리로 보고 여기에 과감한 투자를 해야한다고 판단한 겁니다.

    이를 위해 뉴딜펀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고요. 이때 자금의 주체에 따른 '뉴딜펀드 3종세트'가 나왔습니다. ①정책형 뉴딜펀드 ②뉴딜 인프라펀드 ③민간 뉴딜펀드인데요. 좁은 의미에서 한국판 뉴딜펀드는 '정책형 뉴딜펀드'를 말합니다. 인프라펀드는 기존에도 있었는데 세제 혜택을 줘서 활성화한다는 것이고요. 민간 뉴딜펀드의 경우는 민간이 알아서 운용하니까요. 정부가 손실을 '사실상' 보장해주는 것도 정책형 뉴딜펀드뿐이지요. 나머지 두 개의 펀드는 정부가 손실을 사실상 보장한다고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정책형 뉴딜펀드는 어떤 구조냐. 모자(母子)펀드의 형태로 이뤄져 있습니다. 모자펀드는 말 그대로 하나의 엄마 펀드에 여러개의 자식 펀드를 두는 형태인데요.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7조원을 투입해서 모(母)펀드, 이른바 엄마펀드를 만들고요. 민간의 돈으로 13조원을 투자해 총 20조원의 자(子)펀드, 자식펀드들을 만듭니다. 그리고 자펀드들은 뉴딜 관련 기업과 프로젝트에 투자합니다. 그러니까 일반 국민들이 민간 공모펀드에 투자하면 자펀드 자금으로 흘러가고, 자펀드는 뉴딜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구조죠.

    그래픽=고경민 기자

     

    2. 구체적으로 뉴딜펀드가 투자하는 곳은? 일반 투자자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투자?

    아직 구체적인 투자처와 투자 방법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내놓은 건 말그대로 뉴딜펀드의 형태, '뼈대'만 나온 격이죠. 다만 정부가 뉴딜펀드에 대한 보도자료에 제시한 예시를 통해 유추할 순 있습니다. 정부가 정책형 뉴딜펀드 투자 대상으로 예시를 든 건 뉴딜 관련 민자사업인데요. 그린스마트 스쿨, 수소충전소 구축 등 입니다. 또 디지털 SOC 안전관리시스템, 신재생에너지 시설 등 뉴딜 인프라 사업, 수소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 같은 뉴딜 관련 프로젝트가 있고요. 뉴딜 관련 창업 ·벤처기업·중소기업 및 주력 기업 등도 투자 대상입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뉴딜펀드 조성에 대한 큰 그림을 밝히고 난 뒤 한국거래소에서 곧장 K-뉴딜지수를 발표한 것을 보고 뉴딜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이 뉴딜펀드가 투자하는 곳인줄 알고 헷갈려 하는 분들도 있는데요. 뉴딜지수는 향후 민간 자산운용사 등이 연계 투자상품을 출시할 수 있겠지만, 뉴딜지수 자체에 포함된 기업들이 뉴딜펀드에 담기는 기업들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일반 투자자들은 언제부터 뉴딜펀드에 가입할 수 있냐고요? 현재도 민간에서 만든 뉴딜펀드는 가입할 수 있습니다. 문 대통령이 가입해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본 NH농협의 NH-아문디 필승코리아 펀드는 정부가 판단한 민간 뉴딜펀드로 분류됩니다. 삼성 액티브운용이 7일 출시하는 에너지 및 디지털 산업 주요 종목을 편입하는 '삼성뉴딜코리아펀드'도 마찬가지고요.

    다만 정책형 펀드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우선 올해 말까지 모펀드를 조성하기 위해 정부와 정책금융의 자금이 조달되어야 하고요. 내년 예산이 들어오면 자펀드 모집을 시작합니다. 일반 국민은 이 시점부터 정책형 펀드에 가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어디서 살 수 있는지도 상품이 나와야지 알 수 있을 테지만요. 기본적으로 증권사에서 판매하되, 국민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 은행 등 다른 판매사와도 협의 중입니다.

    그래픽=고경민 기자

     

    3. 정부가 원금 보장 해준다고 했는데? 진짜? 어떻게?

    뉴딜펀드가 일반 국민들에게 어디에 투자할 지보다도 먼저 각인된 게 있다면 '원금 보장'일 겁니다. 정부여당이 큰 그림을 그릴 때부터 민간의 자금을 유인하기 위해 원금 보장을 강조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뉴딜펀드는 원금 보장 상품이 아닙니다. 자본시장법상 펀드는 원금 보장 자체를 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사실상 원금 보장"이라는 표현을 썼죠. 그렇기 때문에 손실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신 손실 위험이 크진 않게끔 설계했습니다. 정부가 후순위 출자를 해서 먼저 위험을 떠안는 구조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정책형 뉴딜펀드 자펀드가 뉴딜 관련 A기업에 투자를 했는데 10%의 손실이 났다고 가정해볼게요. 이때 정부가 후순위로 참여를 하지 않았다면 당연히 투자했던 돈을 먼저 다 가져가겠죠. 하지만 후순위, "나중에 찾아갈게"라고 선언을 하면서 자금을 댄 만큼 투자자들의 돈을 먼저 보장해줍니다.

    자펀드의 35%를 정부가 대기 때문에 손실의 35%까지 보장해준다고 했던 건데요. 이내 "손실 부담률은 기본적으로 10%"라고 정정했습니다. 후순위 비율에 대해 정부의 의견이 바뀐 셈이지요. 정부는 최종적으로 2조원은 후순위지만, 나머지 5조원은 유동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예 위험 분담 장치가 없는 일반 펀드와는 다르지만, 보장 비율은 처음보다 대폭 줄었다고 보면 되겠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판 뉴딜 금융지원 방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금융위 제공)

     

    4. 높은 수익률은 가능? 다른 관제펀드 수익률은 어땠는데?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직접 밝힌 예상 수익률은 국고채 이자보다는 조금 더 높은 정도입니다. 현재 1년 정기예금 금리는 0.94%,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는 각 0.92%, 1.52% 수준인데 이보다는 높게 잡겠다는 건데요. 여당이 애초에 밝힌 '원금 보장'과 함께 '3%+알파'와는 거리가 멀어졌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 저금리 여파로 금융상품 수익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이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이면 민간 자금을 유인하는 효과가 크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예상 수익률은 뉴딜펀드의 구체적인 상품이 나오고 굴려봐야 알 수 있겠죠.

    그렇다면 과거 정부가 만들었던 관제펀드의 수익률은 어땠을까요? 이명박 정부 당시에는 '녹색성장펀드'가 대거 출시됐었는데요. 2009년에 녹색성장이 테마주가 되면서 평균 수익률이 58.6%에 달했지만, 태양광 등 업황이 부진해지면서 2011년 수익률은 -21.6%로 뚝 떨어졌습니다. 박근혜 정부 때는 '통일펀드'가 나왔는데요. 2016년 개성공단 폐쇄를 기점으로 수익률이 급락했습니다. 현재는 신영자산운용 상품만 하나 남았는데요. '신영마라톤코리아펀드' 최근 3년 기준 수익률은 -6.65%, 올초 대비 수익률은 2.14%입니다.

    금융위는 뉴딜펀드가 기존의 관제펀드들과는 다르다고 선언했습니다. 이전 관제펀드들은 사업의 실체가 부족했지만, 뉴딜펀드는 예산이 확보돼 사업의 구체성을 갖췄고 정권이 바뀐다고 해도 뉴딜 분야에 대한 중요성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빨라도 내년 중순쯤에나 뉴딜펀드의 상품이 나올텐데, 그때가 차기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이 설명이 얼마나 맞을지 궁금해집니다.

    지난 7월 14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5. 그래서 뉴딜펀드 투자해? 말아? 전문가들의 조언은?

    전문가들도 주위에서 뉴딜펀드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고 하는데 그때마다 곤혹스럽다고 합니다. 아직 나온 게 구체적이지 않아서죠. 뉴딜펀드도 어찌됐건 시장에 내놓는 상품일진데 "이 뉴딜펀드라는 상품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투자합니다→돈이 있으면 투자에 관심을 가지세요"라고 하는게 순서인데 어디에 투자한다는 알맹이 없이 상품만 먼저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한 셈이 되었거든요.

    특히 세금을 일정 정도 투입할 각오로 만드는 상품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반감이 상당합니다. "투자는 투자자 책임"이 상식인데, 왜 투자자의 손실을 국민 세금으로 메우냐는 겁니다. 그렇다면 투자를 하지 않은 게 손해가 되어버릴 수 있는데 그럼 반강제적 투자를 정부가 유인하는게 아니냐는 반문입니다.

    이에 대해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뉴딜펀드의 투자 대상이 공공 또는 준공공재적인 성격이 강해서"라고 설명했습니다. "뉴딜산업의 성장성은 예상되는데 시장에선 누구도 나서서 공급하려 하지 않고 정부는 돈이 마뜩지 않기 때문에 민간에 유인을 제공하고 정부가 기꺼이 비용을 감수하는 방향"이라는 겁니다.

    반면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사실상 원금 보장이라는 말을 했기 때문에 국민들은 손실이 나더라도 정부가 메워줄 것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렇게 되면 세금이 들어가는데, 펀드 자체 구조가 실제로 국채를 발행하는 구조랑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국채를 발행하면 국채 비율로 잡히는데, 이런 식의 펀드를 조성하면 국채와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도 국채 관리가 되지 않을 수 있고, 국가 부채가 늘어나는 부담을 장기적으로 가져가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는 거죠.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개인 입장에서 수익을 보장해준다고 하면 안 할 이유가 없지만, 실제로 얼마를 보장해주냐는 쉽지 않은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장기적이고 수익률이 높은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원하는 수익 그 이상을 내는 것 자체가 힘들 것이라는 거죠. 특히 수익이 날 수 있는 사업은 정부가 보증하는 펀드를 만들지 않더라도 민간이 이미 투자했기 때문에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이 수익률이 낮은 사업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고요.

    앞으로 다양한 정책형 뉴딜펀드가 쏟아질 텐데요. 뉴딜펀드의 상품들이 정해지고 이때 내가 투자를 해야하냐 말아야 하냐를 결정할 때는 그 펀드가 투자하는 기업이 어떤 곳인지를 제대로 파악하고 수익을 낼 수 있는 기업인지를 봐야 합니다. 각 운용사의 펀드가 담고 있는 기업들이 상장 기업인지 비상장기업인지부터 그 기업이 하는 뉴딜 관련 산업이 수익성은 낼 수 있는지 등의 기준을 세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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