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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국시 거부' 의대생들이여, 높아지려거든 낮아지라



칼럼

    [칼럼]'국시 거부' 의대생들이여, 높아지려거든 낮아지라

    [김진오 칼럼]

    정부 여당 백기를 들었으니 한번 더 양보하라
    의대생들은 책임감 사명감을 가졌으면

    전공의들이 집단휴진을 벌인 지 18일 만에 업무에 복귀한 8일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의사 자격시험, 이른바 의사 국가고시(이하 국시) 거부 사태를 방치하는 게 맞는가? 아니면 한 번의 기회를 더 주는 게 옳은가?

    정부의 양보를 전제로 한 의대생들의 국시 구제는 의료계가 강력히 원하는 사항인 반면 기회를 줄 수 없다는 것은 정부의 입장으로 충돌하고 있다.

    공공의대 설립 등 4개항을 요구하며 국시를 거부한 의대 본과 4학년생들은 완강한 태도다.

    올해 국시를 치르지 않아 의사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정부와 의사협회의 협의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과 경기, 부산 등 대부분 지역(광주와 전남북 대학병원 제외)의 전공의·전임의들은 18일 만인 8일 업무에 복귀했다.

    정부가 의대생들의 국시 일을 일주일 연기해준 마당에 예비 의사들이 강경 일변도로 치닫는데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제85회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 첫날인 8일 오후 서울 광진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장으로 관계자들이 들어서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보건 학자의 입에서 '자신들의 먹거리(파이)를 줄이지 말라고 정부와 국민을 상대로 떼를 쓰는 것'이라는 비판에서부터 의대생들의 특권의식과 집단 이기주의라는 여론까지 의대생들의 강경 기류에 대한 반감이 상당하다.

    '국시 미응시 의대생 구제하지 말라'는 청와대 청원이 50만 명에 육박하고 있을 정도다.

    정부·여당과 의사협회의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증원 확대 등에 대한 원점 재검토 합의 이후 민심의 흐름이 바뀌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강경하다.

    정부는 이날 의사 국시 실기시험 추가 연기 등의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미 한차례 지원 일정을 연기한데다, 의과대학생들 스스로 시험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제를 요구하는 것은 "공정성과 국민감정에 위배 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의대생들의 국시 응시 거부에 따라 시험일을 일주일 연장하고, 접수 기한도 9월4일에서 9월6일로 미뤘다.

    전임·전공의들의 파업에 대해 "장병이 전장을 이탈하는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던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총리는 체면을 구기면서까지 의사들의 요구를 상당 부분 받아들였다.

    대한의사협회가 의과대학 정원확대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발하며 집단 휴진에 들어간 모습.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정책 추진의 방침이 섰으면 다소간의 불만과 문제 제기가 있더라도 국민의 건강과 안전, 의료체계 개선을 위해선 원칙대로 밀고 가는 것이 정책집행력을 높이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정부는 전공·전임들의 파업에 '백기를 든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의대생들의 국시 거부 투쟁을 정부로서도 수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국시 거부 사태가 의사 재파업 사태를 촉발하는 방아쇠가 될 개연성이 농후하다.

    의사협회가 의대생들의 국시 거부에 따른 구제책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촉구했고, 대전협비대위원회도 "2주 안에 국시 미응시자들을 구제 안 하면 다시 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 의대 교수들도 상황을 지켜보겠지만 제자들이 억울한 일을 당할 경우 가만있지 않겠다는 태도다.

    정부 여당은 공공의대 설립을 일방적으로 진행하다 추진력을 상당 부분 잃은 만큼 의대생들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것이 타당하지 않나 여겨진다.

    지금 정재계, 법조, 언론계 등의 50대들은 학창시절 구속을 각오하고 군부정권 퇴진과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다.

    그 성취가 각계의 지도자로 자리매김 되고 있음을 감안해 젊은 때의 불의와 불공정, 불합리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국시를 거부한 걸, 끝까지 외면해서야 되겠는가.

    젊은 예비 의사들의 '호기'로도 받아들일 있는 일을, 법과 원칙으로만 대처한대서야 그 때의 군부 정권을 닮아간다고 하지 않을까.

    또 한 번의 국시 응시 기회를 줬으면 한다.

    내년 의사 배출 수가 1/7로 줄어들어 의사들의 수급 문제 때문만이 아니다.

    의대 본과 4년생들의 지루한 1년을 정부의 정책에 대한 저항으로 인해 허송하도록 방치하는 것이 온당치 않아서다.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분주히 이동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국시 전체 응시자의 86%인 2,726명의 신규 의사가 배출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 아니라 전공·전임이들의 2차 파업이 불 보듯 뻔하고, 의과대학 교수들뿐만 아니라 전국의 의사들까지 동참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다.

    코로나 재난의 끝이 보이지 않는 것도 정부의 선택 폭을 좁히고 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할 의료대란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전략기획반장이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의대생들은 국가시험을 스스로 거부하고 있는 상황인데 정부에 구제 요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을 해결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바로 이 대목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있어 보인다.

    의대생들이 국시에 응시하겠다고 나서면 구제가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의사협회나 전공의단체는 의대생들이 스스로 학업에 복귀하고 시험을 치르도록 입장을 바꾸게 설득할 필요성이 있다.

    의대생들도 내부적으로는 설마, 자신들을 자르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겠으나 정치적 수를 쓰는 기성세대들을 답습하지 말고 대학생답게 순순성을 보여주길 바란다.

    거창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초엘리트들로서의 국가와 사회, 국민, 특히 환자들에 대한 책임감과 소명의식을 가졌으면 한다.

    전교 1,2등의 초엘리트들인 의대생들은 타고난 재능과 좋은 환경, 자신의 노력 등에 지원을 얻어 의대에 진학했겠지만 그런 것들도 다 운, 이른바 '집단 자산'이 동시에 움직인 결과다.

    존 롤스는 "천부적, 사회적 운을 '집단 자산'이라 생각하고 중립화하는 것이 정의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혼자 이룬 성공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높아지려거든 낮아지라"는 말은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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