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어디까지 흡수할 거니…전화기의 '변신'

  • 2020-09-09 14:00
매일 아침마다 폰에서 울리는 알람 소리에 눈을 뜹니다.
출근길 핸드폰에 내장된 교통카드로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탑니다. 간밤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세상 사는 이야기를 보거나 유튜브, 웹툰으로 눈요기 합니다.
점심시간에 평소 가고 싶었던 맛집을 방문해 핸드폰으로 음식 사진을 찍으며 SNS를 통해 밀린 일상을 업로드합니다.
전날 쇼핑몰에서 찜해 스마트페이로 손쉽게 결제한 상품이 집 앞에 도착했다는 알람을 받고 들뜬 마음을 안고 집으로 향합니다.
퇴근길엔 내가 좋아하는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듣고 이어폰을 귀에 꽂으며 게임에 열중합니다.

 

우리는 어쩌다, 언제부터 핸드폰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바보가 됐을까요?
어쩌면 생각했던 것보다 우리 생활에 더욱 밀접하게 동거하고 있었던 '이 아이'가 매우 궁금해졌습니다.
◇'띠! 띠띠! 띠띠띠!' 모스부터 버튼 달린 전화기의 史
전화기의 시초는 길고 짧은 음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모스의 전신기입니다. 1844년 발명자인 새뮤얼 모스에 의해 모스의 전신기가 워싱턴과 볼티모어 사이의 연락에 사용된 것이 최초인데요.
그레이엄 벨이 특허 등록한 최초의 음성전화기는 손으로 발전기를 돌려야 사용이 가능했고 한 손으로는 송화기(전화기에서 송수기에 장착되어 통화자의 입 주위에서 작동하는 마이크로폰)를 들어 귀에 대고 수화기는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이후에는 공전식 전화기로 발전했는데 전력이 항상 공급되며 전화를 들면 바로 교환원에게 연결됐습니다.
말하자면 전화할 때 무조건 114를 써야 했던 셈인데, 모든 전화를 교환원이 수동으로 연결해 줘야 하니 엉뚱한 상대에게 연결 사고가 일어나기도 하고 인건비도 많이 들 수밖에 없었죠.

 

1889년 미국인 장의사 알몬B.스트로저가 전자석을 이용한 자동교환기를 발명하게 됩니다. 전자석 자동교환기는 전화기 가입자가 다이얼 전화기에 표시된 숫자를 손가락으로 돌리면 발생되는 펄스를 자동교환기로 보내게 되는데요.
예를 들어 숫자를 5까지 돌리면 되돌아가는 과정에서 전기 접속을 다섯 번 하게 되고, 이것을 보내서 5번이라는 신호를 만드는 방식이며 '모스 부호'와도 비슷합니다.
1922년 뉴욕에서 처음 보급된 전자석 자동교환기 전화기에는 원하는 사람에게 연결하기 위해 전화번호가 사용됐고, 다이얼이 비로소 생겨납니다.
40년 후 '톤 방식'의 전화기가 발명이 되었는데 이는 지금도 흔히 볼 수 있는 버튼을 누르는 전화기의 탄생이 시작된 겁니다.
◇'벽돌 같지만 괜찮아' 휴대용 이동전화의 탄생
1973년 연구원이었던 마틴 쿠퍼가 지역 분할 통신 서비스인 '셀룰러 방식'(넓은 지역을 세포상으로 미세하게 분할한 후 각각에 기지국을 설치하여 주파수를 유효하게 이용하는 무선 통신 방식)인 휴대형 이동전화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습니다.
10년 후엔 세계 최초 휴대폰 '벽돌폰'이 출시됐는데요. '다이나택 8000X'라 불리는 이 폰은 세로 길이가 33cm, 무게 800g이나 되어 크고 무거웠습니다.

 

LED 디스플레이와 서른 개의 전화번호를 저장할 수 있는 메모리 장착, 30분 동안 통화 가능하며 대기 상태로 여덟 시간 지속되는 배터리를 갖고 있었는데요.
아날로그 방식인 1세대 휴대폰은 암호화가 불가능해 도청에 쉽게 노출되고 휴대폰 복제에 취약하다는 단점을 갖고 있었습니다.
◇최초의 디지털 시대 '활짝'…어둠 속 빛을 더하다
최초의 디지털 핸드폰은 1992년 출시된 모토로라 '인터내셔널 3200'입니다. 같은 해 핀란드 노키아사는 심 카드 교체만으로 기기를 변경하지 않고도 해외 어디서나 통화할 수 있게 된 세계 최초의 GSM 핸드폰 '노키아 1011' 출시하게 됩니다.

 

IBM은 1993년에 검고 기다란 벽돌 모양의 휴대폰 'IBM 사이먼'을 출시하게 되는데요. 이것이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의 시초입니다.
전화뿐만 아니라 이메일, 팩스, 호출 기능을 사용할 수 있었고 주소록, 계산기, 달력, 시계, 게임과 같은 자체 응용프로그램을 갖고 있었습니다.

 

1996년에 모토로라는 1966년 TV시리즈 '스타 트렉'에 등장하는 통신 장치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세계 최초의 폴더형 휴대전화 '스타택', 노키아는 프리미엄형 첫 슬라이드폰인 '노키아 8100'를 출시합니다. 이는 나중에 영화 '매트릭스' 주인공들이 사용하여, 일명 '매트릭스폰'으로도 불렸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휴대폰의 디스플레이는 흑백이었습니다. 어둠에서 빛을 밝혀준 최초의 컬러폰은 1998년에 지멘스가 출시한 '지멘스 S10'. 97×54픽셀 해상도에 단지 빨강, 파랑, 초록, 하얀, 오직 네 가지 색상을 텍스트와 아이콘에 한해 색을 입힐 수 있는 정도였지만 그 당시엔 파격적이었죠.

 

◇더 흡수할 게 남은 거니? MP3, 카메라 등 추가하며 몸집 키워
노키아는 1999년에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최초의 휴대폰인 '노키아 7110'을 출시했고 베네폰사는 내비게이션 기능을 담은 휴대폰 '베네폰 Esc!'을 출시합니다.
핀란드의 노키아와 베네폰사가 휴대폰에 웹브라우저, 내비게이션을 결합했다면 아시아의 한국과 일본은 MP3, 카메라를 휴대폰에 흡수하게 되는데요.
삼성은 MP3플레이어를 결합한 '삼성 업로어 SPH-M100' 출시, 일본 쿄세라사는 카메라를 결합한 최초의 상용 휴대폰 '교세라VP-210'를 세상에 내놓게 됩니다.
휴대폰에 컬러 액정, 웹브라우저, MP3, 카메라, 전자수첩 등이 추가되면서 액정도 커져갔습니다.
전화기는 더 이상 흡수할게 없어 보였습니다.

 

◇온 세상을 주머니 속에 담았던 그 이름, 스티브 잡스
하지만 2007년 애플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가 청바지 주머니에서 검은색 기기 '아이폰'을 꺼내면서 통신기 휴대폰의 개념을 몽땅 바꿔놓게 됩니다.
통화와 문자 메시지 보내는 것을 넘어 울고 있는 아기의 울음도 멈출 수 있게 된 세상이 온 건데요.
특히 아이폰 2세대 모델 아이폰3G가 출시되면서 앱스토어를 사용할 수 있게되 전 세계적으로 아이폰 열풍이 이어졌습니다.

 

2008년에는 안드로이드라는 운영체제를 가진 최초의 안드로이드폰 'HTC 드림'이 출시해 지금까지도 스마트폰은 IOS와 안드로이드 양강 구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해진 휴대폰은 애플리케이션의 개발과 발전으로 채팅, 결제·예약 시스템, 소셜 네트워킹, 게임, GPS, 사진, 영상, 건강관리, 영화 보기, 온라인쇼핑, 음성 제어, 녹음기, 방범 감시 등 무궁무진하고 수많은 기능들이 탑재되어 인류의 생활 양상을 크게 바꿔놓게 됩니다.

 

◇폰에 수많은 기능 담아…저물어가는 구시대 유물들
하지만, 스마트폰이 발전할수록 없어지거나 내리막길을 걷는 제품들도 하나하나씩 나오게 되는데요.
먼저 MP3 플레이어가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웬만한 게임 기기와 전자사전도 스마트폰 속으로 모두 빨려 들어가며 구시대의 유물이 된 거죠.
스마트폰을 인형처럼 갖고 노는 어린이가 늘어나면서 장난감 산업까지 미치게 됩니다. 2017년 9월에는 세계적 완구회사 '토이저러스'가 파산 신청을 했는데요. 경영 위기로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스마트폰이 '전통적인 장난감'을 대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명 '똑딱이'라 불리는 소형 디지털카메라 업체들 또한 몰락하고 있습니다. '올림푸스'는 최근에 카메라 사업을 모두 접기로 했는데요. 디지털카메라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데다 스마트폰이 고성능화되면서 경쟁에서 밀린 탓입니다. 이외에도 내비게이션, 캠코더, 녹음기 등 전자기기 업계 소멸도 뒤를 이었습니다.

 

전화기의 진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이폰 첫 공개 11년 후 2018년 삼성은 접는 액정 폴더블 디스플레이인 인피니티 플렉스 디스플레이를 공개했고 1년 후 '갤럭시폴드'를 출시합니다.
최근 전 세계적인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외부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연구조사 결과도 나왔는데요.

 

코로나19가 촉발한 '온택트(온라인을 통해 대면하는 방식)' 바람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통신업계는 앞다퉈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하며 치열한 경쟁에 돌입하고 있습니다.
재택근무의 확대, 학교 수업의 온라인 강의 전환, 화상면접을 통한 기업의 신규 채용 등 기존에 볼 수 없는 변화들이 이어지면서 다양한 비대면 서비스들이 스마트폰에 흡수되고 있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또한 공연장이 아닌 스마트폰 속으로 빠르게 무대를 이동하고 있어 집에서도 문화생활도 즐기는 시대가 왔습니다.

 

소비 생활의 변화도 나타났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주문하면 안방까지 총알 배송을 해주는 서비스가 등장했고, 24시간 운영되는 무인매장도 생긴 건데요.
이처럼 진화에 진화를 거듭한 전화기, 과연 스마트폰 이후에는 어떤 세상이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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