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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조작설'…옌리멍 3가지 근거와 3가지 반박



아시아/호주

    '코로나 조작설'…옌리멍 3가지 근거와 3가지 반박

    근거① 코로나19와 中군사실험실서 발견한 바이러스 매우 유사
    근거② 유전자 조작 때 사용되는 흔적이 코로나19에서 발견
    근거③ 동물실험에서 나타나는 유전자 조작 흔적 발견
    반박① 비교 대상이 적어…많은 바이러스도 유사한 부분 많아
    반박② 자연 발생 가능성에 대한 통계가 없어
    반박③ 희귀하다고 모두 조작은 아니야

    홍콩 출신 옌리멍 박사(사진=유튜브 캡처)

     

    '코로나19(SARS-CoV-2) 게놈의 특징을 근거로 한 비자연선택적 실험실 조작 가능성 제시 및 가능성 높은 합성 루트에 대한 설명'
    "Unusual Features of the SARS-CoV-2 Genome Suggesting Sophisticated Laboratory Modification Rather Than Natural Evolution and Delineation of Its Probable Synthetic Route"

    전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논문 한 편이다. 코로나19가 자연 진화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실험 조작으로 만들어진 것이며, 중국에서 그 실험이 진행됐다는 것을 암시한 내용 때문이다.

    16일 개방형 정보 플랫폼 '제노도'(Zenodo)에 따르면 옌 리멍 박사를 대표 저자로 하는 이 논문이 미국 시간으로 14일 게재돼 이날까지 다운로드 약 30만회, 열람자 40만명 이상을 기록했다. 옌 박사는 홍콩대 공중보건대 연구원 출신으로, 현재 미국으로 망명해 있다.

    국내외 보도 등을 보면 다른 과학자들의 대체적 반응은 '신중론'이다. 옌 박사의 '문제 의식' 자체에 어느정도 타당한 측면이 있지만, 근거는 취약하다는 것이다. 문제 제기 자체가 맞았다, 틀렸다를 판가름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中 군사실험실 바이러스와 유사성 높아 vs 보고싶은 것만 봐

    (사진=린 박사가 발표한 15일 개방형 정보 플랫폼 '제노도'(Zenodo)에 공개한 논문 제공)

     

    옌 박사의 첫 번째 근거는 코로나19 게놈이 2015~2017년 중국 충칭시 3군의학대(Third Military Medical University) 실험실과 난징의학연구기관(Research Institute for Medicine of Nanjing Command)에서 발견된 박쥐 코로나바이러스(박쥐 코로나) 게놈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이다.

    이 박쥐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식 명칭은 ZC45와 ZXC21. 현재 생물학계에서 인정하는 코로나19의 모태 바이러스 이름은 RaTG13이다.

    옌 박사는 코로나19 게놈이 RaTG13 게놈보다 ZC45·ZXC21의 게놈과 더 유사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일부 게놈(Orf8과 단백질E)에서는 각각 94.2%, 100% 유사성을 띠고 있다며, 이 부분의 유사성을 띠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유전분야 전문 과학자들은 코로나19와 비교 대상이 되는 바이러스가 이 논문에서 고작 4개밖에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다. 심지어 코로나19의 모태로 인정받는 RaTG13은 분석에서 빠졌다.

    의공학(Biomedical Engineering)을 전공한 국내 대학의 A교수는 "이런 비교를 할 때는 20개 이상의 바이러스와 비교하는 게 통상적인 과정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보고 싶은 바이러스만으로 결과가 도출되기 때문에 과학적이지 않다"며 "비교 대상을 소수 바이러스로만 한정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게놈의 유사성이 높은 부분과 관련해서는 다른 바이러스에서도 그정도 유사성을 띨 확률은 얼마든지 있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中실험 결과가 코로나 특성에 그대로 vs 뒷받침 통계 없다

    옌 박사의 또 하나 근거는 코로나19의 RBM이 ZC45·ZXC21의 RBM이 아니라, 2002년 중국을 강타했던 사스(SARS-CoV)의 RBM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다.

    RBM은 스파이크 단백질의 수용체 결합부위로, 이 부분이 인체 세포의 수용체와 결합되면서 인간은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쉽게 말해, RBM의 모양에 따라 감염력 높을 수도, 낮을 수도 있다.

    코로나19이 RBM이 사스와 닮았다는 것은 그만큼 감염력이 높다는 것인데, 코로나19 게놈이 ZC45·ZXC21 게놈과 닮았다면 RBM도 ZC45·ZXC21과 유사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다.

    이 대목에서 옌 박사는 중국 생물학자인 스정리(Shi Zhengli) 박사의 2008년 연구를 지목한다. 당시 연구진들이 박쥐 코로나바이러스와 사스의 RBM을 바꾸는(swap) 유전자 조작 실험을 진행했다는 것.

    특히 이번 코로나19의 RBM 부분에서 유전자 조작실험 때 흔히 쓰이는 절단 효소 인식 자리가 배치돼 있다는 부분을 옌 박사는 강조하며 "스모킹 건"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다른 과학자들은 코로나19의 RBM이 사스 RBM과 유사한 일은 반드시 실험 조작으로만 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유보적인 입장이다. 낮은 확률이지만 자연적으로도 유사한 변이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옌 박사는 "매우 흔하지 않다"(highly unusual)이라고 했지만, 그게 얼마나 희박한 가능성인지에 대해서는 과학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

    A교수는 "'단순히 '확률이 낮다', '중국에서 비슷한 실험을 했다'는 사실만을 근거로 한 '코로나19 인위적 조작론'은 현재까지는 음모론에 가깝다"며 "문제의식 자체는 타당할 수 있으나, 논문의 과학적 근거는 석사학위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실험 때 발견되는 희귀한 아미노산 서열 발견 vs 희귀하다고 다 조작인가

    옌 박사의 마지막 근거는 퓨린 절단 자리(Furin Cleavage site)가 코로나19에서 발견됐다는 점이다.

    퓨린 절단은 스파이크 단백질(인체 세포에 달라붙는 부분)이 두 부분으로 잘리면서 스파이크 단백질의 모양이 달라지는 현상으로, 논문은 퓨린 절단 자리가 실험실 세포 배양이나 동물 실험에서 사용한 흔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옌 박사는 이런 분석을 토대로 6개월 정도면 코로나19와 유사한 신종 바이러스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다른 과학자들은 '희귀한 사건은 모두 조작이냐'는 반론을 제기한다. 퓨린 절단 자리 같은 아미노산 서열이 희귀하다고 해도 자연에서 완전히 발생하지 않는 일은 아니라고 반박한다. 이 대목 역시 자연적으로 발생할 확률에 대한 근거가 논문에 제시되지 못했고, 단순히 "확률이 낮다"는 주장만 있어 신뢰도가 낮다는 얘기다.

    A교수는 "옌 박사의 논문은 논문이라기보다 에세이 성격이 강하다"며 "메르스, 사스 등은 모두 동물에서 변이된 바이러스로 인정되고 있다. 이 역시 낮은 확률로 변이가 됐던 것들인데, 이런 바이러스도 모두 조작된 것으로 봐야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옌리멍 "또다른 논문 곧 발표"

    옌 박사는 이번 논문에서 "근거를 업데이트 한 또다른 논문을 곧 제출할 예정"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사진=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정책국장의 트위터 캡처)

     

    옌 박사의 SNS에는 전세계 네티즌들 메시지가 넘쳤다. 특히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정책국장은 옌 박사의 논문 기사를 리트윗하며 해시태그 #CCPLiedPeopleDied를 게재하기도 했다. CCP(Chinese Communist Party)는 중국공산당을 의미한다.

    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말 백악관에서 코로나가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에서 발원했다는 증거를 봤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에는 말을 아꼈다. 반면 프랜시스 콜린스 미국 국립보건원 원장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공적으로 합성됐을 가능성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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