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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체크]국내에 中바이러스 연구소 들어선다?



사회 일반

    [노컷체크]국내에 中바이러스 연구소 들어선다?

    한·중·일 바이러스 연구센터 경남 양산 유치설에…
    '양산, 제2의 우한 될 것'이란 주장 떠돌아
    구두로 제안 받은 건 사실, 진척 상황은 전혀 없어
    설립 위해선 안전요건 충족이 우선…절차도 까다로워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경남 양산에 한·중·일 공동 백신·바이러스 연구센터가 들어설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온 뒤 '양산을 제2의 우한으로 만들려는 중국의 음모다', '한국과 중국이 밀약을 맺었다'는 이야기가 떠돌고 있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가 된 건 한 지역신문의 보도다. 부산일보는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부산·울산·경남을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전진기지로 만들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며 "김 의원은 중국내 최대 해외민간협력기구인 '중화해외연의회'(중화연의회)가 제안한 한·중·일 공동 백신·바이러스 연구센터 건립과 관련, 자신의 지역구인 양산을 최적의 입지로 떠올렸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화연의회 뤄유젠 상무는 중한우호협의회 김덕준 회장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중국의 전통 한의학에 한·일 첨단 의료·제약 기술을 접목해 새롭게 등장하는 바이러스를 치료·예방할 수 있는 연구·치료 센터 건립을 제안했다.

    센터 입지로는 양산이 거론되고 있는데, 김 의원이 부산대학교 차정인 총장과 수차례 만나 양산 부산대병원 유휴부지 사용에 대한 협의를 시작했다는 게 보도의 내용이다.

    해당 보도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우한 바이러스 제2연구소를 한국에 건립하려 한다', '양산을 제2의 우한으로 만들려고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극우 유튜버들이 제기한 음모론이 퍼지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불편을 겪고 있는 시민들 사이에선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그래픽=연합뉴스)

     

    실제로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지난 16일 '한국의 부산 또는 양산에 중국의 바이러스 연구센터가 설립되려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현재 코로나 사태 또한 중국 우한의 바이러스 센터에서 퍼졌을 것으로 보는 추정이 가장 유력한데 한국에 중국의 바이러스 센터를 설립한다니, 이 건에 대해서는 분명히 사실 확인을 해야 하고, 일부 의원의 의견으로 진행되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이언주 전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전 세계에 우리 국민들을 볼모로 중국발 생물학전의 교두보를 자처한다는 광고를 하는 것"이라며 "코로나로 엉망이 된 세계상황을 본다면 이미 정해진 계획이라도 취소해야 할 판인데 양산에 분소를 두겠다는 게 사실이냐. 덥석 그걸 동의한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이나 국회의원 김두관은 뭘 한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중화연의회로부터 제안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지난달 26일 서울에서 열린 '2020 북방경제포럼'에서 중화연의회 뤄유젠 상무는 부산과의 3대 협력 사업으로 동북아 전자상거래(e커머스) 물류 허브, 관광객 교류·첨단 기술 제조업 전략 플랫폼 구축과 함께 한·중·일 공동 국제 백신·바이러스 연구센터 건립을 제안했다.

    하지만 중국 측으로부터의 제안만 있었을 뿐 아직 양해각서(MOU) 체결을 비롯한 그 어떤 절차도 진행되지 않은 상태다.

    부산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총장이 김 의원을 만난 적은 있지만 바이러스 연구센터에 대한 얘기는 나눈 적 없다"고 선 그었다.

    그는 "부산대 양산캠퍼스에 유휴부지가 있는 건 사실"이라며 "김 의원과 유휴부지 활용 방안 등 전반적인 발전 방향에 관해선 이야기를 나눈 적은 있다. 하지만 보도된 대로 한·중·일 바이러스 연구센터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이나 진행 상황과 관련해서는 전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진=국립보건연구원 홈페이지 캡처)

     

    바이러스 연구센터 설립을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안전요건 충족이 우선이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 예방법) 제23조에 따르면, 국가관리가 필요한 병원성미생물 목록에 해당되는 병원체를 취급하는 고위험병원체 취급시설을 설치·운영하려면 취급시설의 안전관리 등급별로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의 허가를 받거나 신고해야하며 허가받은 사항을 변경하고자 할 때도 허가 절차를 밟아야 한다.

    특히 중국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수준의 생물안전 3·4등급 고위험병원체 취급시설을 설치하거나 운영할 경우 시설은 질병관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절차도 까다롭다. 국립보건연구원이 공개한 생물안전 시설 국가안전관리 자료에 따르면 감염병 예방법 시행령 제 19조의 2항에 의거해 시설 설계도서, 시설의 범위와 그 소유 또는 사용에 관한 권리를 증명하는 서류, 위해방지시설의 기본설계도서, 3·4등급 시설 설치운영 점검결과서 및 허가기준을 갖추었음을 증명하는 절차 등이 필요하다. 또 3년마다 정기점검을 받고, 안전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허가를 취소한다.

    절차상 민간단체나 정치인이 일방적으로 설립을 추진할 수 없는 시스템인 셈이다. 국내에도 이미 생물안전 3·4등급 시설이 서울대, 고려대, 건국대 등 총 74곳에 있으며 질병관리청의 철저한 관리하에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김두관 의원실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중·일 바이러스 연구센터와 관련해 사업제안서, 계획서 등 간단한 문건조차 교환한 적 없다"며 "2020 북방경제포럼에서 축사를 통해 제안만 받았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화연의회 측으로부터 받은 제안도 바이러스와는 전혀 상관없는 바이오 백신 연구소 건립이다. 부·울·경 쪽에는 제약·바이오 관련 사업이 전무해 지역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업 진행도 전에 음모론부터 떠도니 황당하다. 중국 혐오를 이용한 공포 조장이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김 의원도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하도 유치한 얘기라 굳이 해명이 필요한가 싶어 그냥 넘어가려 했지만 일부 극우 유튜버들의 비상식적인 과도한 주장이 도를 넘고 있어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며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양산에 첨단 연구소가 들어와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세계 일류의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면 저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현재로서는 그냥 아이디어 수준일 뿐 계획도, 내용도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그런 연구소에 대한 자세한 제안이 온다 해도 그 전제 조건은 시민의 안전과 동의이다. 그걸 양보할 국가도 정치인도 있을 수 없다"며 "더구나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시민들이 반대한다면 저 같은 정치인이 뭐하러 그런 일에 힘을 쓰겠는가. 혹여 주변에서 그런 괴담으로 걱정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잘 설명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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