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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자의 쏘왓]니콜라·나녹스 쇼크에 서학개미 "뼈맞았다"



금융/증시

    [홍기자의 쏘왓]니콜라·나녹스 쇼크에 서학개미 "뼈맞았다"

    테슬라, 배터리데이 후 실망감에 주가 하락…이틀 만에 8225억원 증발
    니콜라·나녹스 '사기 논란' 일파만파, 니콜라 주가는 4분의 1토막
    전문가들 美 증시 추가 하락세 또는 일시적 조정 전망
    유동성으로만 끌어올리는 상승장은 끝나, '실적' 보고 투자해야

    "테슬라, GP, SHLL, WKHS, 나녹스 들고 있었는데 오늘 2개 빼고 손절했습니다. 총 -27% 됩니다. 테슬라는 다시 구조대 올 거라고 생각해서 들고 있는데 나머지는 확신이 없습니다. 니콜라나 나녹스 숏리포트 보면서 아직 실적 없고 불분명한 회사에 투자가 아닌 배팅을 한 것 같다는 생각에 개인적으로 뼈 맞은 느낌이어서 뺏습니다. 9월은 주린이에게 참 슬프네요..."

    미국 주식 투자자들이 모여 있는 인터넷 카페의 한 주린이(주식+어린이, 주식 초보자)의 소감입니다. 테슬라를 대표하는 미국 성장주 상승세가 급격히 꺾이면서 미국 기술주에 대거 투자했던 이른바 '서학개미'들의 한숨도 더욱 커지고 있는데요. 특히 수소 트럭 업체 니콜라와 디지털 X선 기술업체 나녹스의 '사기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서학개미들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미국 증시의 하락세는 가속화될 지 일시적인 조정 기간일지, 니콜라의 사기 논란은 진짜인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니콜라가 공개한 수소 전기 트럭 '니콜라 원' (사진=니콜라 제공)

     

    1. 테슬라와 니콜라에는 무슨 일이?

    최근 미국 주식 종목 테슬라와 니콜라의 하락세로 잠못 이루는 국내 투자자가 한 두명이 아닙니다. 두 종목의 주가가 하락한 이유는 살짝 다릅니다. 우선 테슬라는 '배터리 데이'를 기점으로 하락했는데요. 기대했던 신기술 등이 대거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는데 예상과는 달리 소소한 행사여서 실망을 반영한 거죠. 계획은 상당히 혁신적입니다. 3년 안에 지금의 반값으로 성능은 크게 개선된 차를 대량 생산하겠다고 한 건데요. 그럴려면 실험실에서 몇 번 성공하는 수준에 그치는게 아니라 개선된 배터리를 대량 생산해야하죠. 과거에도 깜짝 놀랄만한 신기술을 선보였지만 언제까지 뭘 하겠다는 약속을 못 지킨 적이 있어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주식에도 반영이 됐습니다. 하지만 테슬라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다는 지지세력도 적지 않습니다.

    니콜라는 사기 논란입니다. 공매도 전문 리서치기관인 힌덴버그리서치가 지난 10일 니콜라가 사기 업체라는 취지의 보고서를 발간했는데요. 니콜라가 2년 전 수소 트럭의 성능을 입증한다고 올린 영상이 사실은 언덕에서 아래로 굴렸다는 폭로입니다. 이후 니콜라 창업주 트레버 밀턴이 사임하면서 "니콜라 기술은 실체가 없다"는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창업자 트레버 밀턴이 직접 설계했다는 장거리 수소연료전지 트럭 '니콜라 원' 디자인이 실제로는 크로아티아의 한 디자이너에게 구매했다는 주장까지 현지시각으로 26일 파이낸셜타임즈를 통해 제기됐습니다.

    국내 대기업인 SK텔레콤이 투자해 서학개미들에게 잘 알려진 나녹스도 니콜라와 유사하게 사기 논란에 휩싸였는데요. 미국 공매도 세력인 머디워터스리서치가 "니콜라보다 더 쓰레기 같은 기업"이라고 주장하며 주가가 하락했습니다. 머디워터스는 나녹스가 디지털 엑스레이 차세대 영상 촬영기기(ARC)가 진짜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누군가의 흉부 사진을 가져와 조작한 데모 영상을 만들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SK텔레콤은 두 회사의 파트너십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후폭풍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래픽=안나경 기자

     

    2. 서학개미도 동학개미도 '충격', 얼마나 손해?

    실망이든 사기이든 서학개미들의 투자 규모가 큰 테슬라와 니콜라의 주가 하락으로 국내 투자자들의 손실도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이 미국 주식 종목이 바로 테슬라인데요. 22일까지만해도 43억 달러를 보유 중이었는데 최근 하락세로 24일 기준 36억 달러로 약 7억 달러가 증발됐습니다. 원화로 8225억원 수준이 사라진 거죠.

    니콜라는 거의 폭락 수준입니다. 6월 9일 최고점 79.73달러를 찍은 뒤 24일 기준 19.10달러로 장을 마무리했습니다. 거의 4분의 1토막이 난 건데요. 상장 당일 종가인 33.75 달러보다도 하락한 수준입니다. 니콜라도 21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이 1억 5000만 달러를 보유하고 있었다가 24일 기준으로 9200만달러로 쪼그라들었습니다. 6800만달러가 사라진 건데요. 원화로 799억원이 증발한 셈입니다.

    니콜라와 나녹스 등의 사기 논란과 폭락은 국내 주식에도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니콜라에 투자했다는 한화솔루션은 니콜라 창업자 트레버 밀턴이 사임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21일 7% 넘게 하락한 뒤 하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나녹스의 2대 주주인 SK텔레콤도 사기 논란이 보도된 23일 2.66% 하락했습니다.

    그래픽=고경민 기자

     

    3. 미국 증시 하락세는 계속될까?

    지금까지 '유동성'만으로 상승세가 이어졌다면 니콜라 사기 논란 등을 계기로 이제는 유동성만으로 지지되는 잔치는 끝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유동성이 '걱정'을 '기대'로 바꿨는데 그것만으로는 약발이 떨어져 걱정이 표출되는 시기란 거죠. 이에 따라 당분간 미국 증시가 추가 하락세를 걸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 반면 일시적인 조정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테슬라, 니콜라 같은 경우 시장에 화두를 던졌다"면서 "장밋빛 전망과 유동성이 합쳐져 장을 끌어올렸다면, 이젠 이것만으로 상승장세가 계속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저금리 기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이면에는 한계에 도달하고 있는 통화정책 여력이나 실물경제로의 자금유입이 원활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드러내면서 향후 유동성 장세에 대한 투자자 기대를 낮췄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세환 KB증권 연구원은 "9월 2일부터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데 개인 투자자들이 옵션 거래를 많이 했고 미국 기관 투자자들은 포지션을 정리하는 수요가 나왔기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그동안 강하게 달린만큼 이정도 하락은 변동성 장세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은 미 대선, 코로나 확산세, 백신과 치료제 개발 등은 언제나 미 증시를 포함해 세계 증시를 좌우할 뉴스이기 때문에 눈여겨 봐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4. 초보 서학개미, 주의할 점은?

    지금이야 말로 펀더멘탈, '숫자'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했습니다. 그 숫자가 이번 3분기 실적 발표에 나올 것이고 이에 따라 투자를 해야한다는 거죠.

    국내 주식도 마찬가지지만 미국 주식은 실제로 검증하기 더 어렵기 때문에 무조건 실적 위주로 봐야 합니다. 국내 대기업이 투자했다는 국내 뉴스를 보고 베팅하듯 주식을 사들일 게 아니라 해외 공매도 세력들이 리포트를 내는 것까지 감안해서 투자자 본인이 판단해야 합니다.

    믿을 사람 하나 없다는 건데요. 특히 누구 유튜버가 유망 종목이라고 하더라면서 특정 유튜브만 보고 거액을 투자하는 것도 주의하라고 조언했습니다.

    또 가급적이면 잘 알고, 알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안석훈 이베스트투자증권 해외주식팀장은 "투자상담을 할 때 '뭐 사면 되나요', '누가 샀다는데 좋나요'라고들 물으시는데 쪽집게 과외를 원하기 보다는 자신이 사용하고 실적이 있겠다 싶은 기업에 투자하라"고 말합니다.

    "5년 전 쯤에 미국으로 해외 출장을 갔는데 나이키 매장에 10대들이 바글바글하더라고요. 다른 스포츠용품 매장은 안그랬는데, 그럼 이곳이 장기적으로 매출이 좋아지겠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안 팀장의 이야기처럼 자신이 직접 보거나 경험한 뒤 실적 등 기업에 대한 공부를 하고 투자를 하게 되면 현명한 투자에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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