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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작은 것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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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선 광주교대 교수(前총장)
    코로나19로 인하여 비대면 온라인 수업이 불가피해졌고 그 결과 학교의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힘들어졌다. 취약계층 아이들의 학력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고육지책으로 교육부는 오전 오후로 등교를 하는 2부제 수업 카드를 들고 나왔다. 코로나가 밀집된 대규모 집단을 공격하다 보니 집단을 분산해서 소규모화 해 보겠다는 의도이다.

    격세지감! 1990년대 중.후반만 해도 IMF의 영향이 겹쳐서 소규모 학교 통폐합 운동이 거세게 일었고, 대규모 학교는 과밀학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2부제 수업을 하던 때가 있었다. 나는 그 때 미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여 막 임용된 우리대학에서 영문도 모르고 당시 신설과목인 '도서벽지교육'이라는 강좌를 떠밀려서 맡아야 했다.

    교재도 없고 연구된 것도 없고 단지 전남의 도서벽지교육연구회의 교사연수가 개설되어 있었을 뿐이다. 강의를 시작하기 전 나는 그 연수를 듣고 배우는 것을 시작으로 그렇게 소규모 학교의 도서벽지교육과 인연을 맺어갔다.

    도서벽지교육은 미지의 영역이었고 농어촌 도서벽지와 산간 오지 소규모 학교에서 하던 교육이었기 때문에, 떠밀려서 맡긴 했어도 시골 출신인 나처럼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의 교육을 한다는 사명감과 모르는 영역을 개척한다는 연구자로써 긍지도 없지 않았다.

    나의 노력은 정부의 연구비 지원으로 일본의 도서벽지 복식교육도 연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김대중정부 당시 교육부의 농어촌교육발전위원회의 위원으로도 활동할 수 있게 하였다. 당시 도서벽지 교육의 어려운 점은 세 가지였다. 복식수업의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하는냐와 환경과 시설이 부족한 도서벽지 낙도오지의 교육환경을 어떻게 개선하느냐, 그리고 자극과 도전이 거의 없는 농어촌 도서벽지 거주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어떻게 심어주느냐였다.

    도시의 한쪽에서는 과밀학급으로 2부제 수업을 하는데, 도서벽지 한쪽에서는 학생수가 없어서 한 교실에 두 세반의 학생이 모여서 동시에 한 명의 선생님에게 배워야 하는 복식수업을 해야 했다. 두 학년이 동시에 배우는 2부복식은 그래도 양반이었고, 가장 열악한 경우는 전교생이 한 교실에 모여서 한 선생님에게 배우는 6부복식도 있었다.

    경제성의 논리와 소규모로 인한 아이들의 사회성 진작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학교를 통폐합하여 적정규모의 학교를 만드는 것이 소위 소규모학교 통폐합 정책이었다. 그래서 많은 소규모 학교가 폐교되었고 지금도 농어촌 도서벽지에는 적잖은 폐교들이 방치되어 있는 실정이다.

    참으로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닌가! 그렇게 천덕꾸러기였던 소규모 학교는 코로나에도 끄덕이 없다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하고 따라서 등교수업을 해도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반면 도시의 대규모 학교는 2부제를 고려해야 할 정도로 집단을 소규모로 축소시키려고 새삼 애를 쓰고 있다.

    교사는 어떤가? 지금도 학생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교사 수를 줄여야 한다고 한다. 경제적인 논리로 보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다양성의 사회, 학생 개개인의 다양한 특기와 적성을 살려주려면 지금의 교사 1인당 학생 수로도 역부족이다. 거기다가 대규모 집단이 감염에 취약한 점을 고려하여 집단을 소규모로 하고 학교도 소규모 학교로 나아가려면 교사 수를 오히려 늘려야 맞다는 결론이 나온다.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인가! 다시금 소규모 학교가 아름답다는 이야기가 나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 당시 내가 주장했던 것처럼, '작은 학교를 만듦으로서 교육적으로 보다 양질의 교육이, 친자연적인 교육이, 그리고 구성원 상호간의 인간적인 만남이 가능해진다. 거기다가 경제적 효율성이 가지고 있는 논리의 허구나 교육적 불평등 해소와 같은 복잡한 논쟁은 접어 두고라도 우리는 작은 학교문제를 아이들의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태어난 곳이 오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겪어야 하는 문화적 결핍은 말할 것도 없고 그들이 겪는 교육적 불편을 최대한 줄어들도록 정책적 배려를 해주어야 한다. 누구나 아무런 불편 없이 자기 동네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소위 결과의 평등이 실현될 수 있도록 작은 학교를 소중히 가꾸어 나아가야 한다'

    이토록 소규모 학교를 살리자고 주장할 때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는데, 코로나는 오래도록 잊혀졌던 작은 것이 아릅답다는 가치를 새삼 깨닫게 한다. 거기에 미래의 다양성이라는 시대적 가치가 결부되면 작은 것의 가치는 더더욱 배가 상승할 것이다. 그렇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작은 학교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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