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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자의 쏘왓]'3억 대주주' 청와대 결정만 남았다?



금융/증시

    [홍기자의 쏘왓]'3억 대주주' 청와대 결정만 남았다?

    주식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 내년에는 '3억 기준' 강화 예고
    개인 투자자들 반대, 학계도 실익 없다고 판단
    기재부만 나홀로 고수 방침…여야, 정부 '패싱'까지 시사
    여당 원내대표까지 동학개미 의견 듣겠다 나서, 사실상 靑 결단 남은 셈

    지난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재부 조세정책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의원 질의를 받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이제 막 시작된 올해 국감에서 진귀한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모처럼 여야가 합심해서 '한 목소리'를 낸 건데요. 바로 '대주주 기준 3억' 얘기입니다. 내년부터 주식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10억에서 3억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기획재정부의 수장 홍남기 경제부총리에 맞서서 야당은 '개정안'을 냈고 여당은 그에 호응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시행령보다 상위법인 법안을 개정하겠다며 압박하는 거죠.

    2023년부터 개인 투자자에게 전면 부과되는 양도소득세를 개정할 때도 논란이 커지자 문재인 대통령이 "개인 투자자의 의욕을 꺾어선 안된다"며 개미들 편에 섰는데요. 이번에도 과연 같은 결정을 내릴지 궁금해집니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1. 개미들 분노케한 '대주주 기준 3억' 논란, 그게 뭐죠?

    현재 주식을 하는 투자자들은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고 '거래세'만 내고 있습니다. 과거 증시를 활성화하기 위한 혜택이었죠. 대신 대주주에게만 '양도소득세'를 내게 했습니다. 현행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특정 회사 주식 보유액이 10억원을 넘기면 대주주에 해당돼 주식 매매차익의 22~33%를 양도소득세로 내야 합니다.

    이 대주주의 기준은 계속해서 강화됐는데요. 2013년 이전에는 100억원이었다가 50억원, 16년도에는 25억원, 18년도에는 15억원, 2020년도에는 10억원으로 계속해서 대주주 기준은 낮춰졌습니다. 그러다가 내년에는 이 기준이 3억까지 떨어지게 된 거죠.

    2. 왜 대주주 기준을 3억으로 낮추죠?

    이에 대해 박근혜 정부 탓이다, 문재인 정부 탓이다 말이 많지만 정권 탓을 하기는 좀 그렇습니다. 전 정권에서 대주주 기준에 대한 로드맵을 그린 건 맞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도 그대로 이어 받아 '문재인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대주주의 주식 양도차익 등 자본이득 및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를 담았기 때문이죠(2017년 7월).

    이때는 약간 두루뭉실했는데 같은 해 8월 기재부가 '2017년 세법 개정안'을 통해 대주주의 주식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 확대 내용을 구체화합니다. 상장주식 양도소득 과세대상 대주주의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데 현행 18년 15억원·20년 10억원이었던 것을 개정해서 21년 4월에는 3억원까지 낮춘다는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대주주 기준을 10억에서 3억으로 낮추는 게 갑작스런 일은 아닌 거고요. 홍남기 부총리 말대로 예고된 스케쥴이기도 합니다. 소득있는 곳에 과세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는 동시에 증시를 활성화하기 위해 줬던 비과세 혜택을 거둬들이기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문재인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2017년 7월)(자료=기재부 제공)

     

    3. 그런데 왜 지금 '3억 대주주'가 문제?

    한 자본시장 전문가의 말대로 올해가 굉장히 이례적인 해이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여파로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로 엄청나게 들어온 배경이 있습니다. 지난 9월 개인 거래 비중은 71.2%를 기록, 3개월 연속 70%를 넘어섰습니다. 9월 일평균 거래대금이 14조 2천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10조원 이상을 개미들이 거래한 겁니다. 그렇다보니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에 대한 관심도 커졌고, 증시 관련 뉴스는 어느 때보다 영향력이 큽니다.

    정부는 종목당 3억원을 투자할 정도면 고소득층인데다 세금을 낼 여력도 충분하다고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3억 넘게 주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걱정하는게 아니라, 이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투매'에 나선다면 내 주식까지 피해를 보는게 아니냐는 겁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대주주 3억을 강행하는 순간 연말에 패닉장이 올 가능성이 높다"면서 "예년에는 대주주 기준을 30~40% 낮췄는데 올해는 70% 수직하향 하는 것으로 충격이 상당히 클 수 밖에 없다"고 걱정했습니다. 주식은 심리인데 매도 러시가 일게 되면 증시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우려죠.

    학계에서도 대주주 3억으로 기준을 강화하는 데 대해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대주주 요건에 해당하는 투자자들이 잠깐 팔았다가 다시 사면 세금을 피해갈 수 있게 때문에 세수 확보 효과가 뚜렷하게 크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이 다 팔았다 사는 전략을 쓰진 않겠지만 정부가 기대하는 만큼의 효과는 달성하기 어렵다는 뜻이죠. 연말에 매도세가 과거 어느 때보다 클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업 펀더멘탈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하락은 올 수 있지만 폭락까지 올 거라고 보진 않고요.

    (그래픽=김성기 기자)

     

    4. 현재 상황은? 앞으로는 어떻게?

    현재 상황은 개인 투자자에게 유리합니다. 기재부만 나홀로 3억을 고수하고 있고, 여야가 합심해서 10억 유예를 주장하고 있거든요. 기재부 국감이 열린 지난 7일 홍 부총리는 대주주 요건을 3억원 이상으로 강화한다는 입장을 변경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앞서 말한대로 ①근로소득과 금융소득 간 과세 형평을 위해 ②이미 2년 전에 결정했기 때문에 정책의 일관성 차원이란 게 이유입니다. 다만, 가족 합산은 수정할 뜻을 내비쳤죠. 하지만 가족 합산은 이미 시행하고 있는 것인데도 수정하겠다고 했으니, 정책의 일관성은 이미 무너졌습니다.

    거기다 여야의 10억 유예 압박이 상당히 거셉니다. 야당인 국민의힘 류성걸 의원이 대주주 기준 10억원 유예를 골자로 하는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했고요. 8일 열린 국감에서도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여야의 뜻이 같은 만큼 대주주 요건을 10억원 이상으로 그대로 두고 주식 보유액 합산을 가족이 아닌 개인으로 하는 법을 만들겠다"며 홍 부총리 패싱을 시사했습니다.

    여당 원내 사령탑인 김태년 원내대표는 같은 날 "2년 후 양도세를 전면적으로 도입하는만큼 대주주 요건 완화는 달라진 사정에 맞춰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동학개미 의견을 듣겠다고 못박았고요. 여당 의원 한 두명이 얘기한 게 아니라 원내대표가 전면적으로 말한 셈이라 그 의미는 큽니다.

    결국 청와대의 결정만 남은 셈이라고 보는 이유입니다. 기재부의 소신도 청와대를 뒷배로 하고 있으니 가능한 것일테니까요.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개인 투자자 양도소득세 전면 과세, 공매도 연장 등에서 보듯 개인 투자자들의 공세에 '대주주 3억' 기준도 재검토가 시작될 것"이라면서 "3억원으로 강행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커졌다"고 촌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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