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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한국언론의 고질병 '한미동맹'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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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끝작렬]한국언론의 고질병 '한미동맹'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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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트럼프는 놔두고 李씨들만 욕할까

    기자 질문에 답변하는 트럼프 바라보는 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한미동맹은 누가 흔들까?

    워싱턴에서 특파원으로 활동하면서 가끔씩 고개를 갸웃할 때가 있다.

    국내(한국) 보도를 접할 때 그렇다.

    13일 보도된 이수혁 주미대사의 전날 국정감사장 발언 관련 기사가 딱 그 경우다.

    이수혁 주미대사 발언①
    "한국은 70년 전에 미국을 선택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70년간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도 미국을 사랑할 수 있어야, 우리 국익이 돼야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한미동맹도 특별한 것이다. 사랑하지도 않는데 70년 전에 동맹을 맺었다고 해서 그것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미국에 대한 모욕이다."

    한마디로 한미동맹 앞에 국익이 먼저라는 이야기다.

    이 발언에 대해 국내 일부 언론이 문제 삼았다.

    "한미동맹을 흔드는 궤변"(조선일보) / 주미대사 돌출발언…미중 갈등속 외교 악재로, 미 외교가서 배척될 우려(동아일보) / "주미 대사로 부적절 발언"(중앙일보)

    얼굴이 화끈 거리는 보도들이다.

    일개 대사가 동맹을 흔들 정도의 힘이 있는지 차치하고라도 이들 언론이 말하는 한미동맹을 진짜로 흔드는 사람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노골화된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보자.

    미국은 우리나라와의 무역적자를 메우기 위해 한국산 제품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느라 혈안이 돼 있다.


    반대로 미국산 제품의 한국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자국 제품의 관세는 내리는 쪽으로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바꿔버렸다.

    미군이 한미동맹훈련에 참가한 모습.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방위비 분담과 관련해서는 어떤가.

    작년 우리나라의 분담금(1조 389억원)보다 무려 400%까지 증액된 천문학적인 금액을 요구중이다. 안그러면 동맹의 상징인 주한미군까지도 빼겠다는 태세다.

    안보 협력을 넘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파트너십으로까지 발전시켰다는 두 나라의 동맹의 실체가 과연 이런 것인지 회의감을 들게 만드는 사례들이다.

    동맹이랍시고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한국을 대하는 미국을 향해 한미동맹을 흔들고 있다고 그들은 과연 한번이라도 지적한 바가 있는가?

    물론 미국이 먼저 한미동맹을 훼손해서 그에 대한 보복차원으로 이수혁 대사가 그 같은 말을 한 것도 아니다.

    그의 발언의 배경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주미대사관 등에 대한 국정감사는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 되었다. (사진=윤창원 기자)
    이번 이 대사의 발언①이 나온 것은 과거 비슷한 류의 발언을 야당 의원들이 국감에서 문제 삼자 그 맥락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야당이 문제 삼은 과거 발언은 지난 6월 3일(현지시간) 워싱턴 한국 특파원들과 간담회(발언②), 지난 9월 3일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학생들을 위해 마련된 화상 대담(발언③)에서 나온 것들이다.

    이수혁 주미대사 발언②
    "일각에서 우리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서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선택을 강요받는 국가가 아니라 이제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국가라는 자부심을 갖는다. 우리 스스로 양국택일의 상황에 빠질 것이라는 과거 자기 예언적 프레임에 자신의 행동과 사고를 가둘 필요는 없다."

    이수혁 주미대사 발언③
    "(미·중) 양국과 협력하면서 미국과의 강력한 동맹을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한국이 위치를 정해야 하는지는 한국 정부에 아주 중요한 문제다. 우리는 한미동맹의 미래상에 대해 숙고해봐야 한다. 그 과정에서 미국은 우리의 동맹이고 중국은 우리의 가장 큰 역내 무역파트너 중 하나라는 사실, 즉 한국의 지정학적 특수성이 고려돼야 한다."

    이들 발언 모두 우리에게는 미국도 중요하지만 중국도 중요하다, 즉 세계 어느 나라나 가지고 있는 국익우선의 관점을 피력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발언②, 발언③에 대해서도 그들 언론은 발언①에 대해 비판했던 것과 비슷한 투로 문제 삼았었다.

    특히 발언②가 더 논란이 됐었다. 우리 언론의 비판에 미국 국무부 인사들까지 가세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 국무부 인사들이 나서게 된 이유도 개운치가 않다.

    발언②에 대해 스틸웰 국무부 차관보는 지난 6월 7일 "민주주의를 선택한다면 옳은 선택을 한 것이다. 나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논평했다.

    해당 논평은 그날 퍼시픽 포럼 주관의 화상 세미나에서 나온 것인데, 그가 자발적으로 한 게 아니라 일본출신 언론인의 도발적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일본 언론인의 질문은 이랬다.

    "이수혁 한국대사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한국이 초대받은 것을 들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지점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한국이 어떠한 분야에서 미국 대신 중국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하는가?"

    우리나라의 G7 초대에 마음이 편치 않았을, 일본의 국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봤을, 미국과 한국의 사이를 떼어내고 싶었을 일본의 마음을 대변한 질문이었을 것이다.

    물론 발언②에 대해 국무부의 모건 오테이거스 대변인도 지난 6월 5일 이렇게 지적을 한 바가 있다.

    "한국은 수십 년 전 권위주의를 버리고 민주주의를 받아들였을 때 이미 어느 편에 설지 선택했다."

    이 역시도 이 대사의 언급에 대한 VOA의 논평 요청을 받고 답한 말이다.

    이후 지난 9월 4일에도 오테이거스 대변인이 비슷한 논평을 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지난 9월 2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한미동맹을 냉전동맹에서 평화동맹으로 바꾸자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VOA의 요청을 받고서도 이렇게 논평했다.

    "우리의 동맹과 우정은 안보 협력을 넘어선다. 경제, 에너지, 과학, 보건, 사이버 안보, 여권 신장을 비롯해 지역과 국제적 사안 전반에 걸친 협력을 포함한다."

    이 논평은 지난 9월 7일 조선일보의 1면에 실렸다.

    이렇게 미국 정부의 논평이라는 것, 알고 보면 누군가가 찔러서 나온 말들이다.

    일본 언론인이나 VOA 처럼 미국 정부를 찌른 쪽은 우리나라를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한국 언론 보도를 활용했음은 물론이다.

    이번 이수혁 대사의 발언①에 대해서도 '예상대로' 오테이거스 대변인의 아래와 같은 논평이 나왔다.

    "70년 역사의 한미동맹과 미국과 한국, 역내 전체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한미동맹이 이룩한 모든 것을 매우 자랑스러워한다."

    이번에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이라는 곳에서 찔러서 논평이 나왔다.

    이 논평은 다시 이수혁 대사의 발언①을 비판한 한국 언론사에서 크게 다룰 것이 분명하다.

    이상한 일은 또 있다.

    미국정부가 반대로 한미동맹이 굳건하다고 하면 그들은 그 때는 침묵한다.

    취재진 질문받는 이수혁 주미대사.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이 대사의 발언③이 나온지 일주일이 던 지난 9월 10일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미동맹은 철의 동맹(Iron clad)에 비유되지만 개인적으로 그 보다 강하다고 생각한다. 두 나라의 군사동맹은 태풍도 뚫을 수 없고, 코로나도 뚫을 수 없고, 지진도 뚫을 수 없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이수혁 대사의 ①,②,③발언을 보도한 그들 지면엔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이날 발언은 실리지 않았다.

    결국 미국은 전혀 개의치 않는데, 우리 스스로 한미동맹 관련 이야기가 나오면 미국의 심기를 경호하기 위해 득달같이 자기검열을 하는 종속적 심리상태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닐까?

    앞으로는 "우리에게는 중국도 중요하다"는 취지의 언급에 대해서 유행가 가사처럼 한미동맹 훼손 운운하는 보도가 나올 때 우리 독자들만큼은 부화뇌동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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