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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물류센터서 20대 과로사 추정 사망…"지옥의 노동환경, 왜 안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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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쿠팡 물류센터서 20대 과로사 추정 사망…"지옥의 노동환경, 왜 안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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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유가족과 민주노총, 과로사 대책위 등이 대구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에서 야간 근무 후 숨진 20대 청년의 과로사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사진=류연정 기자)
    "새벽에 퇴근하고 화장실에 씻으러 들어간 아들이 한참 동안 나오지 않았다. 인기척이 없길래 자는 줄 알았다.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물도 없는 욕조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얼른 꺼내서 조치 했는데도 결국은…"

    지난 12일 새벽, 쿠팡 정규직이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던 20대 청년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쿠팡 칠곡 물류센터에서 야간 근무를 하고 돌아온 직후 숨진 故 장덕준(27)씨.

    유족들은 그가 1년 동안 쿠팡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과한 업무 강도에 시달렸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16일 유족들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처음엔 그저 우리 애가 운이 없어 일찍 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병원에서 사망이유가 원인불명이라고 하고 나중에 주변 동료들의 얘기, 문자 기록 등을 종합해봤더니 과로사가 의심되는 상황이어서 부검을 신청했다"고 전했다.

    유족들에 따르면 덕준씨는 쿠팡에서 일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몸무게가 15kg 줄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제품 바코드를 찍는 일부터 시작한 그는 몇 달 전부터 본격적으로 중노동에 가까운 업무를 맡았다고 한다.

    배송할 제품이 7층으로 올라오면 운송기계인 자키로 물건을 옮겨 포장자들에게 배분하고 비닐, 박스 등 포장용품을 계속 지급하는 역할을 맡은 게 문제의 시작이었다.

    그가 한번에 옮겨야 하는 물건 무게가 1t에 가까웠는데 '로켓배송'이라는 쿠팡의 특성 때문에 쉬지 않고 몇 시간씩 힘을 쏟아야만 했다.

    동료들도 덕준씨 업무 강도에 대해 고개를 저을 정도였다고 한다.

    주5일 혹은 6일 동안, 매일 저녁 7시부터 새벽 4시까지 근무했기에 체력적인 부담은 더욱 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그는 최근들어 가슴이 답답하고 통증이 조금 느껴진다는 얘기를 주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중 평소와 다름 없이 퇴근하고 돌아온 날, 덕준씨의 숨이 갑자기 멎었다.

    16일 유가족과 민주노총, 과로사 대책위 등이 대구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에서 야간 근무 후 숨진 20대 청년의 과로사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사진=류연정 기자)
    그의 어머니는 "덕준이가 일을 하고 돌아오면 만보기에 기록된 하루 걸음 수가 무려 5만보였다. 그래도 1년만 더 일하면 정규직 도전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로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는데…"라며 허망해 했다.

    유족들은 특히 7층에 해당 업무를 맡은 직원이 덕준씨 뿐이었는데도 쿠팡은 그를 일용직으로 채용했고 업무 강도에 대해 조정해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이런 업무 강도에 대해 덕준씨가 힘들다고 하소연한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유가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연 민주노총 대구본부도 "코로나19 확산 이후 물량이 대폭 늘고 업무량이 늘었지만 쿠팡이 인력을 충분히 늘리지 않았다"며 "고인이 일이 너무 힘들다고 인력 충원이나 근무 장소 변경을 요청했지만 쿠팡이 이런 고인의 요구를 무시했다"고 밝혔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박석운 공동대표는 "전형적인 돌연사에 의한 심정지로 봐야한다. 보통 과로사가 발생하는 과정과 같다"고 설명했다.

    유가족과 대책위, 노조는 크게 네 가지를 주장하고 있다.

    쿠팡이 과로사 책임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할 것, 쿠팡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덕준씨의 산업재해를 인정할 것,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이 쿠팡 물류센터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할 것 등이다.

    덕준씨 어머니는 "우리 아들을 끝으로 이렇게 목숨을 잃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이에 대해 쿠팡 측은 "고인의 사망에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고인은 택배 업무와는 상관없는, 물류센터에서 비닐과 빈 종이박스 등 포장재를 공급하는 지원업무를 담당했던 직원"이라는 입장을 냈다.

    또 쿠팡은 "물류센터 단기직 지원자는 원하는 날짜, 시간, 업무를 선택할 수 있다"며 쿠팡이 고인에게 야간근로를 강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쿠팡 배송직원들은 주5일 근무, 주52시간제 적용을 받고 있다"며 "택배대책위는 고인의 죽음을 악용하는 일을 중단하시기 바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아직까지 쿠팡 측이 공식적으로 유가족을 만난 적은 없다.

    한편 덕준씨가 근무했던 쿠팡 칠곡 물류센터는 몇 년 전부터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질타를 받아왔다.

    대구CBS는 지난 2017년 보도를 통해 부실한 식사 제공, 반강제적인 연장 근무, 여름철 무더운 근무 환경, 인력부족 등의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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