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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취소 위기 넘긴 백십자사, 부당 노동행위 '도마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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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인 취소 위기 넘긴 백십자사, 부당 노동행위 '도마 위'

    '강등→해고→부당전보' 조치 시설장에게 계약만료 해고 통보
    해당 시설장 노동위 구제신청 예고
    "말 안 들으면 강등…법인의 인사 전횡에 공황장애 호소 직원도"

    백십자사 정상화 촉구 공동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 모습 (사진=인천평화복지연대 제공)

     

    회계 부실 운영 등으로 법인 인허가 취소 위기에 몰렸던 경기 부천시 사회복지법인 백십자사가 이번에는 부당 노동행위 문제로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직원들 사직서 받아라' 불응하자 '강등→해고→복직 후 부당 전보'

    18일 경기도와 백십자사 등에 따르면 백십자사는 법인이 관리‧운영하는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의 원장 A씨를 계약만료로 해고할 계획이다. 법인 측은 최근 이를 A씨에게 구두 통보했다. A씨는 해고가 부당하다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할 예정이다.

    A씨가 부당 해고를 주장하는 이유는 최근 2년간 이어진 법인의 부당노동행위 때문이다. 법인은 지난해 1월부터 A씨에게 보직해임‧강등, 해임, 복직 후 전보 등의 인사조치를 했다. A씨는 이번 계약만료 통보 역시 앞서 있었던 부당노동행위의 연장선이라고 주장한다.

    법인과 A씨 사이의 갈등은 2018년 7월로 거슬러간다. 당시 법인은 지적장애인 거주시설장이었던 A씨에게 시설 직원 2명을 특정해 '사직서를 받아내라'고 지시했고 A씨가 이를 거부한 게 갈등의 시작이다.

    법인은 A씨가 지시에 불응하자 지난해 1월 A씨를 보직해임했다. 이어 법인은 A씨가 같은 해 4월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하자 내부감사를 벌여 A씨가 법인자금 4000여만원을 배임‧횡령했다며 A씨를 팀장급으로 강등, 검찰에 고소했다. 노동위원회는 법인의 보직해임 조치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법인은 노동위의 판단이 나오자 곧바로 A씨가 시설 내에서 음주할 수 없다는 규정을 어기고 시설 후원자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술을 마셨고, 검찰에 고소한 내용 등을 이유로 A씨를 해고했다. 이에 A씨는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했고 해고 무효 확인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노동위와 법원 모두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인은 A씨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다.

    그러나 A씨가 복직한 곳은 애초 근무하던 지적장애인 거주시설이 아닌 직업재활시설이었다. 법인이 직원들에게 다양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순환근무제'를 시행했기 때문이다. 장애인 거주시설은 장애인의 일상생활을 보조하는 역할을 맡는 반면 직업재활시설은 직업훈련을 맡는다.

    20여년 가까이 장애인 거주시설 업무를 맡았던 A씨는 또다시 노동위에 구제신청을 했다. 노동위는 이 역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A씨의 복귀는 다섯 달 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 법인은 A씨를 전보조치하면서 장애인 거주시설장을 새로 채용해 A씨를 복귀시킬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천지방노동위는 지난 8월 백십자사에 A씨를 원직 복직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 225만원을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에 법인은 최근 노동위가 A씨에 대한 전보가 부당하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 취소해달라는 내용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 "말 안 들으면 강등…법인의 인사 전횡에 공황장애 호소 직원도"

    A씨는 첫 보직해임 처분을 받은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법인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항하기 위해 6번의 노동위원회와 2번의 민사재판을 오갔다. A씨의 삶도 점차 피폐해지고 있다. 고용불안은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동료들과의 '마음의 벽'도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과 경기 지역 20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백십자사 정상화 촉구 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에 따르면 최근 2년 사이 백십자사의 인사 전횡으로 A씨를 포함해 적어도 6명 이상의 직원이 부당한 인사처분이나 사직을 강요받았다. 이들 가운데 2명이 지난해 사직했다.

    대책위는 법인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직원들이 직무와 관련없는 보직으로 발령하거나 인사위원회도 없이 강등되는 사례가 속출했고 이로 인한 압박으로 공황장애나 대상포진 등을 호소하는 직원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내가 법인에 굴복하면 동료 직원들은 지금보다 더 어려운 근로조건에 놓일 것"이라며 "내가 겪은 일들을 다른 직원에게도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간절함과 선임자로써의 책임감으로 지금껏 버텼다"고 말했다.

    ◇ '설립자 사후 2대째부터 내홍' 백십자사

    백십자사는 6·25전쟁 직후인 1957년 고(故) 임병덕 목사가 전쟁고아를 돌보기 위해 시설을 만들며 설립된 비영리 사회복지법인이다.

    이 법인은 경기 부천시와 인천 옹진군 등에 부천혜림원, 혜림요양원, 장봉혜림원, 장봉혜림요양원 등 발달장애인 거주시설 4곳을 비롯해 직업재활시설 2곳, 특수학교 1곳, 어린이집 1곳, 공동생활가정 11곳 등 모두 19곳의 시설을 운영하면서 지역의 존경을 받았다.

    400여명의 중증·발달장애인들이 이 법인의 시설을 이용하고 있으며 직원 수도 200명을 넘는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연간 13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받아 운영되는 등 지역 대표 사회복지법인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설립자인 임 목사가 세상을 떠난 이후 2세들이 법인을 운영하면서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특히 2013년 이후부터는 설립자의 장남인 법인 대표이사와 둘째 아들인 산하 시설 원장 사이에서 횡령, 부당인사 등의 폭로가 이어지면서 급기야 형제간 고소·고발, 민사소송 등이 진행 중이다. 법인의 A씨와 시설 직원에 대한 인사 전횡 역시 이같은 배경에서 발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감독기관인 경기도는 2017년 백십자사에 대한 감사를 벌여 부정 회계 비용 등 1억5600만원 반납을 명령했다. 법인은 인천 중구 운서동의 오피스텔 상가 3곳 등 법인 소유 부동산을 매각해 반납금을 내려 했지만 경기도가 부동산 매각을 불허하면서 한때 법인 설립 허가 취소 위기에 몰렸다.

    올해 초에는 '백십자사 정상화 촉구 공동대책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법인을 압박했다. 설립자의 장남인 임성국 전 대표이사는 법인을 둘러싼 여론이 나빠지자 올해 6월 건강 악화 등의 이유로 사퇴했다.

    백십자사 이사회는 독립기념관장을 지낸 경력이 있는 김능진(70) 전 충남대 교수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후 법인은 임 전 대표 가족의 재산 1억5600만원을 차입해 경기도에 반납하면서 법인 허가 취소 위기를 넘겼다. 법인은 차입 계약 기간 안에 임 전 대표 가족에게 원금과 이자를 모두 갚아야 한다.

    법인은 지난달 A씨의 전보가 부당하다는 노동위의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내용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인은 이와 함께 차입금 상환과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인천 중구 오피스텔 상가 3곳과 토지 등 법인 소유 부동산 매각을 재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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