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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인감·천공' 옵티머스 서류 위조…예결원은 거짓말 보고도 속아



금융/증시

    '가짜인감·천공' 옵티머스 서류 위조…예결원은 거짓말 보고도 속아

    1조원대 매출 채권 계약서 위조 어떻게 가능했나
    건설사 매출 채권 계약서 위조 위해 건설사 인감·수탁사 천공 가짜로 제작
    사무관리사·수탁사, 운용사 감시할 의무 있지만 '확인 한 번 안해'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옵티머스자산운용사가 대규모 펀드 사기를 칠 수 있었던 이유는 1조원 가량의 '가짜 매출 채권'의 서류 위조가 가능해서였다. 특히 '가짜 서류'가 그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던 건 자산운용사를 감시해야할 의무가 있는 사무관리사(예탁결제원)와 수탁사(하나은행)가 제대로 된 의무를 다 하지 않은 데 있다는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가짜 인감·천공기까지 동원해 176건이나 서류 조작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옵티머스는 펀드 사기를 위해 민간 건설사 4곳과 시중은행 1곳의 명의로 1조원 규모의 가짜 매출 채권 계약서를 만들어 냈다. 옵티머스는 관급 공사를 맡게 된 건설사가 보유한 매출 채권에 투자한다며 펀드 자금을 모았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매출 채권이 없었기 때문에 서류를 가짜로 만들어야만 했던 것이다.

    이를테면 A건설사가 B공공기관의 공사를 해주고 공사대금을 받는데 이 자금을 '매출 채권'으로 받는다고 가정해보자. 옵티머스가 투자자들에게 말한대로 이 매출 채권에 투자를 한다고 했으면 하나은행에 이 매출 채권을 사라고 지시했어야 한다. 그리고 하나은행은 운용사 지시대로 한 뒤 이를 확인하는 서류 '매출 채권 양수도 계약서'를 발급해줘야 한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하지만 매출 채권 투자 자체가 허위이다보니, 옵티머스 일당들은 이를 가짜 서류로 꾸며냈다. 매출 채권 양수도 계약서에 건설사가 매출 채권을 넘겼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건설사 '인감'과 수탁사를 이를 잘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천공'이 들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 건설사 가짜 인감을 만들고 천공을 찍는 기계까지 사들였다.

    옵티머스가 판매사 등에 제시한 176건의 양수도 계약서에는 민간 건설사 4곳 STX, 동양, 정인, 호반 등의 인감과 하나은행의 천공이 들어 있었다.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진 가짜 양수도 계약서상 액수는 총 1조854억원이다. 호반건설 4,508억원, 동양건설 3,327억원, 정인건설 2,001억원, STX건설 1,018억원 등이다.

    ◇자산운용사 감시 해야할 사무관리사인 예결원 유명무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아무리 펀드를 설계하고 운용하는 자산운용사가 서류 위조를 했더라도 이를 감시해야 하는 사무관리사나 수탁사가 제대로 업무만 했더라도 이처럼 지속적인 펀드 사기를 쳤겠냐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업무 관계자는 △자산운용사, △판매사(은행, 증권 등) △수탁은행, △사무관리사 등으로 나뉜다. 예금과 대출, 보관까지 다 하는 은행과 달리, 펀드 운용 관계자들의 역할을 나눠 복잡하게 한 이유는 서로 감시를 하자는 차원에서다. 재산을 보관하는 수탁사를 은행으로 둬 운용사가 인출을 맘대로 못하게 하고, 사무관리사를 따로 둬 장부를 통해 조작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를 옵티머스 사례에 적용해보면, 건설사인 STX가 옵티머스에 매출 채권을 넘겼다면, STX는 건설을 해준 공공기관에 채권 양도 통지를 해줘야 한다. 돈을 펀드 자금으로 받았으니 나한테 줄 게 아니라 운용사에 돈을 주면 된다고 통지를 해줘야 하는 식이다. 그렇다면, 운용사가 사모사채 인수 계약서를 보내면서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입력해달라고 요청할 때, 이상하다는 낌새를 알아채고 그 공공기관에 확인해보면 될 일이다. 하지만 예탁결제원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다른 사무관리회사들과도 다른 행보였다. 공공기관 매출 채권과 전혀 관련 없는 회사가 발행한 사모사채가 편입돼 있는데, 운용사가 요청한대로 공공기관 매출 채권으로 바꿔주는 게 일반적인 업무냐는 질문에 타 사무관리사들은 "전혀 일반적이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는 답변을 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기준가격 산정 등을 위해 자산운용사가 사무관리회사에 보낸 이메일을 보면 '사모사채 인수계약서'까지 같이 첨부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모사채에 대한 언급은 없이 공공기관 매출 채권으로 자산명세서에 기입했다"며 "의심 한 번 하지 않고 바꿔준 예결원이 공공기관 타이틀을 달고 있을 자격이 있느냐"고 따져물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자산운용사를 감시하기 위해 사무관리사를 뒀는데, 운용사가 느닷없이 회사채를 가지고 있으면서 공공매출 채권으로 바꿔달라고 하면 의심해야 하는게 당연하다"면서 "매출 채권을 발행했다는 공공기관에 전화 한 통 하면 확인할 수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사무관리사의 주된 기능이 기준가 산정인데 이를 하기 위해선 자산과 부채를 확인해야 하므로 자산 명세를 확인해야 한다"며 "재산이 진짜 있는지 수탁은행에 확인부터 하는게 맞지, 운용사의 말대로만 했다는 건 관리의 소홀을 인정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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