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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리얼]'한국판 뉴딜'에 빠져 있는 요소는 '집안일'이다



인권/복지

    [씨리얼]'한국판 뉴딜'에 빠져 있는 요소는 '집안일'이다

    우리 사회를 케어하는 누군가의 이야기 [Who cares?] ②

    올해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극복 프로젝트로 '뉴딜'이라는 단어를 역사 속에서 끄집어냈습니다. 한국인에게 '뉴딜' 하면 어렴풋이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규모 토건사업이지만, 뉴딜이란 개념을 꺼내들었던 1930년대 당시 미국의 뉴딜 정책은 단순한 경기 부양을 넘어 20세기 세계 경제의 틀을 세운 총체적 '사회 재계약(New Deal)' 프로젝트였다고 평가 받습니다. 이를 통해 국민과 국가, 기업과 노동자가 전부 새롭게 관계 맺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겁니다.

    1930년대 이전까지 국민의 복지를 개별 기업에게 맡겨둔 채 방임했던 미국 정부는 대공황 이후 강력한 정부로 거듭났습니다. 국가 정책을 통해 사회는 안정을 찾았습니다. 실업자는 취업하고, 실직자와 노인은 연금을 받게 되고, 노동자는 노동조합에 가입해 기업과의 관계를 다시 세웁니다. 그런데 이 시스템을 위해 설정된 기초 복지단위 모델은 바로 '남성가장 생계부양자 모델'을 기반으로 한 핵가족이었습니다.

    "천 년 전의 가부장제랑 2020년의 가부장제는 전혀 똑같은 성격이 아니거든요. 유럽의 중세에서는 (집 안팎 구분이 없는) 농업과 가내수공이 노동의 형태였다는 거죠.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어떤 가부장제라고 하는 건 자본주의적 가부장제인 거죠." - 손희정 문화평론가

     

    노동과 젠더의 관점에서 뉴딜을 분석한 '집안의 노동자 – 뉴딜이 기획한 가족과 여성'에서 저자인 마리아로사 달라코스따는 당시 미국의 뉴딜정책이 1910년대 포드 사에서 고안해 낸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을 국가 전체로 확대한 계기가 되었다고 설명합니다.

    "(당시) 대량생산 체제라고 하는 것은 노동자를 착취해야만 물건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인데, 사줄 사람이 있어야 물건이 팔리는 거잖아요. 그래서 1910년대 중반 포드가 중산층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돼요. 하루에 5달러를 주는 고임금제도를 설계하게 되죠. 다만 이 5달러를 받을 만한 노동자에게 주겠다, 아주 건실한 정상 가족을 이끌고 있는 남성노동자라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5달러의 임금을 줬다는 거예요."

    포드는 당시 여성이 직접 일을 하지 않고 주부로서 임금을 관리하길 원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또한 고임금 혜택을 받기 위해, 결혼해서 남성이 돈을 벌고 여성은 살림을 전담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선택인 것으로 귀결됐습니다.

    이러한 노동자 관리 방식을 포드가 자신의 공장에서 실현했다면 뉴딜은 그걸 미국이라는 국가로 확대한 전환이었습니다. 실제로 1933년부터 1945년까지 미국 노동부 장관이었던 프랜시스 퍼킨스는 '부유한 용돈 벌이 노동자는 사회를 위협하는 존재'라며 밖에 나가 돈을 버는 여성을 비난했고, 1932년 미 의회는 공공기관에서 여성이 일할 수 없도록 '한 가족 내에 두 명이 공직에 고용되는 것을 금지'하는 연방경제법을 통과시키기도 했습니다.

     


    100년 전과 지금은 상황이 아주 달라졌습니다. 수많은 여성 노동자가 집 안에서는 무급 가사노동, 집 밖에서는 저임금으로 돌봄노동하며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상황. 코로나19라는 격변기를 맞이해 다시금 '한국판 뉴딜'이 등장한 거라면, 이번 뉴딜에서는 가려져있던 여성 노동자도 새롭게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요? 모순을 풀 생각을, 누군가는 하고 있을까요?

    지금껏 아무도 신경쓰지 않은, 우리 사회를 케어하는 누군가의 이야기.
    [Who cares?]의 두번째 이야기는 문화평론가 손희정의 말입니다.

    {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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