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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의-최미경 모녀에게 '결혼'과 'X-월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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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태의-최미경 모녀에게 '결혼'과 'X-월드'란?

    [노컷 인터뷰] 다큐 영화 '웰컴 투 X-월드' ③ 모녀의 이야기
    엄마 최미경과 딸 한태의가 말하는 'X-월드'

    다큐멘터리 영화 ‘웰컴 투 X-월드’ 한태의 감독(왼쪽)과 한 감독의 어머니이자 출연배우인 최미경 씨가 CBS노컷뉴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웰컴 투 X-월드'(감독 한태의)는 남편 없이 12년째 시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엄마 미경과 그런 엄마를 보며 결혼을 피하게 된 딸 태의가 독립하는 여정을 담은 가족 다큐멘터리 영화다.

    'X-월드' 안에는 시월드도 있고, 여성의 삶, 며느리이자 엄마의 삶도 담겨 있다. 엄마를 통해 한국 여성의 삶을 가까이서 목격한 한태의 감독은 영화를 찍기 전에는 비혼을 다짐했다.

    그러나 엄마에게 카메라를 비추면서 엄마의 삶이 보였고, 며느리나 엄마가 아닌 '최미경'의 삶도 보였다. 그렇게 점점 이해하게 됐고, '결혼'이라는 단어도 조금은 다르게 다가왔다.

    최근 만난 한 감독과 미경씨에게 '결혼'과 'X-월드'에 관해 물어봤다.

    (사진=㈜시네마달 제공)

     

    ◇ 미혼인 태의에게 결혼이란…결혼을 겪어본 미경에게 결혼이란

    "결혼을 안 하고 싶었고 절대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 시절이 있었어요. '왜 해야 하지?' 생각해보면, 제가 지켜본 엄마의 결혼 생활은 받은 것 없이 주기만 하고 참고 감당해야만 하는 여정이었거든요. 여자의 삶은 결혼을 하면 다 없어지는구나, 희생이 당연한 거구나 인지하다 보니 은연중에 (결혼을)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궁금한 것도 너무 많은데 그걸 다 누르고 살면 재미없는 삶이 되겠다고 생각한 거죠.

    그런데 다큐멘터리를 찍고 편집본을 보며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방대한 편집 소스들을 보면서, 엄마가 행복한 얼굴을 보게 됐죠. 물질적 풍요가 없음에도 가족들과 부대끼며 유대관계를 느끼는 데서 엄마가 웃는 얼굴을 보니까, 내가 판단하고 엄마에게 요구하거나 한 게 틀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내가 만약 정말 결혼을 하고 싶어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엄마와 다른 나만의 결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싶은 사람 생기면 할 수도 있는 것? 이렇게 생각하게 됐어요." _한태의 감독


    "네가 원하는 대로 해. 일하다가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고 결혼하고 싶으면 하는 거고, 일을 계속해야겠다면 일을 계속해도 되는 거고. 나도 처음이랑 많이 달라진 게 네가 영상을 찍을 때만 해도 고정관념이 있었거든. 우리 세대는 스물세 살부터 스물다섯 살이 결혼 적령기였고, 그때가 지나면 결혼이 늦어져서 남들한테 창피하고 그런 것 같더라.

    저도 스물네 살에 연애해서 스말다섯 살에 결혼했어요. 저는 너무 마음이 불안한데 얘(태의)는 다른 데만 신경 쓰고 있으니….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요즘 젊은 사람은 결혼에 얽매여 있지 않아요. 자유롭게 하니까 그것도 정말 괜찮더라고요. 자기 일을 가지고 계속 추진하면서 열심히 하는 것도 괜찮겠더라고요. 나는 고리타분한 생각을 가졌구나 싶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 점에서 제가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할까요. 고리타분한 것에서 깨고 나온 거 같아요. 그것만큼은 정말 확실하게 말할 수 있어요." _최미경씨


    (사진=㈜시네마달 제공)

     

    ◇ 영화 속 가장 인상 깊게 남은 순간에 대하여

    "일단 볼 때마다 바뀌는 것 같긴 한데, 오늘 관객 입장에서 보다 보니 익산 친가 결혼식 장면에 대한 기억들이 많이 생각나요. 저는 그때 걱정이 한아름이었어요. 엄마가 혼자 어색하고 심심해 할 텐데 하고 말이죠. 그런데 화면 속 엄마 얼굴은 마치 놀이동산에 온 느낌이었어요.

    기대감과 신남, 그게 얼굴에 보이니까, 그 얼굴이 정말 좋더라고요. 나한테는 엄마로 존재하는 사람이 친가 결혼식에 가서 할머니들 앞에 서니 아기처럼 예쁨 받는 모습이 낯설면서도 좋았어요. 우리 엄마가 누군가한테는 이런 존재구나." _한태의 감독


    "나도 살짝 연결되는 게, 제가 시댁 식구를 대표해서 혼자 간다고 했을 때 태의가 너무 많이 걱정해서 결국 일정이 있었음에도 따라왔어요. 그런데 걱정과 달리 저를 챙겨주는 사람이 많으니까 우리 태의가 엄마를 달리 보게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태의가 '엄마, 삼촌들도 그렇고 할머니도 그렇고 엄마를 많이 챙겨주고 반겨서 정말 좋았어'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이야기했을 때 정말 좋았어요." _최미경씨

    "집에 와서 피곤한데도 새벽 2시까지 이야기했어요." _한태의 감독

    "진짜 기분 좋게, 피곤한데도 잠도 안자고…. 전 다음 날 출근해야 하는데도 말이죠." _최미경씨

    다큐멘터리 영화 ‘웰컴 투 X-월드’ 한태의 감독(왼쪽)과 한 감독의 어머니이자 출연배우인 최미경 씨가 CBS노컷뉴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미경과 태의, 두 사람에게 'X-월드'란

    "'X-월드'란 이분법적으로 이거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엄마가 과거에 머물러 있던 세계가 다 끊이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 집을 나왔다고 해서 '끝, 새로운 것 시작이야' 이렇게 분리된 게 아니라, 엄마 안에 내재되어 있으면서도 엄마가 새로운 것들을 접하고 있어요. 새로운 취미 활동도 하고, 시간도 보내고. 자연스럽게 과거의 시간은 덮이게 되고, 그러다가 불쑥 '아버님과 이랬지' 하며 마음으로는 갖고 있게 되는 것이랄까요.

    저도 그걸 인정하게 된 것 같아요. '나왔으면 끝이지 왜 연락하지?' 했는데 이제는 나조차도 어떠한 시간과 시간을 분리하는 건 어렵고, 사실 사람한텐 불가능한 일인데 그걸 내가 엄마한테 너무 강요했구나 싶어요." _한태의 감독


    "저도 분가해서 살면 다 끊어질 줄 알았어요. 그런데 나와서 떨어져서 살다 보니 더 끈끈해지는 것 같아요. 'X-월드'라고 하면 분리될 거라고 생각들을 할 거 같은데 그렇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_최미경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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