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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하루 8시간만 일하고 법대로 수당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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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하루 8시간만 일하고 법대로 수당받고 싶다

    고(故) 전태일 열사(사진=자료사진)

     

    하루에 몇 시간을 일하기를 원하십니까? 각종 수당을 법대로 받고 계십니까? 교양을 위한 서적을 보고 계십니까?

    1970년 전태일이 평화시장 노동자들에게 돌린 설문지에는 희망이 담겼다. 오늘은 하루 16시간 노동을 하고 있지만, 내일은 조금 덜 일하고, 책 한 권 읽는 꿈. 하지만 태일이의 꿈이 깨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오늘의 전태일들도 꿈꾼다. 하루 8시간 넘게 일하면 피로하거나(67.2%) 유해하기(9.7%) 때문에 하루 8시간 이하로 일하고 싶고(92.2%), 법대로 수당을 받고, 교양서적도 읽고, 취미생활도 하고 싶다. 전태일 50년. 반세기가 지났는데 타이밍(각성제)을 먹으며 하루 16시간씩 일하던 시절보다는 노동 현실이 나아지지 않았을까?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전태일 50주기 직장인 인식조사'를 10월 22일~26일 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3.1%포인트), 전태일 시대에 견준 현재의 노동 현실이 나아졌는지에 대한 노동자 인식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 노동자의 51.5%가 좋아졌다고 답한 반면 오늘의 전태일인 비정규직 노동자는 37.8%만이 좋아졌다고 답했다.

    전태일 시절이 얼마나 엄혹했는지, '응팔'(응답하라 1988) 시절이 얼마나 비참했는지, 젊은이들이 경험하지 못해서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오늘은 어떨까? 현재 직장의 고용 상태를 묻는 질문에 정규직은 67.7%가 안정적이라고 답했는데, 비정규직은 66.8%가 불안정하다고 응답했다.

    노조원(70.4%), 공공기관(69.6%), 대기업(65.0%)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안정적이라고 느끼고,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59.0%), 노조 밖 노동자(50.6%)는 오늘도 불안한 하루를 보낸다.

    자신의 노동의 미래에 대한 전망도 극명하게 갈렸다. "앞으로 본인의 근로조건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정규직의 56.3%, 공공기관 노동자의 65.7%, 대기업 노동자 59.3%는 희망이 보인다고 답했다. 반면, 비정규직의 54.5%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55.7%는 내일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정부는 어디에 있을까? 응답자의 39.0%는 근로기준법이 지켜지지 않고 있고, 절반(50.3%)은 정부가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대한민국 정치는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고 외친 전태일의 유언을 실천하지 않는다고 본다는 대답이 66.0%에 달했다. 50년 전 전태일과 오늘의 전태일의 꿈과 희망은 '대한민국 정부' 때문에 좌절하고 절망한다.

    ※이 기사(글)은 11월 9일 나온 <전태일50> 신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전태일50> 신문은 전태일 서거 50주년을 맞아 오늘날 전태일들의 이야기를 신문으로 만들겠다는 현직 언론사 기자들과 사진가들,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 비정규직 이제그만, 직장갑질119의 활동가들이 모여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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