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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면엔]플랫폼 공룡 막자더니…힘 빠진 구글방지법



IT/과학

    [e면엔]플랫폼 공룡 막자더니…힘 빠진 구글방지법

    두달 밖에 안 남았는데…야당, 구글 통행세 돌연 신중론, 왜?
    韓콘텐츠 산업, 구글 돈벌이로 전락…"인앱결제는 끼워팔기"
    野"시장 보상을 정부가 제어…애플·삼성도 30%
    콘텐츠 업계 "구글방지법 조속 통과" 잇단 성명…애플 수수료 30%→15%인하

    글 싣는 순서
    ①[노컷체크]발톱 드러낸 구글…인앱결제 영향 100개↓ 맞나
    ②"과도한 통행세일까, 과도한 규제일까" 플랫폼 공룡 막자더니…힘 빠진 구글방지법
    (계속)


    (사진=연합뉴스)

     

    구글의 일방적인 '수수료 30%·인앱결제' 정책을 막기 위해 정부와 업계, 여야까지도 한목소리로 외쳤던 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이 점점 힘이 빠지는 모양새다.

    최근 한 달 새 각 업계 이해 당사자 및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인터넷 기업과 웹툰·웹 소설 등 온라인 콘텐츠 창작자들은 '구글 방지법'을 환영하는 반면, 국내 중소 게임 개발사는 해당 규제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앱 생태계를 위해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횡포를 견제해야 한다"던 국회에서는 "과도한 개입은 지양해야 한다"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회가 글로벌 기업의 로비에 흔들린다"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 여야 한목소리로 "앱마켓 공룡 갑질 막자"더니 "졸속 처리 말아야" 야당 분위기 급변

    (그래픽=연합뉴스)

     

    당장 구글이 인앱결제 강제, 앱 수수료 30% 등을 예고한 1월이 코 앞이지만 야당이 돌연 신중론으로 돌아서면서 연내 법안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일각에서는 '이러다 여야가 합의했던 법안 자체가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어두운 전망까지 나온다.

    19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앱 마켓 사업자의 갑질 방지를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과방위 차원의 통합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업계 안팎의 엇갈린 이해관계가 부각되고 야당이 국감 이후 법안 전반에 대해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이다.

    바뀐 기류가 처음 감지된 것은 지난 9일 열린 공청회서다. 여야는 이 자리에서 앱 마켓 사업자의 인앱결제 강제 적용을 막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6건을 통합해 의결하기로 했다.

    인앱결재 공청회 답변하는 임재현 구글코리아 전무(사진=연합뉴스)

     

    이날 공청회에는 임재현 구글코리아 전무, 게임개발업체인 슈퍼어썸 조동현 대표, 정종채 법무법인 정박 변호사, 이병태 KAIST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김현규 한국모바일게임협회 부회장, 김상돈 원스토어 경영지원실장 등이 진술인 및 참고인으로 참석했다.

    이들은 "시장점유율을 무기로 특정 결제수단을 강제하는 앱 마켓 공룡의 갑질이 앱 생태계 파괴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모두 동의했다.

    그러나 과방위 통합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구글 방지법이 중소개발사에 피해를 줄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구글방지법이 인앱 결제 정책은 막을지언정, 구글이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 비용을 부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그럼에도 여당은 "빠른 시일 내 법안 통과를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고, 야당은 피해 분야, 피해액 등을 구체적으로 산정해 "졸속 처리하지 말아야 한다"며 신중론으로 맞섰다.

    지난 17일 열린 과방위 전체회의에서도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고, 구글방지법은 상정되지도 않았다. 다음날인 18일 열릴 예정이던 과방위 법안소위는 기약 없이 연기됐다. 가짜뉴스 관련 법안 등 일부 법안 상정을 놓고 여야가 충돌한 탓이다.

    과방위는 오는 26일 법안의결을 위한 전체회의를 예고한 만큼, 금명간 여야 간 극적 합의가 없다면 연내 법안 처리는 사실상 어려워진다.

    (사진=연합뉴스)

     

    ◇ "韓 콘텐츠 산업이 구글의 돈벌이로 전락"…"인앱결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끼워팔기"

    국내 인터넷 기업과 콘텐츠 업계는 국회의 지지부진한 입법 논의를 성토하며 조속한 법안처리를 촉구하고 나섰다. 내년 1월부터 구글이 신규개발사 대상으로 앱 통행세를 받기 시작한 뒤 법안이 시행되면 소급적용 문제가 생겨 되돌리기 어려워지는 만큼 두 달 내 무조건 마무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현규 모바일게임협회 부회장은 공청회에 참석해 "구글이 애플 스토어를 제외하고 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데 수수료 외에 마케팅 비용, 운영 비용 등을 모두 개발사가 책임지는 구조에서 30% 플랫폼 수수료는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도 줄도산이 넘치는 게 한국 게임 산업의 현실"이라면서 "중소개발사를 제외하고 매출 상위권 기업의 경우 '콘텐츠 동등접근권'을 포함한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이용자와 사업자 모두 모바일 콘텐츠에 차별 없는 접근이 가능하도록 콘텐츠 제공 의무와 차별금지 의무를 규정한 '콘텐츠 동등접근권'을 부여하도록 한다. 모바일 콘텐츠를 등록·판매하는 부가통신사업자가 앱 마켓 사업자에게 콘텐츠를 제공하는 경우 다른 앱 마켓 사업자에게도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당장 구글 통행세 부과 시 존폐위기에 몰리게 되는 창작자들과 군소 콘텐츠업체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법안처리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18일 성명을 내고 "구글 통행세 강행시 국내 모바일 콘텐츠 매출이 3조원이상 감소할 것"이라며 국회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국회는 지난 국정감사 이전부터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여러 건 발의하면서 앱 마켓사업자의 횡포를 사전에 방지할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나, 그 가능성의 불씨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시간이 갈수록 꺼져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웹소설산업협회와 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도 각각 16일과 17일 성명을 통해 "작가는 앱 수수료를 뗀 매출에서 플랫폼, 출판사나 에이전시와 수익을 나눠 갖는데, 창작자들의 피와 땀이 스민 노력의 대가가 고스란히 아무 기여도 하지 않은 구글에 돌아가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내 디지털 콘텐츠 산업이 구글 등 글로벌 거대 플랫폼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두렵고 지금까지 구축해 온 웹소설 산업 생태계는 현저하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도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 강제 정책은 국내 스타트업과 콘텐츠 산업 미래에 큰 위협이 되는 동시에 관련 산업 종사자의 생존마저 위협할 것"이라며 "앱 마켓 사업자가 앱 개발사에 특정 결제 수단과 부당한 계약조건을 강제하고 앱 심사나 배포에 부당하게 차별하는 행위도 법으로 금지해 달라"고 촉구했다.

    정종채 법무법인 정박 변호사는 "구글은 안드로이드의 독점사업자로, 콘텐츠 사업자의 결제 선택을 방해한다"면서 "앱 장터와 인앱결제 시스템은 별개 상품으로 봐야 하는데 인앱결제 강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끼워팔기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사의 결제 시스템을 제공하고 싶어 하는 콘텐츠 사업자는 배제해 사회 후생과 소비자 효용을 감소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 '구글방지법'시장 보상을 정부가 제어" 과도한 규제"…"애플, 삼성도 30% 수수료"

    반면 이병태 한국과학기술원(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구글플레이를 백화점에 비유하면서 "디지털 콘텐츠를 유통하는 앱 마켓이 백화점, 면세점 등이 입점한 브랜드에 임대료를 받는 것처럼 일반적인 재산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구글플레이의 인앱결제 의무화는 반 공정행위로 볼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기업 혁신에 대한 시장 보상을 정부가 제어하려는 과도한 개입"이라면서 "이미 애플이 시행한 30% 수수료 정책은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고, 독과점이라는 이유로 정부 규제가 가해지면 자동차 등 대부분 시장이 정부가 거래가를 고시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중소 게임 개발사를 운영 중인 조동현 대표도 구글 정책에 대해 옹호했다. 그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덕분에 해외 시장 진출에 성공하고 현재 매출 90%가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되면 국내 중소 개발사들은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골자는 크게 두 가지다. △구글이 자사 인앱 결제 시스템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 △개발자들이 구글플레이를 포함한 모든 앱 스토어에 자사 앱을 동등하게 올려야 한다는 것 등이다.

    (사진=연합뉴스)

     

    인앱 결제 정책과 30% 수수료 부과는 별개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인앱 결제는 곧 30% 수수료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구글 측이 인앱 결제 정책을 쓰지 못하더라도 관련 정책을 적용받는 100여 개앱에는 수수료에 준하는 비용을 부과할 방법을 찾을 것이라는 얘기다.

    여기서 '모든 스토어에 앱을 동등하게 올리게 하는 법안'이 정작 중소 개발사에겐 '또다른 어려움'이란 지적이다. "인력과 자본이 부족한 중소 개발사 입장에서는 모든 앱스토어에 자신의 앱을 올리면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인앱 결제'와 '30% 수수료'는 별개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구글 측이 인앱 결제 정책을 쓰지 못하더라도 관련 정책을 적용받는 100여개 앱에는 수수료에 준하는 비용을 부과할 방법을 찾을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 구글이 벌어들이는 수익 대부분은 유료 결제 앱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다. 업계 관계자는 "인앱 결제를 법으로 못하게 하더라도 관련 수입은 보전하려고 할 것이고, 방법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애플과 삼성의 앱 마켓도 30%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만큼 구글의 새로운 결제 정책이 적용되는 경우는 약 3만개 중 100여 개로 극히 소수이며,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 "인앱결제 써서 글로벌 성공?" 업계 반발 부른 반쪽짜리 공청회

    지난 9일 오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앱결재 관련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당시 공청회에 앞서 야당의 기류가 급속히 바뀌었다는 평가 속에 참석 명단이 공개되자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럴 줄 알았다"는 탄식마저 쏟아졌다. 정작 구글의 수수료 정책 변경으로 직격탄을 맞는 IT, 스타트업계는 배제됐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공청회에서는 인앱결제 강제화에 대한 구체적인 증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을뿐더러 업계에서 쉬쉬해온 구글의 반시장 경쟁행위 의혹, 주장에 대한 언급도 오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구글이 수수료 정책 변경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라인망가, 픽코마 등의 일본 시장 성공을 언급하며 "구글 인앱결제의 편리함 덕분"이라 자화자찬한 것에 대한 업계의 반감도 크다. 서비스 자체의 특장점과 개발사의 노력을 깎아내린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분위기가 급변한 배경에는, 주한 미국 대사관과 구글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김앤장 등의 물밑 작업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양측은 최근 국회 과방위를 상대로 발 빠르게 움직였던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 12일 오전 주한 미국 대사관 인사는 국회 과방위 여·야 간사실을 찾아 해외사업자 차별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방위 소속 위원들과의 면담에서는 해당 법안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어긋날 수 있다는 언급을 시작으로 통상압박을 시사하는 대화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은 FTA 위반 소지나 중복규제 위험성을 들어 검토가 더 필요하단 입장으로 선회했다. 박성중 의원실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첫 번째로 만들어지는 법안 케이스인데, 발생 가능한 문제를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구글은 국회 설득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국회 관계자는 "구글의 법무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세종은 오래전부터 과방위 의원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해왔다"며 "최근엔 김앤장도 나서 구글 입장을 설명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여당을 중심으로 앱마켓 관련 법 발의가 쏟아지자, 야당을 설득해 시간 끌기에 나서는 전략임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아쉬워했다.

    이런 가운데, 애플이 18일(현지 시각), 내년 1월부터 연간 수익금 100만 달러 이하의 중소 규모 개발사는 애플 앱스토어 유료 앱 및 인앱결제에 대한 수수료를 현행 30%에서 15%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구글과는 반대되는 행보다. 애플은 "코로나 19로 위기를 겪고 있는 중소 개발자들의 수익성을 보전하고, 더 많은 창업자와 개발자들이 애플 앱스토어 생태계에서 자신의 비즈니스를 키울 기회를 확보하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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