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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자의 쏘왓]'대세' ESG…착한 투자해서 돈 버냐고요?



금융/증시

    [홍기자의 쏘왓]'대세' ESG…착한 투자해서 돈 버냐고요?

    코로나19 여파 돈 풀려, 정부 시장의 '큰 손'돼→명분 있는 지출 필요
    블랙록 래리 핑크 "투자 설정 시 ESG 요소 기준 삼을 것"
    국내 최대 연기금 국민연금, 2022년까지 ESG 자산 전체 50%로 확대
    전문가들 "ESG 착한 투자로만 볼 게 아니라 투자의 '뉴노멀'로 봐야"

    디즈니(Disney)의 블록버스터 영화 '뮬란'은 인권 문제를 외면했다가 흥행에 참패했습니다. 디즈니사가 중국의 많은 지역 가운데 하필 신장을 촬영 무대로 택한데다 영화 끝에 '촬영지 신장 위구르의 중국 공안에 감사한다'는 자막을 넣어서인데요. 위구르는 중국 소수민족 탄압이 가장 심각한 곳입니다. 홍콩 민주화운동을 주도하는 조슈아 웡은 트위터를 통해 "뮬란을 보는 건 중국이 신장 지역의 무슬림 위구르족에 가하는 감금 행위와 인종 차별을 묵인하는 것"이라고 불매운동을 이끌었습니다.

    미국 생활용품 업체인 윌리엄 소노마(Williams-Sonoma)는 코로나로 소매점포를 폐쇄한 후에도 직원들에게 급여와 복지를 계속 제공했습니다. 물류센터 직원에게는 추가적인 건강보호 조치 및 임금인상을 실시했고요. 이로 인해 이커머스 증가에 따른 수요를 충족하면서 고용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요. 코로나 봉쇄 해제 이후 충성 고객들의 매장방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주목 받고 있는 투자 지표인 ESG가 기업에 영향을 미친 사례인데요. ESG투자는 과거부터 있었지만 올해 유독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더욱 더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 쏟아지고요. 언뜻 '착한 투자'해서 돈을 벌겠냐 싶다고요? 왜 전문가들이 ESG 투자에 대해 미래 생존을 위한 투자라고 하는지 알아봤습니다.

    ESG. (그래픽=김성기 기자)

     

    1. 착한 투자, ESG 투자는 뭔가요?

    ESG(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는 말로 기업의 비재무성 성과 및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기준입니다. ESG투자는 이러한 ESG 이슈를 투자 의사 결정에 반영하는 것이고요. 2006년 4월 유엔(UN)이 투자 결정 과정에서 ESG 요소를 반영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마련한 PRI(책임투자원칙)이 ESG투자의 시작입니다.

    '환경'을 보자면, 기후 변화와 환경 보존에 앞장서고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업에 투자하려는 성향입니다. 엄밀하게 친환경 산업은 아니지만 친환경에 도움이 되는, 친환경을 지향하는 산업이죠.

    '사회'는 지역 사회에 대한 기여를 하는 기업에 투자하려는 움직임이죠. 기업이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버는만큼 우리 지역 사회에 얼마나 공헌을 하는지에 대한 평가하는 지표입니다. 이를테면 고용에 있어서 성별, 인종을 차별하진 않았는지 주주만을 위한 경영이 아닌 투자자나 기업이 위치한 지역 사회 주민 등 여러 이해 관계자들을 고려한 경영을 하는지가 주요 평가 요소가 될 수 있겠죠.

    '지배구조'는 한 기업의 지배구조가 얼마나 투명하고 민주적인지 평가하는 겁니다. 경영진이 얼마나 도덕적인지, 이사회 구성은 얼마나 민주적인지, 기업의 부패 정도는 어떠한지 등이 평가 지표가 될 수 있겠죠. 유독 한국에서는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개념이 중시되고 있는데요. 재벌가를 중심으로 '오너 경영'이 일반화 돼 서구에 비해 경영 투명성이 낮다고 느껴지는 국내 정서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자료=신영증권 '2020년 주식시장 평가와 전망' 발췌)

     

    2. ESG '대세'가 됐다는데, 왜죠?

    기업 활동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가치관이 변화했다는 걸 무시할 수 없습니다. 과거에는 '매연이 좀 나오더라도 경제만 성장한다면...'이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탄소 배출은 인류 생존의 문제로 '가치관'이 바뀌게 된 거죠. 실제로도 기후 변화 영향으로 전세계 자연재해 빈도는 10년 전 대비 2배 이상이 증가했고요.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 규모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전세계는 탄소배출량 저감 정책과 친환경 정책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도 ESG 투자를 가속화하는 데 한 몫 했습니다. 연초 코로나19 확산으로 전세계의 정부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풀었습니다. 이에 따라 경제 활동이나 투자에 있어 공적인 플레이어들의 역할이 커졌죠. 하지만 정부는 이윤을 추구하는 경제적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뭔가 명분이 필요한 지출을 해야하는 거죠. 성숙된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복지성 지출 이외는 딱히 할 수 있는게 없었는데 이때 눈에 띈 게 ESG 투자입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래리 핑크 회장의 '폭탄 선언'은 ESG 투자에 나침반이 되기도 했는데요. 래리 핑크는 연초 주요 글로벌 기업 최고영영자들에게 보낸 연례편지에서 투자 결정시 지속 가능성과 기후변화 리스크, 즉 ESG 요소를 기준으로 삼을 것을 밝혔습니다. 연초의 이같은 투자 전략은 현재도 유효합니다. 지난 14일 모건스탠리는 보고서를 통해 "올해 잘 나갔던 ESG 유망주들이 내년에도 여전히 장기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3. 한국에선? 국민연금도 콕 찍었다는데?

    국내 최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은 2022년까지 ESG 등을 반영한 자산을 전체 자산의 50% 가량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2022년부터는 주식, 채권, 위탁운용사 선정과 평가를 할 때도 책임 투자 요소를 반영할 것이고요. 한국투자공사 사장도 "ESG를 고려한 투자를 꾸준히 확대할 것"이라며 "글로벌 ESG 전략의 최신 트렌드를 공유하고 책임 투자 기회를 발굴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기업들도 화석 연료 관련 사업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줄지어 발표했고요. 그렇다면 이러한 일련의 흐름이 왜 중요하냐고요? 정부 정책에 발맞춘 운용사들의 투자 전략, 기업들의 친환경 설비 투자로 친환경 관련 회사들에 대한 자금 유입이 지속될 수 밖에 없는 하나의 흐름이 됐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바로 큰 돈이 움직이는 그 흐름의 한 복판에 ESG가 있으니 ESG를 단순 착한 투자로만 인식할 게 아니라 투자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요소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죠.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의 말입니다. "갑자기 자본주의가 도덕적이 되어서 ESG 투자를 하는게 아닙니다. 민간에 맡겨뒀는데 잘 안되고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정부가 개입하게 되는 계기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명분 있는 투자를 하는 것이고요. 그러한 정부의 정책이 투자 관점에서도 중요해지게 된 것이지요. 정부와 공적 기구들의 돈이 그쪽으로 가고, 기업도 그쪽으로 돈을 보내면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을 겁니다. 지금은 민간의 역동성이 떨어지면서 정부가 개입하게 됐고 그 사람들이 길을 만들게 된 겁니다. 돈이 그쪽으로 가면 길이 열리는 것이고 투자자들은 거기서 아이디어를 찾아야 합니다."

    (자료=삼성증권 '생존을 의미하는 착한 투자' 발췌)

     

    4. 그래서 ESG 투자, 실적도 착하냐고요?

    어쨌든 투자는 결과가 중요합니다. ESG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비재무적 성과를 고려한 투자 결정이 과연 높은 수익률을 보장할 수 있느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데요. 그런데 실제로도 ESG 펀드의 수익률을 다른 주식형 펀드보다 높은 편입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폭락장으로 전 세계 투자자들이 공포에 떨었던 올해 초에도 ESG 펀드는 일반 펀드와 달리 수익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더 높았습니다. 지난 1분기 미국 시장 전체 ESG 펀드의 60%는 S&P500지수 수익률을 초과했고요, ESG 펀드 대부분이 추종하는 MSCI World SRI 지수도 2~4월 기준 MSCI World 지수 대비 3%p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국내도 상황은 유사합니다. 16일 기준 국내 주식형 ESG펀드 TOP10의 최근 1년 수익률은 34.53%로 국내 편드 유형별 실적이 가장 높은 중소형 펀드보다도 높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국내 증시에서 ESG 개별 펀드 가운데 최근 1년 수익률이 가장 높은 상품은 KTB ESG1등주증권투자신탁(주식)CF펀드로 46.03%를 기록했고요. 실적마저 착하다는 게 수익률로 드러나는 셈입니다.

    높은 실적을 낼 뿐 아니라 ESG를 봐야 믿는 도끼에 발등이 안 찍힐 수 있는 상황입니다. ESG를 통해 살아 남을 기업을 걸러낼 수 있다는 거죠. 정부의 규제 및 사회적 지탄, 강력한 법정 소송, 이해당사자와의 충돌 등은 영속적으로 기업이 유지되느냐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기 때문인데요. 화석에너지 사용에 대한 규제 가능성 등이 부각되며 미국 에너지 인프라 관련 MLP들의 주가가 지속적인 하락세를 나타내는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제 'ESG= 착한 투자'에서 멈출 게 아니라, ESG가 돈 벌어주는 투자의 '뉴노멀'이 됐다는 점, 여러분의 투자 생활에 있어서도 도움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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