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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중대재해법, 또 다른 '김용균법' 되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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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중대재해법, 또 다른 '김용균법' 되지 않길

    • 2020-12-2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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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8년 국회 본회의에서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투표 결과가 전광판에 표시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 '김용균법' 국회 통과!"

    2018년 12월 27일 거의 모든 언론이 쏟아 낸 보도 제목이다. 위험의 외주화 방지와 중대재해 기업 처벌 강화는 김용균 투쟁으로 촉발된 산안법 전부개정안의 핵심 내용이었다.
    법이 통과될 때 사람들은 이렇게들 말했다. "산안법도 개정되었고, 위험의 외주화도 금지되었고, 처벌도 강화되었고, 다 잘된 것 아냐?" 라고도 생각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바뀐 것은 하나도 없었다. 고(故) 김용균 투쟁의 핵심적 요구는 무분별한 위험의 외주화 근절이었다. 김용균 사고의 근본 원인이 위험의 외주화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용균이 담당하던 업무조차도 도급금지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다.

    새롭게 개정된 산안법은 '김용균법'이 아니었다. 그뿐만 아니다. 또 다른 핵심이었던 중대 재해에 대한 처벌 규정이 원안보다 대폭 후퇴하였다. 원안은 사망사고의 중대 과실이 있을 시 징역형에 하한형(1년 이상 징역) 제시되었고, 법인에 대한 벌금형 가중 기준(10억까지 부과 가능)이 있었다.

    그러나 법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경제 단체의 강한 반발을 이겨내지 못하고 하한형이 삭제되었고, 벌금의 가중처벌은 1억 이하로 후퇴하였다. 김용균법의 중요한 핵심이었던 위험의 외주화 금지와 중대재해 처벌 강화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그때의 상황이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이번에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다. 2년 전 광화문 광장에 있었던 천막이 국회로 옮겨졌을 뿐이다. 산재 유가족들이 차가운 시멘트 바닥 위에서 목숨을 건 단식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수많은 노동자와 수천 명의 전문가, 교수, 예술가, 종교인들의 지지 선언이 줄을 잇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주요 쟁점은 '사업주 처벌 수위','징벌적 손해배상 문제', 그리고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시행유예' 등이다. 이 중 중소기업에 대한 문제가 핵심적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예상했던 것처럼 경제 단체의 완강한 반대와 이에 대한 정부 여당의 눈치 보기가 법 제정을 가로막고 있다. 2년 전 김용균법 제정 당시와 똑같은 상황이다. 이러다간 김용균이가 없는 김용균법이 만들어졌듯이 진정한 처벌이 없는(처벌대상의 대다수가 빠져버린) 처벌법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경제 단체에서는 이 법을 적용하면 중소 사업장들은 모두 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백 보 양보해서 생각하면 일면 동의 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조금만 숨을 깊게 들이쉬고 생각해보자. 다음과 같은 이유로 중소기업만 피해를 본다는 주장은 왜곡된 우려에 불과하다.

    노년유니온과 안전사회시민연대, 서울복지시민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23일 서울시 종로구 이순신 동상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첫째, 중소기업만 피해 보지 않는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산업안전보겁법에 근거하여 원청의 책임을 같이 묻도록 하고 있다. 개정된 산안법에는 관리적 책임을 원청과 발주처에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청의 관리를 받고 있는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그 동안 산재발생시 온전히 떠안았던 처벌이 이제는 관리적 책임이 있는 원청과 발주처와 함께하기 때문에 중소기업만 피해를 본다는 것은 왜곡된 주장이다.


    둘째, 형사처벌과 벌금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법에서 책임을 묻는 것은 과실에 대한 책임이다. 그리고 가중처벌은 유사한 사고가 반복될 때 부여되는 것이다.

    또한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잘못된 책임을 중소기업만 온전히 지는 것이 아니라 관리적 책임이 있는 원청과 함께 지기 때문에 중소기업만 피해를 본다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다.

    셋째, 당장은 부담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처벌과 비용에 대한 부담이기보다는 당연히 해야 할 숙제에 대한 부담이 크다. 그동안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산안법에 대해 이제는 하나하나 신경 쓰고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해야 할 일에 관해 부담을 가져야만 실행력이 뒤따른다. 해야 할에 대해 신경을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법에서 부여한 사업주의 의무이자 사고 예방의 첫걸음이다. 새로운 부담이 문제가 아니라 지금까지 했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던 것이 더 문제인 것이다.

    넷째, 적용 대상이 없는 법은 의미가 없다. 현재 50인 미만 사업장의 점유율은 99%에 육박한다. 또한 중대재해의 85%가 이들 사업장에서 발생한다.

    만약 이들을 제외하면 1% 사업장을 규제하기 위한 법이 되는 것이며, 85% 이상의 중대재해는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경제 단체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50인 미만을 제외하면 있으나 마나 하는 법이 된다.

    이런저런 이유로 앞 다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약속했던 국회는 지금 기업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 노동자들의 소중한 목숨을 가지고 어떻게 셈법을 고민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지금, 이 순간 '사랑하는 부모님', '사랑하는 남편', '사랑하는 내 자식'이 소중한 생명을 담보로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중대기업처벌법은 좌고우면할 일이 아니라 하루라도 빨리 제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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