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코로나에 더 심각해진 장애인 고립

연일 코로나19 확진자 수 증가가 심상치 않습니다. 하루 확진자가 1천명대를 넘으면서 전국적으로 거리두기 상향, 집합금지 등 방역이 강화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많은 사회·경제적 활동이 제한되면서 취약계층부터 큰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전례 없는 감염병 대유행으로 장애인들은 감염에 대한 불안뿐만 아니라 소외에 대한 상실감이라는 이중고를 겪어야 하는데요. 그나마 나오는 예방 및 지원 대책마저 비장애인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장애인은 보조인의 도움 없이 예방수칙 이행이 쉽지 않아 상대적으로 비장애인에 비해 감염의 위험이 높고, 기저질환 등으로 감염에 의한 피해가 심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반영해 지난 6월 장애인 대상 감염병 대응 매뉴얼을 처음 마련했습니다.
◇마스크로 가린 입, 향균필름이 덮은 점자…가로막힌 소통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이하 장애벽허물기)에 따르면, 마스크 의무화로 인해 청각장애인과 수어 통역사 등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13일부터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 되면서 대중교통이나 의료기관, 일반음식점 등 다중이 이용하는 곳의 실내뿐만 아니라 실외에서도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합니다.
그러나 비장애인과 소통할 때 입 모양이나 표정을 봐야하는 청각장애인들은 제대로 소통을 할 수 없어 사회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표정을 보여줘야 하는 수어 통역사 역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장시간 통역에 참여하고 있어 감염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데요. 제대로 된 보호망이 필요합니다.
현재 마스크 의무착용 정책에는 장애인 등 소외계층에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대책이 없습니다. 장애벽허물기는 마스크 의무착용으로 인해 장애인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요구안을 청와대에 제출했습니다.
엘리베이터 버튼 위의 향균필름으로 시각장애인들은 점자를 읽을 수 없는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다중 시설 입장 시 거쳐야 하는 QR코드 인증도 쉽지 않은데요. 감염 위험으로 스마트 기기를 통한 비대면 소통이 늘었지만, 이 역시 비장애인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시각장애인을 위한 대책이 따로 마련되지 않아 자연스럽게 소외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발달장애인에게 더 버거운 코로나 시대
발달장애인은 코로나19와 관련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방역수칙을 지키기 쉽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그 보호자 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2015년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다양한 지원 서비스를 도입해 왔습니다.
이와 함께 가족 돌봄 체계가 공적 돌봄 체계로 전환되기 시작했으나, 발달장애인 지원 서비스는 사각지대가 많아 가족의 돌봄 부담이 여전히 높은 상황입니다. 코로나19로 돌봄을 제공하는 시설들이 운영을 중단하면서 가족들의 부담이 더 가중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조사한 '1585명의 부모가 말하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삶' 설문조사에 따르면, 87%의 발달장애인들이 생활패턴이 부정적으로 변했다고 응답했습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외부활동'이 4.56, '에너지 발산 및 조절'이 4.16, '수면'이 2.23, '식사' 1.49, '의사소통'이 1.36 순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발달장애인과 부모가 경험하는 스트레스 정도를 설문한 결과, 발달장애인과 부모는 각각 평균 7.23점, 7.93점으로 매우 높게 나타났으며, 발달장애인 보다 부모가 다소 높게 나타났습니다.
발달장애인의 87.8%가 이러한 스트레스를 정도와 유형의 차이가 있지만 도전적 행동으로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부모도 '지속적인 지원·돌봄으로 피곤하다'가 73.7%, '감정 기복이 심해졌다'가 48.2%, '수면이 불안정하고 멍할 때가 있다'가 46.7% 순으로 나타나 발달장애자녀 지원·돌봄으로 인해 건강상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발달장애인의 지원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①복지기관 휴관 시 긴급활동지원 급여 제공 ②발달장애인 자가격리 시 긴급활동지원 급여 제공 ③부모만 자가격리 시 보호자 일시부재 특별급여와 긴급활동지원 급여 제공 ④18세 이하 발달장애인 유급가족돌봄휴가 제공 등의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가 전국장애인부모연대에 의뢰해 지난 11월 발달장애인 부모 117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66.2%가 정부의 주요 정책에 대해 '전혀 모른다'라고 답했습니다.
또한 전체 응답자 중 20.5%(241명)는 자녀 돌봄 문제로 부모 중 한쪽이 직장을 그만뒀다고 답했는데요.
인권위는 "코로나-19 대감염으로 인한 거리두기는 비장애인에게도 많은 불편을 초래하고 생업에 지장을 주는 정도까지 이르고 있다. 그러나 발달장애인처럼 다양한 지원이 필요한 장애인들은 추가적인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감염 공포를 없애고 제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하는 더욱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코로나에 더욱 취약한 집단 거주시설
코로나19 사태 속 장애인 집단 거주시설에서 확진자가 속출하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올해 초청도대남병원에서 5층 병동 103명이 전원 확진되고 7명이 사망한 일이 있었는데요. 이 사건은 예견된 장애인거주시설 집단 감염과 정부의 미흡한 대처를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최근,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시작되며 울산·부산·김제 등 지역에서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폭증했습니다. 이처럼 집단 거주시설은 지역사회와 분리되어 비슷한 취약성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시설에 밀집되어 있었기 때문에 더욱이 감염에 취약합니다.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애인 탈시설'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탈시설을 정부 정책과제로 공약한 바 있지만, 2021년도 정부 예산안 편성에서 탈시설 관련 예산은 유의미하지 않았습니다. 지역사회 장애인의 자립생활 지원에 필요한 예산은 사실상 동결된 반면, 장애인수용시설 예산은 상승했습니다.
2021년 보건복지부 예산에 따르면 내년 중증장애인 자립생활지원 예산은 66억 6800만원으로, 올해 65억 3400만원보다 2% 증액에 그친 반면, 장애인거주시설 예산은 올해 5274억 1400만원보다 530억 2200만원(10.1%)이 증가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다양한 구성원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코로나19의 대유행은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시선이 잘 닿지 않는 사각지대부터 파고들어 상처를 낸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어느 때보다 엄중한 시기인 만큼 소외되는 곳이 없도록 정부의 촘촘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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